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해축백일장] 노인과 운동장

마침내 노인이 깨어났다.

- 일어나지 마세요.

소년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 우선 이걸 마시세요.

그는 맥주를 잔에 조금 따랐다.

노인은 그것을 받아서 마셨다.

- 미안하다, 레반테가 나를 이기고 말았어.

하고 노인이 말했다.

- 정말 나한테 이겼단 말이야.

-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할아버지를 이긴 건 아니었어요. 아틀레티코도 아니란 말예요.

- 그렇지, 정말. 내가 놈들한테 진 것은 나중이었다.

- 세티엔이 선수들과 코치진을 점검하고 있어요. 쿠티뉴는 어떻게 할까요?

- 세티엔더러 쪼개어서 네이마르 데려오는 데나 쓰라고 해.

- 뎀벨레는요?

- 갖고 싶거든 네가 가지렴.

- 유리를 어디다 써요.

하고 소년이 말했다.

- 이제 유리는 잊고 다른 계획을 세워야지요.

- 다들 날 찾았었니?

- 물론이죠. 더 선과 BBC까지 날았는걸요.

- 하지만 운동장은 너무나 크고 나는 작으니까 발견하기 어렵지.

하고 노인은 말했다. 순간 노인은 새로운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자기 자신과 운동장을 상대로만 말을 하다가 진짜로 얘기를 나눌 상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말이다.

- 그 동안 네가 얼마나 아쉬웠는지 몰라.

하고 그는 말했다.

- 중략 -

- 저게 뭐예요?

그녀가 기자에게 물었다. 그녀의 손끝은 이제는 세월에 쓸려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구시대의 유물에 지나지 않는 커다란 구릿빛의 트로피를 가리키고 있었다.

- 만델라 컵이지요.

하고 웨이터가 말했다.

- 우승 트로피의 일종이죠.

웨이터는 그 동안 이 운동장에서 일어났던 일을 설명하려 했다. 그러자 그녀가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 만델라 컵이 저렇게 멋있고 아름답게 생긴 트로피를 가지고 있는 줄 몰랐는데요.

- 나도 몰랐어.

부인의 동행인 남자가 말했다.

그때 길 위에 있는 판잣집에서는 노인이 또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얼굴을 파묻은 채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소년은 미동도 없이 옆에 앉아서 노인을 지켜 보고 있었다. 노인은 만델라 컵의 꿈을 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