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취직, 헤어질 결심
- 사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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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엔 얼마 전에 중견기업에 취직을 한 놈이 하나 있다.
그리고 난 그 애와 헤어질 결심을 했다.
그 애나 내가 먼저 잘못한 게 있는 건 아니다.
취준을 하는 중이라 자소서를 봐달라 했고, 나는 그걸 30번 넘게 해주면서 단어 하나하나 봐주고 뜯어고쳤을 뿐이다.
그리고 그 애는 기사 자격증 하나 없이, 스펙이라고는 토익과 토스만 든 채로 자소서만 가지고 중견기업에 붙은 것밖에는 잘못한 게 없다.
뭐.. 원인을 일으킨 쪽을 굳이 뽑자면 내 쪽에 더 가까울 것이다.
취직하면 밥이라도 사달라고 한 건 나니까. 기사 자격증 하나 없이 졸업한 공대새끼가 진짜 중견이라도 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으니까.
처음엔 기분이 좋았다. 내가 취직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내 주변에 누군가가 술술 풀려가는 것에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런데.. 가면 갈수록 계속 기분이 이상했다. 그 애를 시기하는 것은 아닌데, 마냥 좋아하는 것도 아닌 참 뭐한 감정.
좋게 핑계를 대자면 내가 이젠 그 애와 어울리면 짐만 될 것만 같다는 이유일 것이고
툭 까놓고 말하자면 나는 취직이고 뭐고 하나 못 할 것만 같아서 두려움에 모든 걸 피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일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취직했다는 이유로, 혹은 공시에 붙어서 미래가 확정났다는 이유로 연락도 끊고 차단한 사람도 무려 5명이 더 있다. 전부 보통 수준 이상으로 친했던 애들이다.
그 애들이 군대에 있을 때 휴가라도 나오면 잊지 않고 나를 불렀다. 같이 술이라도 마시자고.
술을 마시며 온갖 이야기를 다 했다. 더럽고 추잡한 이야기들도 전부 다.
하지만 취직이라는 이야기만 나오면 나는 자연스럽게 연락을 피했다. 처음에는 좋아해도 시간이 좀 지나 한 2주 3주쯤 지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만나지 않다 기어이 연락처를 차단했다.
언제 처음 이러기 시작했는지는 모른다.
그냥 자신감이 없어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게 아니면, 내 근본적인 심성이 뒤틀려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껏해야 고등학교 애들인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인생의 절반을 알고 지낸 애다. 그만큼 친했고 의지도 많이 했다.
근데 나는 그 애와 헤어질 결심을 한다.
이유는 단 하나. 취직을 했다는 것.
그 애가 정말 고맙다고 가보정에 가서 한우 갈비를 사주겠다는 걸 전날에 약속을 깼다.
일부러 자기 근무지에서 수원까지 와서 하룻밤을 자는데 전날 밤에 무작정 못 갈 것 같다고 연락했다.
내세운 이유는 하나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다"
물론 그 날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기는 했다. 하지만 자차도 없는 뚜벅이인 애가 대중교통으로는 몇시간 거리를 달려와줬는데 그러는 건 예의가 아녔지만.
생각해보면 해준 게 고작 글 좀 읽어준 게 전분데 그런 걸 얻어먹어도 되나 싶었다.
아무리 중견이라 해도, 초봉이 4000이 넘는다고 해도 아직 월급도 안 받은 애한테 그걸 얻어먹는 건 너무 심한 것 같기도 했다.
다만 그것이 약속이 깰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미 저지른 일이다.
나는 전화도 아닌 카톡으로 덜렁 못 간다고 통보를 했고, 그 애는 그걸 그 다음날에도 읽지 않았다.
사흘째 된 날에 1이 사라졌고, 당연히 답장은 없었다.
이미 끝난 일이라 굳이 답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려웠다. 이미 끝난 인연일까봐.
사실 그걸 끝낸 건 난데.
그래서 결국 나는 헤어진 결심을 마쳐버리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얘만큼은 연락을 끊어선 안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겁이 난다.
그동안 얘한테 변덕을 많이 부리긴 했어도, 이거는 그동안 했던 것과는 급이 다른 문제 아닌가.
용서하지 않을 것 같아서 겁난다.
그리고 어떤 이유를 들어도 납득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 나도 내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겠는데, 그 애는 어떻게 이걸 이해해줄까?
그냥 늘 이런 것 같다. 일단 해놓고 내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억지로 논리회로에 차곡차곡 포개어 소화시키려다 포기한다.
이래서 모든 일이 다 꼬이나보다.
모르겠다.
그냥 내가 쓰레기같다. 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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