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조금 더 우려지길 바라는

그러니까 정숙이

아니고 정수기

……죄송합니다

 

만사가 이와 같다면

사과도 이정도면 그만일 텐데

 

말한 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과 같은

정숙한 상황, 이른바

 

멸치의 갈비뼈

두부가 듬성듬성 숨어있는 김치찌개 시키자

반찬으로 나온 시래기 조림에서 튀어나온

 

씹기엔 자주 잇새를 찌르고

뱉어버리기엔 사소한

 

회사에서 명징한 기쁨이

점심시간 식당 탐방이 된 요즘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고

 

(퉤)

징그럽죠?

여름이 참,

참으로 미워질 것 같음

 

퇴근길에 유칼립투스 한 다발 사서

(퇴근길 참 향기롭네!)

다 마신 플라스틱 물병에 꽂아

이만큼이라도 여름을 사랑해보자 다짐함

 

정숙한 분위기로

정수기로 물을 채워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았으면 하는 바람

 

막 출근했을 때

여름이라 더운 물 마시기 꺼려지는 마음처럼

 

와중에 맹물은 지겹다고

둥글레차 티팩 하나 뜯어 보온병에 퐁당 담그곤

온수 버튼 1초 딸깍

조금 더 우려지길 바라는

 

사장님,

이거 다시 주실 필요는 없고요

다만 다음에는 조금 더 우려주시길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