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 [인터뷰] 세계 최약체 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마르세유 사내들의 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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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기욤 르죈, 블라디미르 크레센조. 사진=킥스타터 페이지

축구선수의 꿈을 가졌던 모두가 축구팬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축구팬은 살면서 한 번쯤은 축구선수의 꿈을 꾸지 않았을까. 가슴에 모국 국기를 달고 월드컵에서 우승하거나, 유럽 빅클럽의 일원으로 빅이어를 드는 상상은 ‘축덕’들이면 한 번쯤은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모두가 최고의 자리에 있을 수는 없다. 현실적인 문제, 재능 부족 등의 이유로 선수의 꿈을 포기하는 이가 일 년에도 수천 명은 나온다. 그럼에도 정을 떼지 못한 대다수 사람들이 구단 직원으로서, 기자로서 또는 그저 팬으로서 이 스포츠와 계속 연을 맺고 있다.

 

프랑스 출신 축구기자, 블라디미르 크레센조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축구기자라는 그의 현 직업이 말해주듯, 그도 어렸을 적엔 축구선수를 지망한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한계에 부딪힌 크레센조는 결국 13세의 나이에 축구화를 벗어야만 했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크레센조는 친구 기욤 르죈과 함께 ‘챔피언스리그 경기 출전’이라는 못다 한 꿈을 이루기 일보 직전까지 왔다. 당연히 유럽은 아니다. 둘은 축구 변방 오세아니아, 그 중에도 최약체로 평가받는 아메리칸 사모아로 눈을 돌렸다. 19년 전에 호주에게 31-0으로 진, 그 아메리칸 사모아 말이다.

 

크레센조와 르죈의 행선지는 팡고 유스 (Pago Youth) 다. 팡고 유스는 자국 리그에서는 통산 8회 우승을 거둔 강호지만, OFC 챔피언스리그에선 아직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 선수들은 전부 생업과 운동을 병행하며, 외국인, 특히 비오세아니아 선수를 볼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들은 누구이며 또 어쩌다가 이 미치고도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고안해냈을까.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린 블라디미르 크레센조에게 그 뒷배경을 물었다.

팡고 유스 스쿼드. 사진=FFAS

반갑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기욤 (르죈)과 나는 마르세유에서 태어나 자란 28살 동갑내기 친구이다. 나는 스포츠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기욤은 사업가이다. 기욤은 윙이며, 나는 공격형 미드필더다.

 

지금은 축구기자라는 생업이 있지만, 15년 전만 해도 선수로 활동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6살 때부터 13살 때까지 여러 로컬 유소년팀을 전전했다. 최종적으로는 지역리그 레벨까지 밟아보고 은퇴했다. 기술은 갖추고 있었으나 신체조건이 문제였다. 거기에 당시에는 축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일주일에 여러 번 진행되는 훈련, 그리고 이어지는 경기들에 지쳤었다. 휴식이 필요했다. 어쨌든 간에, 나는 절대 프로 선수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학업이나 다른 활동에 더욱 집중했다. 물론 그 후에도 친구들과 재미로 가끔 공을 차곤 했다.

 

어쩌다 기자라는 직업을 택했는가? 축구에 대한 열정 때문인가?

 

솔직히 말해서, 내가 기자가 된 이유는 오로지 축구와 스포츠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내 본래 전공은 법이다. 하지만 법조인이 된 내 모습을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당시 학업을 병행하면서 개인 축구 블로그를 운영했고, 이 경험 덕분에 망설이지 않고 법학 공부를 포기할 수 있었다. 졸업을 단 1년만 남겨두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 길로 곧장 언론 대학 입학시험을 보러 갔고, 다행스럽게도 결과는 합격이었다.

 

언론을 공부하던 시절 FC EJCAM이라는 동아리 축구팀에서 뛰었다고 알고 있다. 13살에 은퇴한 후 첫 팀이었는데, 그때의 경험에 대해 더 말해달라.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수가 11대11 경기를 한동안 치른 적이 없거나 아예 비선출인 팀이었다. 거기에 우리 상대는 보통 스포츠 계열 학부 팀이었는데, 그들은 우리보다 축구를 더 꾸준히 해온지라 꽤나 고생했다. 그래도 다시금 라커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인 일화도 기억난다. 한 번은 프랑스 전역에 있는 14개 저널리즘 스쿨의 축구 동아리가 경쟁하는 토너먼트에도 참가했었는데, 개최지까지의 여정은 버스로 16시간은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첫 경기 상대는 내 직전 학교 팀이었고, 난 시작하고 15분 만에 부상으로 빠져야만 했다. 그날은 온종일 혼자 병원에서 보내야만 했다.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팀이 8강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지는 못해서 다행이랄까.

 

넥스트 골 윈즈 포스터. 올해 할리우드 리메이크판 개봉이 예정되어 있다. ‘무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에 ‘무려’ 마이클 패스밴더 출연. 사진=IMDB

 

통가나 모리셔스 등, 다른 약소 리그를 택할 수도 있었는데, 왜 하필 아메리칸 사모아인가? 그리고 왜 팡고 유스인가?

 

프랑스의 해외 영토인 타히티와 누벨칼레도니를 연고로 하는 팀이 오세아니아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는지라, 프랑스인으로서 매년 그 대회를 챙겨봤었다. OFC 챔스는 특별한 매력이 있는 대회다. 오직 뉴질랜드 팀만 프로-세미프로 상태이고 그 외 국가는 아직 아마추어다. 그리고 오세아니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마추어팀이 대륙 대회를 우승하는 걸 볼 수 있는 대륙이다.

 

아메리칸 사모아는 그런 오세아니아에서도 가장 약한 국가다. 그것은 곧 선수 경력이 일천한 우리가 뛸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이야기고, 또 우리 같은 아마추어들도 받아줄 곳이라는 의미다.

 

덧붙여, 아메리칸 사모아를 목적지로 택한 데에는 다큐멘터리 ‘넥스트 골 윈즈’ (Next Goal Wins)의 영향도 컸다. 아메리칸 사모아 국가대표의 첫 공식 A매치 승리를 이끈 네덜란드 출신 토마스 론겐 (Thomas Rongen) 감독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인데, 정말 큰 감명을 받았었다. 국가대표뿐만 아니라, 팡고 유스 같은 클럽의 하루하루는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다. 아직 OFC 챔스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구단이니만큼 더더욱 말이다. 팀의 역사적인 대륙 대회 첫 승의 현장에 함께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아메리칸 사모아 리그는 타 리그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아메리칸 사모아는 2021 OFC 챔스에 참여하는 팀이 2020시즌 자국리그 우승팀이 아닌 2019시즌 우승팀이다. 덕분에 상대팀이 누구일지 시간적 여유를 갖고 파악할 수 있고, 또 프로젝트 준비에도 여유가 생긴다.

 

처음 기욤에게 이 프로젝트에 대해 말했을 때, 그의 반응은 어땠나?

 

기욤은 내 제안을 듣자마자 마음에 들어 했다. 그도 워낙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수락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팡고 유스 구단과는 어떻게 연결되었고,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나?

 

작년 9월에 구단 회장 실라 사무엘루 (Sila Samuelu) 에게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 우리가 비선수인 사실, 여정을 다큐멘터리로 찍고 싶다는 야망 등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우리의 실력 수준을 솔직히 밝혔음에도 그는 우리의 제안에 관심을 보였고, 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물론 공짜는 없다. 뛰고 싶다면 경쟁을 통해 그 자리를 쟁취해야 한다. 지난 6달간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피지컬을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저 SNS로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하는 것에 그칠 만도 한데, 다큐멘터리를 찍는다고?

 

스포츠 기자로 몇 년간 일해와서 그런지, 오랫동안 이 여행을 기억할만한 무언가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아까 언급했던 ‘넥스트 골 윈즈’ 처럼, 큰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것 말이다. 단순히 SNS에만 우리의 여정을 기록하는 데에 그치는 것 보다는 이쪽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SNS도 적극 활용할 것이다.

 

그 길로 당장 언론학부 동기인 레아에게 촬영을 담당해줄 수 있냐고 연락을 넣었고, 고맙게도 그녀는 내 부탁을 흔쾌히 수락해줬다. 레아의 카메라가 바로 시청자의 눈인 만큼, 이번 여정에서 그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몰입감 넘치는 다큐멘터리, 그리고 매일 진행될 SNS 소통을 통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보여주고 싶다.

블라디미르 크레센조. 건강해보인다. 사진=킥스타터 페이지

합류 전까지 몸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지역 클럽팀에 입단했다고 들었는데.

 

현재는 11부리그 소속인 SCO 생트마르게리트 (SCO Sainte-Marguerite)에서 운동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훈련을 진행하며, 주말에는 경기를 소화한다. 그 외에도 신체적인 면을 도와줄 개인 코치도 고용한 상태다.

 

경비 충당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5월 25일 시점) 18일 동안 $4,000을 모았고, 앞으로 $6,000만 더 모으면 목표치를 달성하게 된다. 현재까지 추세를 보면 무난하게 원했던 액수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 (주. 6월 1일 현재 총 $7,374를 모금했으며 약 $3,000만 더 모으면 목표치에 도달한다.)

 

모금액은 주로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한 오디오/카메라 장비 구비에 사용될 예정이다. 한 푼 한 푼이 중요한 상황이다.

 

만약 목표금액에 도달하지 못하면 프로젝트는 무산되는 건가?

 

아니다. 그럴 경우엔 스폰서를 찾아 자금을 메꿀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하다.

 

영화제에 출품할 수 있는 퀄리티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의 목표다.

 

혹자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혹자는 장난하지 말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남자의 도전은 무모할지언정 가볍지는 않았다. 이 여행은 크레센조와 르죈에게는 못다 한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뤄줄 ‘모험’이다. 축구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던 13세 소년은, 이제 번듯한 28세의 청년이 되어 꿈의 무대를 노크하고 있다. 축구화 앞에서 그들은 아직 꿈많은 소년이었다. 이 여정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라면서.

 

 

(좌측부터) 기욤 르죈, 블라디미르 크레센조. 사진=킥스타터 페이지 축구선수의 꿈을 가졌던 모두가 축구팬...

 

https://www.kickstarter.com/projects/1766026410/the-other-champions-league-lautre-ligue-des-champions?ref=project_build

One goal, travel the world to play a soccer Champions League. Un voyage au bout du monde pour jouer u...

 

킥스타터 페이지

 

 

댓글 5

챠디 2020.06.03. 15:01
아방뜨 전용 포르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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