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재미로 보는 <미나리>와 전통적, 국가적 정체성

   영화 <미나리>는 2020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로 브래드 피트의 플랜 B 엔터테이먼트가 제작을 맡고 정이삭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우리에게 <버닝>, <워킹데드> 시리즈로 유명한 스티븐 연이 주연을 맡았고 한예리, 윤여정도 각각 모니카와 순자 역을 맡아 출연했습니다. 이 중 윤여정 배우는 영미권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고 각종 시상식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결과, 74회 영국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과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크고작은 시상식과 영화제에서 각종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이중 상당수의 부문에서 수상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 분류 논란에도 휩싸이며 국내외에서 더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나리>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제이콥, 모니카, 앤 그리고 데이빗은 1980년대에 성공을 위해 대도시인 LA로부터 미국 아칸소로 떠나온 한인 가족입니다. 이들은 LA와 달리 아무것도 없는 아칸소의 땅을 토대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고자 합니다. 이들은 교회도 성실하게 다니며 기독교적 가치관 또한 중시하고 노동과 흙의 가치를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투거나 반목할 때도 있으나 가족을 우선시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 제이콥은 과거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인물이며 이는 그의 대사와 행동에서 끊임없이 강조됩니다. 영화 초반, 미신이나 시골공동체에 거부감을 갖던 그였지만 점차 역경을 겪고 주변 환경에 동화되면서 미신이나 엑소시즘을 받아들일 정도로 열린 태도를 갖게됩니다. 어머니 모니카는 무엇보다 가족을 우선시하는 인물로 본인의 목표를 위해 가족을 위험에 빠뜨린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며 반목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방인에게 배척적인 미국 기독교 문화에도 거부감을 느껴 남편에게 다시는 교회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하죠. 그럼에도 그녀에게 가족은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이기에 가족을 위해서라면 제이콥 못지 않게 노력하곤 합니다. 할머니 순자는 한국적 가치관과 문화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딸내 부부와 손자, 손녀를 위해 한국에서부터 머나먼 미국 아칸소 땅까지 날아왔습니다. 그녀는 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한약, 화투, 미나리 종자 등을 가지고 왔으며 미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지만 그누구보다 아이들을 아끼는 모습을 보입니다. 딸 앤은 어른 못지 않게 성숙한 아이이며 엄마가 없을 때는 동생에게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또한, 앤은 동생이나 부모와 달리 미국 문화와 기독교 문화에 크게 거부감 없이 익숙합니다. 마지막으로 막내인 데이빗이며 이 작품에서 제가 가장 주목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데이빗은 심장에 구멍이 나있어 심장병을 앓는 아이입니다. 순자가 왔을 때 데이빗은 거부감을 보이고 그녀가 가져온 한국의 것들에 도통 적응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점차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녀와 가까와지고 한국문화에도 익숙해짐에 따라 오래전부터 데이빗을 괴롭히던 심장의 구멍은 점차 메워지고 있다는 의사의 진단도 받죠. 마지막에는 가족을 위해서 뛰기까지 합니다.  따라서 데이빗의 심장병은 어쩌면 완전하지 못한 자아정체성을 지닌 그동안의 그의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순자와 친해지고 한국적 문화에 익숙해지기 전의 데이빗은 미국인이라는 국가적 가치관과 정체성은 지녔으나 한국인이라는 민족적 가치관과 정체성은 상당히 결여된 모습을 보이죠. 이는 순자가 처음 미국으로 오고 나서 그녀나 그녀가 가져온 한국의 물건들에 데이빗이 보이는 반응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데이빗은 점차 민족적 가치관과 정체성 또한 습득하게 됩니다. 그 관점에서 보면 마지막 장면에서 순자를 붙잡기 위해서 뛰는 데이빗의 모습은 양쪽 가치관 모두를 받아들여 완벽한 자아로 거듭난 순간을 시각적으로 그려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데이빗은 전통적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성숙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감독인 정이삭은 이를 심장병이라는 소재를 통해 그려낸 것입니다. 

   <미나리>는 이외에도 보는 사람이나 관점에 따라 많은 해석이 가능한 작품입니다. 여러분도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한번쯤 보시면서 여러분 나름대로의 해석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