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해축백일장] 나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장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다.

텅 빈 레스토랑에 홀로 가만히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언제부터 잘못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애초에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채웠을지도 모른다.

돌아가 본다.
천천히 돌아가서 생각해 본다.
내가 했던 모든 선택을 다시 한번 복기해 본다.

잘못되었다.
확실히 잘못되었다.

나의 실수가 너무 큰 나비효과를 만들었다.
다시 복구할 수 있을까
아니 복구해야만 한다.

메뉴판에 보이는 30개가 넘는 메뉴
머리가 지끈거린다.
메뉴가 너무 많다는 것을 어째서 인지하지 못했을까

동네에서 최고급 레스토랑이었던 가게가 내가 양도받은 뒤로 이제는 김밥천국이라는 조롱을 듣는다.

속상했다.
마음이 아팠다.

본래는 러시아인이 운영하던 가게였다.
러시아인의 사정상 급하게 매물로 나왔고 
연일 사업에 성공하고 있던 내가 호기롭게 양수했는데 운영이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운이 없었다고 치부했다.
초반 잠깐의 흔들림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내게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직원도 문제였다.

처음에는 독일인이었다.
가게를 양도받기 전부터 일하던 직원이었다.

일은 굉장히 잘했지만 나와 의견충돌이 잦았고 결국 해고했다.

그렇게 새로운 직원을 구했다
잉글랜드인이었다.

이것이 문제였다. 나는 미국인이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해서 채용했는데 일을 더럽게도 못했다.

하지만 난 내 선택을 믿었고 내가 고용한 직원을 최대한 신뢰하려고 했다.
실수였다.

단골손님들은 좋지 않은 서비스에 자꾸만 떠나갔고
리뷰에는 좋지 않은 평가가 가득했으며 별점은 깎여만 갔다

와중에 임대료를 독촉하는 건물주 때문에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했다.

그래서 예전에 이 가게에서 일했던 잉글랜드인을 채용했다. 
단골손님들을 위한 방책이었다.

역시나 잘못된 선택이었다.
이 잉글랜드인은 일을 굉장히 구닥다리 방식으로 했기 때문이다.

건물주는 임대료에 대해 자꾸만 독촉하고
단골손님들은 불평불만이 심해졌다.

머리가 아프다.
다시 한번 직원 채용공고를 올려본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지원했다.

첫 번째는 스페인 사람이다.
능력은 있어 보였는데 공백기가 길었다.
조금 아쉬운 사람이다.

두 번째는 독일 사람이다.
이 사람 또한 능력은 출중해 보이는데 복지며 월급이며 너무나도 깐깐하다
상당히 불쾌한 사람이다.

세 번째는 아르헨티나 사람이다.
이 사람이다.
내가 찾던 사람에 가장 부합한다.
가장 괜찮은 사람이다.

긍정적인 대화를 나눈 뒤 이 아르헨티나인과 계약을 한다.

잠도 자지 않고 새로운 직원과 함께 메뉴판을 다시 점검하기 시작한다.

나는 다시 한번 희망을 품어 본다.
어느덧 밤이 다 지나가고 동이 트기 시작한다.

새로운 하루가 오고 있다.
새로운 직원과 새로운 메뉴와 함께
다시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마음을 다잡는다.
파란색이 잘 어울리는 작지만, 소중한 나의 레스토랑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