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움짤/영상 긴글, 사진 주의)러시아 여행가서 모스크바 더비 직관하고 왔다

사실 경기 본 날 바로 쓰려고 했는데 넘모넘모 피곤하고 귀찮아서 귀국하고 이제야 씀...ㅇㅇ

난 사실 평범한 개랑에 국축갤만 가끔 보고 댓글쓰고 하는데 국축갤에 경기 본 날 인증샷 하나 올리니까 다들 해축갤에 글 써달라길래 여기서 썰을 풀어봐 

해축갤 첫 글인데 걍 재밌게 봐줭ㅎㅎㅎ

우선 18일 일요일에 있었던 디나모 모스크바vs로코모티브 모스크바 더비경기.

월드컵때 사용한 경기장은 아닌데 VTB아레나라고 완전 새삥 경기장이더라. 2.8만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외관과는 다르게 아담한 경기장이고 화성종합경기장이 실내체육관이랑 건물이 붙어있는거처럼 여기는 하키장이 축구장에 애드온마냥 붙어있음.

경기장 위치는 상당히 좋은 편이야. 우리나라로 치면 광화문 정도 되는 중심가에서 지하철로 고작 4~5 정거장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어. 경기장이 있는 역 이름도 '디나모 역'. 일단 명칭은 VTB아레나인데 VTB는 러시아 은행이고 네이밍 라이츠 뿐만 아니라 메인스폰서로 구단 경영에도 직접 관여한다더라. 네이밍라이츠를 인정하지 않는 UEFA 경기때는 디나모의 레전드인 레프 야신의 이름을 따서 '레프 야신 스타디움'으로 불린대.

팬샵은 따로 공간이 마련된건 아니고 이렇게 경기장 내부에 관중석 들어가기 전 복도에 가판대 형식으로 몇개 있더라. 개랑 블포랑 큰 차이 없이 구색만 어느정도 갖춰놓은 수준?난 머플러 하나 장만함ㅋㅋㅋ

경기장 내부는 이렇게 생김. 갤럭시 광각으로 찍어서 생각보다 웅장하게 나왔는데 딱 숭의 정도의 아담한 느낌?관중석에 들어서고 놀란게 몇가지 있는데

1. 홈팀인 디나모보다 원정팀인 로코모티브 서포터가 훨씬 규모가 큼. 홈경기인데(물론 같은 연고지라 큰 의미는 없지만) 쪽수가 거의 세배 이상 차이 나는거 같더라.

나중에 안 사실인데 모스크바 축구팀 팬덤이 스파르타크>CSKA>>>로코모티브>>>넘사>>>디나모 이렇더라고.

2. 이건 진짜 깜짝 놀란건데, 일반석에서 디나모랑 로코모티브 팬들이 섞여서 관람하더라. 비교적 축구장이 평화로운 편인 우리나라에서도 용납되지 않는 일인데 오히려 유럽에서, 그것도 불곰국 성님들이 축구장에서 이렇게 섞여서 관람하는게 상당히 신기했음. 원정인 로코모티브가 골을 넣었을때도 디나모 홈경기장 일반석인데 아랑곳하지 않고 환호하고 디나모 팬들도 별로 신경 안쓰더라...아직도 잘 이해가 안되는 광경이었어.

3. 관중석에서 당연하다는듯이 담배를 피움...본인 비흡연자라 경기 중간중간 힘들더라ㅜㅜ원칙적으로는 금연인데 딱히 적극적으로 제한하진 않는거 같더라고

로코모티브 서포터들 모습. 전광판 진짜 멋지더라...경기 시작 3분만에 도르트문트에서 뛰던 막시밀리안 필리프가 프리킥으로 득점해서 앞서가는 디나모였지만 전반에 패널티킥, 그리고 후반에 결승골 내주고 1-2로 패배했어.

총 관중수는 17837명. 확실히 디나모가 팬층이 얇은 팀이라 지역 더비인데도 2만명을 못넘기더라.

요건 디나모 서포터들 모습. 확실히 규모가 작지? 그래도 경기 내내 쉬지않고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더라.

이건 하프타임때 사온건데...관중석 돌아와서야 논알콜 맥주인걸 알았음ㅠ아예 알콜이 들어간 음료 자체를 경기장에서 팔지 않더라

이건 경기 끝나고 모습인데 기마경찰대에 무장경찰 내 체감상 거의 대대급 인원이 출동해서 관리하더라. 우리나라는 경기 끝나면 별다른 통제 없이 알아서 귀가하는데 여기는 지하철역까지 무조건 한개의 통로만 개방해서 관리하더라고. 그래서 나가는데 힘들고 시간도 좀 걸렸음ㅠㅠ

이건 경기 끝난 직후에, 디나모랑 팀컬러가 딱 맞아서 개랑 유니폼 입고 봤음...ㅎㅎ

그리고 다음날...20일 월요일 스파르타크vsCSKA 더비. 스파르타크 홈페이지는 러시아 현지 번호가 있어야 티켓을 구매할 수 있어서 경기 전날에야 예매할 수 있었어. 디나모 경기는 한국에서 미리 예매함. 안드레 쉬얼레가 스파르타크로 임대되어 있고 CSKA에는 일본인 선수가 한명 있더라? 브라질에서 우리에게 잊지못할 골을 선물해줬던 아킨폐예프도 여전히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고 아는 선수가 몇 있어서 기대됐던 경기.

스파르타크 홈구장인 옷크리티예 아레나. 옷크리티예 역시 러시아 은행이고 네이밍 라이츠를 못쓸때는 그냥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이라고 불린대. 디나모의 VTB아레나보다는 훨씬 외곽지역인데 역시 경기장 앞에 지하철이 바로 연결돼서 가기는 수월했어. 지하철 역 이름은 '스파르타크 역'(부러워...블루윙즈 역이 생기는 날이 오길)

월드컵때 사용된 경기장이라 익숙한 갤럼들 많을거야 아마.

전날보다 훨씬 격렬한 더비라 그런지 여기는 무장경찰들도 훨씬 많이 깔리고 장갑차까지 등장...(무서워서 사진은 못찍음)여기는 경기 시작전부터 지하철-경기장 동선을 하나로 통제하고 거의 5미터 간격으로 길 양 옆에 경찰들이 깔렸었어. 시작부터 살벌하더라.

경기장에 들어서면 여느 경기장들처럼 이렇게 매점이 있는 공간이 있고 그 다음에 관중석으로 들어갈 수 있어.

뭐 대충 이런 물건들을 파는데 하나같이 드럽게 맛없음ㅅㅂ 전체적으로 경기장에서 판매되는 음식은 우리나라 경기장에 비교해서도 부실함

경기장에 좀 많이 일찍 왔는데 대충 전경이야. 4.5만명 수용하는 경기장인데 실제로도 전날 VTB아레나보다 훨씬 웅장한 느낌이야. 역시 월드컵을 대비해 지은 새삥이라 의자도 깨끗하고 전반적으로 경기장은 상당히 좋음

한쪽 구석에 자리잡은 CSKA 원정팬들. 모두 검은 셔츠로 깔맞춤하고 쉴새없이 응원하는데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 들더라. 확실히 라이벌전 분위기가 남.

HATE CSKA. 진짜 웅장하고 제대로 유럽축구 보러 왔구나 생각이 든 순간. 

다른 스탠드들도 역시 꽉 찬 상태로 경기 시작. 전날 디나모vs로코모티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열기의 경기였어. 기본적으로 모든 스탠드의 관중들이 서서 관람하더라. CSKA가 어떤 챈트만 시작하면 모든 팬들이 원정석을 향해 뻐큐와 야유를 선물하더라ㅋㅋㅋㅋ

더비매치답게 충돌도 생기고

스파르타크가 후반 60분쯤 쉬얼레의 어시스트로 수비수 지조(?)라는 프랑스 출신 수비수의 골로 앞서가다가 곧장 CSKA가 동점골을 넣었는데 바로 홍염 까더라ㅋㅋㅋㅋㅋ지금은 K리그에서 안전 문제로 금지됐지만 홍염이란게 역시 지켜보는건 참 재밌고 멋져

홍염 연기 덕분에 경기가 5분 가량 중단됐었는데 어느새 경기가 재개되고 홍염 연기가 채 가시기 전에 아까 그 수비수가 또 득점에 성공해서 스파르타크가 2-1로 앞서갔어. 연기 때문에 경기장이 전체적으로 어수선했는데 순식간에 골이 들어가서 제대로 기억에 안남아서 슬픔ㅠㅠㅠ

아까 그 홍염 연기 때문에 추가시간은 7분가량 주어졌는데 우리는 다음날 일정도 있고 지하철역이 너무 붐빌거 같아서 킥오프 직전에 나왔어. 사진은 못찍었지만 관중수는 4.4만명, 대충 만석이더라.

축알못이 받은 짧은 인상은...일단 유럽에서 다소 변방 취급받는 러시아 리그이지만 그래도 UEFA랭킹 6위 리그답게 상당히 수준높고 팬들 열기도 뜨거웠어. 사실 아는 선수들도 많지 안고 관광객 입장으로 온거라 축구적으로 크게 생각은 못해봤지만 수준높고 볼만한 축구리그인건 확실해.

아까도 언급했지만 스파르타크와 CSKA가 모스크바에서 넘사벽 인기를 자랑하는 팀들이고 유럽대회에도 자주 모습 비추는 강팀들인데 운좋게 경기를 직관할 수 있어서 좋더라. 디나모와 로코모티브 경기도 열기는 좀 덜해도 볼만한 경기였어.

몇가지 쓸데없는 지식으로, 옛 소련시절 각 구단들이 지원받는 주체가 다 달랐더라고. 스파르타크는 시민구단 느낌이고(그래서 인기도 제일 높은듯?), CSKA는 육군의 지원을, 로코모티브는 팀 이름대로 철도청, 디나모는 경찰의 지원을 받던 팀이래.

디나모는 경찰과 정보기관 KGB의 지원을 받던 팀이라 소련 시절엔 폐악질도 많이 했나봐. 소련 해체 이후에는 우승 경력도 없고 2부리그도 다녀왔지만 은행 VTB의 지원을 받게 된 후로는 괜찮은 선수들도 영입하고 나름 구단세를 확장하려는 모양이지만 내가 본 바로는 팬덤은 많이 작아보이긴 함. 그래도 서포터들의 열정은 다른 세 팀에 뒤지지 않는거 같아.

스파르타크와 CSKA는 모스크바를 양분하는 최고 인기팀. 챔스랑 유로파도 자주 나오는 팀들이고. 사진들 보면 열기는 알만하지?

생각보다 모스크바가 볼게 엄청 많은 도시는 아니라(상트페테르부르크 짱!) 모스크바는 크렘린 다녀온거보다 축구본게 아직도 기억에 더 많이 남는다ㅋㅋㅋㅋ

없는 글 제주로 늦게나마 후기 써봤고...혹시 러시아 여행이나 축구 예매 궁금한거 있음 댓글 남겨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