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해축백일장] 베네치아 광장

"자넨 어디 출신인가?"

"……"

"음, 보스니아로군."

단장은,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이적제의라지만 막연한 얘기요. 우리 팀 대우보다 나은 데가 어디 있겠어요. 타팀에서 뛰다 온 선수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타팀에서 후보로 뛰어 봐야 주전 자리가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압니다. 우리 AS 로마가 과도기적인 여러 가지 모순을 가지고 있는 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우리 팀엔 자유가 있습니다. 피아니치 당신은 무엇보다도 자유가 소중한 것입니다. 당신은 파리 생활과 리옹 생활을 통해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겁니다. 우리 팀은……"

"유벤투스."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 팀의 핵심 중 한 선수가, 경쟁심한 토리노에 가겠다고 나서서, 단장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로마의 2천만 팬덤의 부탁을 받고 온 것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스쿠데토를 우리 가슴에 박으라는……"

"유벤투스."

"당신은 패스는 물론이요, 프리킥마저 마스터한 뛰어난 선수입니다. 구단은 지금 당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위기에 처한 구단을 버리고 떠나 버리렵니까?"

"유벤투스."

"뛰어난 선수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제 몸을 없애 버리겠습니까?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요. 당신 한 사람을 잃는 건, 아직 덜 여문 후보 선수 열을 잃은 것보다 더 큰 구단의 손실입니다. 당신은 아직 젊습니다. 우리 AS 로마는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나는 당신보다 나이를 약간 더 먹었다는 의미에서, 친구로서 충고하고 싶습니다. 구단의 품으로 돌아와서, 우리 로마 역사를 재건하는 일꾼이 돼주십시오. 낯선 땅에 가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당신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나는 동생처럼 여겨졌다는 말입니다. 만일 우리 팀에 잔류하는 경우에, 개인적인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피아니치는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천막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유벤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