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해축백일장] 소년은 남자가 된다

 그가 처음 이 낯선 땅에 도착했을 때, 모든 것이 낯설었다. 물과 음식, 건물들의 생김새, 어두컴컴한 날씨와 혀가 꼬부라진 취객의 고함소리마저 고향과 달랐다.

 "여기는 자네가 전에 있던 곳과 상당히 다를 거야. 성질 죽이고 있는 게 좋아. 자네 성격을 듣고 기대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거든. 어리다고 봐줄 친구들도 아니고."

 그가 이곳에 온 첫 날, 백발에 키가 큰 노신사가 해준 말이다. 붉은 넥타이에 검은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노신사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무시하기 힘든 장군의 명령 같았다. 그는 노신사의 말에 그러겠노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앞으로 잘 지내 보자고. 이곳에선 자네가 배울 점이 많을 거야. 어찌보면 행운이지. 오고 싶다고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거든. 이미 들어온 사람들도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워. 간혹 자기는 배울 게 없다는 녀석들도 있지만, 열에 아홉은 적응도 못하고 나가 떨어지지. 난 자네가 아홉이 아닌 특별한 한 명이 되길 바라겠네."

 말을 마친 노신사는 흡족한 표정이었다.

 몇 년이나 지났을까. 그는 어느덧 무리의 중심이 되어있었다. 무리에 속한 모든 남자들이 그에게 존경을 표현했다. 첫 날 들었던 노신사의 말대로 그는 정말로 이곳에서 특별한 한 명이 된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바라 볼 때마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마치 심장 속에서 누군가, 뭔가를 찾으며 부르짖듯이.

 "갑자기 무슨 일이지? 요새 아주 잘 나가고 있잖아? 여태 우린 꽤 괜찮은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노신사에게 찾아가자, 노신사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온화했던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난 자네가 이곳에서 전설적인 사람이 될거라고 믿어. 실제로 자네와 같은 나라에서 건너와서 이미 전설이 된 사람도 보지 않았나?"

 "하지만..."

 그는 어렵지만 솔직히 얘기하기로 했다.

 몇 번이나 부정하려고 했던 자신의 마음을 터놓기로 했다.

 "이곳에서 자네는 왕이나 다름없어. 모두가 자네를 사랑하지. 지나가는 세 살짜리 꼬맹이를 붙잡고 물어봐도 자네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걸세."

 항상 온화했던 노신사의 목소리지만 이제는 거의 울먹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제 안의 작은 아이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고 속삭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