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부드러운 남자가 될거에요
- 리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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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있었던 부모 교육은 참여 전에 먼저 사전 질문을 받고, 그 질문에 대한 답들을 두 시간 동안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내 질문은 이랬다.
"열살 남자애인데, 친구들한테 가벼운 놀림을 받아요. 마음이 여리고 눈물이 많으며, 상처를 잘 받는 것 같은데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요."
그 질문에 대해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이런 경우, 아빠를 한번 보세요. 아빠도 비슷할 거에요.
나중에 자기에게 맞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다 해결 될거에요.
가벼운 놀림이라면 스스로 이겨내야하니 괜찮습니다. 일대 다수의 가해가 아니라면 괜찮아요. 그때는 개입하셔야해요.
아이는 부드러운 남자가 될거에요."
그 교수는 심리학이 전공인 것 같았다.
아마도 그 질문을 엄마가 했다고 생각하며 저렇게, 편하게 쉬지 않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듣고 눈물이 났다.
저 짧은 말로 그는 내 삶을 훑었다.
나는 약한 남자아이였다.
초등학교 시절, 싸움에서 이겨본 일도 별로 없고, 친구들이 장난으로 놀리는 일에 늘 상처받았다.
눈물도 많았다.
나를 친하다고 생각해준 아이들은 많았지만, 그들의 조금은 짓궂은 장난에 나는 상처를 받았었고,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나는 진정한 친구들을 만들지 못했다.
늘 주변의 눈치를 보았고, 얕보이지 않기 위해 감정을 숨기고 까불었다.
초등학교 내내 교실에서 까불었고, 까불다가 선생에게 맞아도 친구들을 웃길 수 있다면, 남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았다.
나의 장난은 허공이 대상이었고, 그것은 자괴였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140 cm의 키에 27키로가 나가던 아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만큼 예민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친구들을 만났다.
우린 여섯명이었는데, 주변에선 우릴 보고 비슷한 아이들끼리 참 재미없게 노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우리끼린 세상 재미있었다.
내 모든걸 숨기지 않고 보여주어도 아무 흠이 되지 않는 친구들이었다.
그 안에서 나는 자존감을 찾았고, 자신감을 찾았고, 나의 존재를 깨달았다.
그 때부터 나는 오롯이 나로서 존재하기 시작했다.
그 친구들과 나는 지금까지도 명절마다 만나고 있고,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러다 20살이 되었고, 나에게 '넌 참 여성적인 사람이구나'라고 말해주는 여자애한테 반했다.
나에게 컴플렉스처럼, 그래서 한없이 강해보이고 싶었지만 숨기지 못했던 그 모습을 직접적으로 말해준 사람은 그녀가 처음이었다.
그 말 한마디에 나는 그녀에게 반했고, 이전에 몇번의 연애를 했음에도 나의 첫사랑은 그녀다.
나는 이런 과정을 아이가 겪지 않길 바랬고, 나만큼 아프지 않길 바랬다.
그래서인지 아이의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이 그렇게나 가슴 아팠다.
내 아이의 감정이 조금 더 편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나보다.
그래도 이게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일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내가 아빠로서 해야할 일은 조금 더 명확해졌다.
진정한 친구들을 만나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보일 때까지, 집과 가족이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나의 자식은 부드러운 사람이 될 것이고, 그 부드러움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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