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서 1, 2, 3, 5 그리고 4

태초에 늙은 곰이 있었고, 그것을 잡고, 그 뒤의 후일담. 포크너의 소설 <곰>의 플롯을 요약하면 이와 같다.

1장은 곰과 소년, 사냥꾼들 공동체의 기원, 2장은 사냥 전개, 3장은 사냥, 5장은 그 이후의 이야기가 되어 장마다 전개가 명확히 제시되어있다. 

이와 달리 4장의 경우 소년과 그의 사촌인 메케슬린의 5장보다 이후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메케슬린 가문의 역사를 기술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때문에 과거 많은 독자들은 왜 4장이 들어갔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의문 이면에는 독자들의 현기증이 분포되어 있다. 1~3장에서의 세계관의 매력을 느낀 나머지, 시간대가 먼 미래로 이동하고 소년의 역사 이전과 사냥을 한 소년이라는 인물의 시간대, 그리고 미래라는 시간대가 서술되어 있는 4장의 확장성을 곧잘 수용하기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4장을 통해 포크너의 소설이 완성된다. 4장 이전의 세계관은 미국이라는 세계가 아니더라도 통용되는 공통적인 전근대적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세밀하게 묘사한 무국적적 뉘앙스와 시계열적으로 묘사한 총체적 국적성은 포크너가 늘 만져온 발견과 질문이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포크너는 세밀하게 사냥꾼의 습성을 묘사하고, 곰을 묘사하며, 인물들의 이름에 스페인을 넣고, 다양한 인종을 넣었다. 또 1장에서의 시간대를 주인공인 소년이 사냥을 시작하기 이전의 시간대도 다룸으로써 4장의 충격을 완충시키기도 했다.

그렇게 진입한 4장은  미국이기에 형성될 수 있었던 가족사를 톺아보고, 소설 속 세계-존재들이 동시대를 무책임하게 이륙한 것이 아닌, 세상을 해석할 수 있는 메타포의 자격을 열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