잡담 장문- 이윤열과 최연성 그리고 티원과 젠지

스타크래프트가 아직 낭만을 얘기하던 시절

아마추어 단계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고수들에 대한 루머는 마치 판타지 세계에서의 불길한 소문처럼 퍼지기 마련이었다.

 

누구랑 붙었는데 저글링이 안 죽더라 저글링을 막을 때 쯤이면 럴커가 오더라 라거나

누구랑 붙었는데 분명 올 멀티 급으로 자원을 퍼먹고 있었는데 흔적도 안남고 말라 죽었다거나 같은

 

그 중에서도 이윤열에 대한 찬사 혹은 두려움은 각별한 면이 있었다

'물량이 말이 안된다'

'타이밍이 너무 빠르다'

'완벽하다'

 

이른바 '앞마당 먹은 이윤열'은 프로게이머 말년까지도 빛을 발한 빠른 손을 이용한 특유의 생산력 (혹은 생산 리듬)

그리고 본인 외에는 정말 몇몇 최상위권 프로게이머들에게만 존재했던 타이밍을 재는 능력으로

프로게이머들의 프로게이머, 한 단계 높은 차원의 게이머로 등장하고 군림했다

 

이윤열은 최초의 완성형 게이머였다

빌드 구사 능력, 심리전, 생산과 컨트롤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멀티 태스킹, 정교하다 못해 기가 질리는 컨트롤과

불리한 상황에서도 최선의 수를 찾아내는 판단력 등등...

이윤열의 종합적인 능력치는 분명 100에 한없이 가까운 95처럼 보였다

 

 

괴물에게 잡아먹히기 전까지는

 

 

그래도 이윤열이 아마추어 때부터 최인규 등 당대의 유명 프로게이머들을 때려잡는 모습을 방송에서 보여주던 것과 달리

최연성은 리플레이를 통해 그 실력은 알려졌어도 프로게이머로의 평가는 철저하게 감춰져 있었다

 

최연성의 말에 따르면 임요환과 주훈(감독)은 최연성을 해체해서 재조립하다시피 훈련시켰다 한다.

아마추어에서 최정상급 고수이던 최연성은 자존심이 세기로 유명한데도

임요환에게 한 판도 못 이길 정도였다고 하는 이 발언이

그가 극도로 존경하던 대선배 임요환에 대한 립서비스인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팩션인지는 모른다

 

중요한 건 임요환이 남긴 말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테란이 등장할 것이다"

 

 

최연성은 MSL 데뷔 후 홍진호를 3:0 셧아웃 내며 자신을 선택한 임요환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고

남은 목표 중 쓰러뜨릴만한 가치가 있는 상대는 당대의 최강자 이윤열 정도 뿐이었다

 

머머전이라는 별칭으로 불린 MSL 결승은 스코어만 놓고보면 3:2의 풀세트 접전이었으나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4:1 혹은 5:0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을 정도로 최연성의 압승이었다

 

이윤열의 회심의 공격은 그 무엇하나 최연성에게 통하지 않았으니까

 

바아흐로 앞마당 멀티 먹고 자원 뽑아내는 타이밍의 이윤열에서

배째고 더블 커맨드 하며 심리전으로 상대를 위축시키고 물량으로 압살하는 최연성의 시대로 넘어가는 타이밍이었다

 

최연성은 소위 배째라를 잘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배를 째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심리전을 극한으로 활용하는 머리 좋은 플레이어였다

일부러 무식해보일 정도로 단순한 유닛 조합으로 승부를 보거나

자신의 초반을 노리고 달려드는 상대를 말도 안나오는 수비로 틀어막고 gg를 받아내거나

끝낼 수 있음에도 200을 꽉 채워서 쓸어버리거나 하는 플레이로 상대를 갉아먹는데 능한 선수였다

 

요즘의 롤로 치면 밸류 픽을 들고도 라인전을 잘 버티며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거나 타이밍을 잡고 차이를 확 벌리는 것과 유사하다 하겠다

 

이전의 티원은 몰라도 제오페구케 라인업의 티원은 플레이 스타일이 명확하다

 

강력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한 바텀 라인의 압박

여기서 이어지는 상대 정글 동선의 강제

자연스럽게 무력으로 상대를 박살내는 탑의 자동사냥

 

이 삼박자가 잘 돌아가는 티원은 당연히 엄청나게 강하다

많이 접해보지 못하면 역스윕을 당하거나 (EWC의 TES) 체급 차가 좀 나는 상대면 고어 무비를 찍을 정도로 (브리온 전)

 

그리고 여기서 사견을 첨언하자면 이 방식을 잘하는 것과 별개로 이걸 하게 된 이유도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티원의 각자가 가진 챔프 풀의 약점을 가려주고 짜낸 유일한 조합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플레이 메이킹을 할 수 있는 능력, 이니시를 열 수 있는 능력

이게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팀에서 페이커와 케리아가 담당을 해야 하는데

케리아는 바텀 라인전을 터뜨려야 하는 의무가 있다

많은 경기에서 페이커의 픽이 플레이 메이커 능력이 있는 챔프로 고정되었던 이유다

 

정글과 탑 중 탑은 탱커 다루는 능력이 나쁘지 않다.

다만 제우스도 이니시에이팅을 비롯해 플레이 메이킹 능력은 S급이라는 평가에 비해 좀 아쉬운 면이 있다.

(탱커 자체를 못한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매우 잘하는 축에 속한다)

오너는 애초에 리신이 시그니쳐일 정도로 육식 정글 타입이고 실제로 세주아니나 뽀삐는 비교적 준수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마오카이가 잘 맞지 않는 단점이 있다

 

오너가 세주나 뽀삐를 하게 되면 부족한 딜을 제우스를 통해 채워야 한다

따라서 탑이 탱커를 하는 일이 별로 없는 것이고 이런 저런 사항들이 맞물리기 때문에

노탱 조합, 케리아 이니시 독박 조합, 페이커가 슈퍼 플레이 해줘야 하는 조합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주도권 픽으로 스노우볼을 굴려서 게임을 끝내는 것이 티원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고

그걸로 LCK를 쥐고 흔들 수 있었다

 

젠지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도피쵸룰라 혹은 도피쵸페리나 기캐쵸페리...뭐가 됐든 젠지의 상징은 밸류다

그 중심에는 단연코 쵸비가 있다

 

엄청난 연구와 연구를 실현화 시킬 수 있는 손을 가진 쵸비 덕분에 젠지는 수많은 밴픽 싸움과 인게임 상황에서 이득을 보고 들어간다

티원과 젠지는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5분  10분  15분  ...

티원  +30   +25    +10  ...

젠지  +10   +15    +35  ...

 

티원은 굴려야 한다. 굳이 젠지가 아니더라도. 그래서 굴리고 상대가 밑의 수익을 벌지 못하게 박살내서 게임을 승리한다.

하지만 젠지는 밑의 그래프처럼 진행되는 걸 넘어서 가끔은 오히려 초반에 더 많은 이득을 보고 출발할 때가 있다. 아니 그런 경우가 많다.

 

선수 개인의 능력 우위를 판별하는 건 수치적으로 증명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쵸비는 LCK 아니 전 세계 모든 미드 라이너를 통틀어봐도 단연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공교롭게도 그 옆에는 역체정 캐니언과 팀은 박아도 관계자는 언제나 고평가 했던 S급 기인이 있다

 

이들의 플레이로 언젠가 그래프는 역전 당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은 흐르기 때문에

파워 그래프가 꺾이기 전에 승기를 굳히려면 빡빡하게 굴려야 하고

사람인 이상, 그리고 변화하는 전장의 특성 상 실수나 변수는 무조건 나올 수밖에 없다

 

위에 썼지만 선수 개인의 능력 우위를 판단하는 건 사실 어렵다 생각하고

티원 선수들의 능력이 젠지에 비해 모자라다거나 S급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파워그래프가 역전되기 전에 끝낼 수 있고 실제로 그런 경기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기가 훨씬 많다는 뜻이다

단순히 조합 밸류가 딸려서 졌다 - 는 결과론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유충이 중요한 메타다보니, 정글 뿐 아니라 서폿도 위로 뛰는 시대다

구마유시는 거리 조절과 카이팅, 스킬 배분 등에 강점이 있는 선수지 혼자서 잘 버티거나 하는 유형은 아니다

이럼 벌써 티원의 삼박자 중 두 가지가 어그러진다

 

케리아 역시 라인전 용 챔프를 들어야 할지 유충 싸움에 변수 만들 픽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적어도 젠지전에서는 그 무엇도 어마어마하게 효과적이진 않았다

 

롤이 미드 망겜인 이상, 페이커가 쵸비를 압도하면 얘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겠으나

앞서 얘기했지만 쵸비는 현재 롤을 하는 모든 미드 라이너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또한 어려운 일이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티원이 젠지를 이기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그런 챌린지

 

참고로 이윤열과 최연성의 천적 관계는 훗날 이윤열이 몇 판 따긴 했지만

끝까지 뒤집어지지 않았다

댓글 3

최채흥 2024.09.01. 11:28
쵸비가 무슨 챔을 잡아도 최소 반반 보통 먼저 라인을 밀어버리니 정글,서포터가 시야 잡기 편해지고 그 시야를 토대로 상대팀보다 한 걸음 또는 두 걸음 빨리 움직여버리니 무적함대가 되어버린..
댓글
하유니하니니 작성자 2024.09.01. 11:30
 최채흥
티원 포함 다른 팀들이 이 악물고 4드론 갈겨도 막히는 느낌이지
댓글
최채흥 2024.09.01. 11:32
 하유니하니니
ㅇㅇ 이거 적고 생각해보니까 라인을 무조건 먼저 민다가 정의가 되어있으니 이제는 무조건 상대 정글 시작꼬이게해버리는데 답이 안나옴 ㅋㅋ
사실 올해도 작년 멤버 그대로였어도 지금 포스 나오긴했을듯 굳이바꾸자면 탑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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