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해축 백일장] 협상하던 노인

벌써 여러해 전이다. 내가 맨유 감독된지 얼마 안 돼서 맨체스터 내려가 살 때다. 토리노 왔다 가는 길에, 맨체스터로 가기 위해 공항에서 일단 전차를 내려야 했다. 알리안츠 스타디움 맞은편 공원에서 공을 차는 포그바가 보였다. 토리노 온 김에 영입해 가려고 계약을 부탁을 했다. 에이전트가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주급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선수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에이전트였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선수에게 잘 뛰어만 달라고 하고 계약을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계약서를 읽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읽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읽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타야 할 비행기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오늘 확정짓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영입할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읽는단 말이오? 허 참, 외고집이시구먼. 오늘은 시간이 없다니까요." 

 

에이전트는 퉁명스럽게, 

 

"다른 선수 사우. 난 포그바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비행기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읽어나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계약서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조항 하나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읽던 것을 숫제 땅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포그바와 리프팅이나 하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계약서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협상이다.

 

 

비행기를 놓치고 다음 비행기로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협상을 해 가지고 계약이 성사 될 턱이 없다. 윈윈하자는 게 아니고 그저 에이전트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돼지새끼다." 생각할수록 짜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그 돼지새끼는 태연히 허리를 펴고 알리안츠 스타디움을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에이전트다워 보여서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에이전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맨체스터에 돌아와서 계약서를 내놨더니 팬들이 병신같이 협상했다고 야단이다. 다른 에이전트들 선수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팬들의 말을 들어 보니, 주급을 너무 부르면 좆대로 뛰다가 성질내기를 잘 하고 라인업에서 제외하기가 힘이 들어가며, 다치기라도하면 먹튀가 되기 쉽단다. 요렇게 꼭 좆같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갑자기 눈깔이 확 돌아갔다. 그리고 그 돼지새끼에 대한 태도를 뉘우친 내가 참으로 멍청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에이전트를 찾아가서 멱살이라도 잡으며 진심으로 사과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토리노에 가는 길로 그 에이전트를 찾았다. 그러나 그 돼지새끼가 있던 자리에 그는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에이전트가 있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분하고 화가 났다. 내 마음은 사과받을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알리안츠 스타디움을 바라보았다. 푸른 창공에 날아갈 듯한 구장 끝으로 흰구름이 피어나고 있었다. 

댓글 9

아방뜨 2020.03.24. 16:40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BTID 2020.03.24. 16:58
와 개추..
야점.. 야점이요..
댓글
김수윤 2020.03.24. 16:59
또라이 아니야 이거 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IZONE장원영 2020.03.24. 17:01
방망이 깎던 노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이벤트 해축백일장 수상작 발표 (8, 9회차 공동) 3 Giallorossi 266 9
이벤트 야근에 찌든 이벤트 주최자로 인해 또 시작되는 파리 올림픽 승무패 이벤트(~7/24 22:00) 4 Giallorossi 4556 11
츄또공지 해외축구갤러리 츄르토토 규칙+츄사장 명단 3 Giallorossi 1655 11
공지 CHUGGU 해외축구갤러리 공지사항 20240615 1차 개정판 42 강미나 10323 56
인기 이새끼들 후반에 왜 걸어잠근다고 ㅋㅋ Giallorossi 10 2
인기 유버지 마ㅍㅐ박는다고 쇼무처쓰셨네 1 Giallorossi 7 2
인기 유로파리그 매치데이1) 토트넘:카라박 토트넘 존슨 선제골!! Koinu 7 2
이벤트
기본
Giallorossi 266 9
이벤트
이미지
김유연 136 10
이벤트
이미지
김유연 152 13
이벤트
기본
Giallorossi 4556 11
이벤트
이미지
Giallorossi 1694 7
이벤트
이미지
Giallorossi 167 12
이벤트
이미지
Giallorossi 943 11
이벤트
기본
Giallorossi 634 19
이벤트
이미지
마꾸잉 149 20
이벤트
기본
Giallorossi 1465 20
이벤트
이미지
Ortega 91 23
이벤트
기본
마꾸잉 95 22
이벤트
이미지
몰또베네 164 29
이벤트
이미지
몰또베네 114 14
이벤트
기본
시너 105 11
이벤트
이미지
몰또베네 114 16
이벤트
이미지
몰또베네 95 13
이벤트
이미지
뉴저지 114 15
이벤트
이미지
CSR 133 17
이벤트
기본
뎌차 10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