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 [리뷰] 인천 유나이티드 23라운드 후기: '인천공포증' 재등장, 역사에 남을 6대0 대승

  • 심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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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https://blog.naver.com/sjk101/222102898953)

 

인천은 정규 라운드 마지막 경기에 울산을 홈으로 불러들여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려 했으나 0-1로 석패하고 만다. 리그 1위인 울산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였으나 주니오의 한 방에 의해 실점했고, 경미한 부상으로 인해 결장한 무고사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서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하지만 패배한 팀 치고 인천의 분위기는 이상하리만큼 평온했고, 담담히 패배를 받아들이면서 파이널 라운드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울산과는 전력차가 있기도 했고, 인천이 이전 경기들을 통해 보여준 상승세로 인해 파이널 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연한 팀 분위기와 함께 인천은 파이널 라운드 첫 경기를 치르기 위해 탄천으로 떠난다. 2라운드 이후 4개월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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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자 탄천)

 

이 경기가 열리기 전 날, 수원이 서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게 되면서 인천은 수원과의 승점이 6점차로 벌어지게 된다. 인천에게 압박감이 느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선발 라인업이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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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윤이 부산전 레드 카드 징계에서 복귀했고, 무고사도 부상에서 돌아왔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라인업이었다. 그런데, 경기는 2분만에 예상과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인천의 전방 압박, 연제운의 이른 퇴장:

인천은 이전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다르게 휘슬이 울리자마자 성남을 강하게 압박했다. 무고사와 아길라르는 전방에서부터 성남의 수비를 압박했고, 김도혁과 김준범이 그 뒤를 받쳐주었다. 정동윤과 김준엽의 위치도 평소보다 높았고 이는 최전방으로 압박이 들어가는 거리를 줄여 놓기 위함으로 보였다. 이 전략은 전반 2분만에 효과를 본다. 무고사가 최전방에서 연제운에게 압박을 가하며 볼을 탈취했고, 연제운은 무고사를 저지하려다가 파울을 범했다. VAR판독 결과, 명백한 득점 기회 저지로 인한 레드 카드가 선언되었고 인천은 전반 5분만에 유리한 상황에 서게 되었다.

인천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수적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인천의 미드필더들은 자유롭게 볼을 돌리면서 빌드업을 시도했고, 측면의 정동윤과 김준엽은 계속해서 침투를 시도했다. 김도혁은 아길라르와 위치를 바꿔가면서 빌드업에 도움을 주거나 좌측 하프스페이스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김준범은 김도혁보다는 전방에서 성남 수비의 배후로 침투하려는 모습이었고, 무고사는 전방에서 볼을 받아줌과 동시에 압박을 시도하면서 공격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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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11분만에 이 전략은 효과를 보았다. 아길라르가 3선에서 띄워준 볼이 성남 수비 맞고 김준범에게 연결되었고, 김준범은 좋은 터치와 마무리로 인천에서의 데뷔골을 성공시켰다. 첫 골을 실점한 이후 성남은 무너진 밸런스를 잡기 위해 유인수를 빼고 안영규를 투입하지만, 투입 후 10분도 지나지 않아 코너킥 상황에서 아길라르가 올려준 볼을 무고사가 머리로 돌려넣으면서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인천은 11대 10이라는 수적 우위, 두 골 차로 앞서고 있는 스코어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본인들이 원하는대로 플레이를 전개했다. 이미 성남의 밸런스가 무너져있었기 때문에 인천은 어렵지 않게 볼을 돌리면서 상대를 압박할 수 있었다. 천천히 볼을 돌리면서 상대의 빈틈을 노리다가 틈이 보이지 않으면 다시 수비진이나 반대편으로 전환을 시도했고, 반대편의 윙백은 근처의 선수들과 원투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성남의 측면을 파고들었다. 전반 막판에는 오반석이 미드필더 위치까지 올라오면서 빌드업에 가담하는 모습이 보였고, 인천은 중원에서의 장악력을 더 높게 가져갈 수 있었다.

기록적인 스코어:

전반이 끝난 뒤, 인천은 오반석을 빼고 김성주를 투입한다. 정동윤이 좌측 스토퍼로 위치를 옮겼고, 김성주는 좌측 윙백 자리에 들어가게 된다. 공격 상황에서 정동윤은 왼쪽으로 넓게 벌리면서 전진했고 김성주가 오버래핑하는, 사실상의 백4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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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우는 김도혁의 중거리 골 이후 투입)

 

이미 2골이나 앞서 있는 인천은 급할 것이 없었다. 성남이 골을 넣기 위해 라인을 조금만 올리면 오히려 그 뒷공간을 쉽게 이용했고, 선수들 개인의 폼 또한 최고조로 올라와있었다. 김도혁의 원더골 중거리 슛 한 방으로 사실상 게임은 끝났고, 성남에겐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 계속되었다. 김도혁은 전방 압박으로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며 추가 골을 성공시켰고, 무고사도 두 골을 추가로 넣으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6대0. 인천 구단 역사상 최다 득점이었고 최다 골차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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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이 날 748번의 시도 중 671번의 패스를 성공시키며 89.7%의 패스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는 이번 라운드 1부리그 팀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671회의 패스 성공도, 2위인 포항(574개)보다 100개 가량 앞선 기록이었다. 인천이라는 팀이 이렇게 많은 패스를 기록하는 것도, 상대 팀보다 두배 이상의 점유율(67.5%)을 기록하는 상황도 팬들에겐 낯선 결과였을 것이다.

문지환은 중원에서 인천이 볼을 점유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많은 동료 미드필더들이 전진할 때 중원에 남아 볼을 받기 쉬운 곳으로 계속해서 움직임을 가져갔고, 볼을 받아 줄 곳이 없으면 반대편으로 길게 전환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문지환은 이 날 110개의 패스 시도 중 105개를 성공했으며(패스 성공률 95%), 이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횟수였다. 문지환의 옆에서 빌드업을 보조해주는 역할은 김도혁과 아길라르가 번갈아서 맡았다. 두 선수 모두 위아래로 오르내리면서 문지환 옆에서 공간 점유에 도움을 주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볼을 달고 전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김도혁과 아길라르는 중원에서 볼을 받아 전방까지 밀고 올라가면서 성남 수비진에 균열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김준범은 보다 배후 침투에 무게를 둔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김준범 대신 교체투입된 송시우가 이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전반에는 정동윤이 김준엽보다 높은 위치에서 침투나 빌드업에 가담했고, 김성주의 투입 이후에는 김준엽이 보다 높이 전진해서 공격을 시도했다. 김성주는 높은 위치까지 침투하기보다는 밸런스를 잡아주면서 미드필더 위치에 머물렀고, 백3 위치로 내려간 정동윤이 피지컬적으로 곤란한 상황이 오지 않도록 옆에서 보조해주었다.

무고사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9월에만 두 번의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기록을 세웠다. 인천 통산 44골로 역대 인천 최다 득점자가 되었고, K리그 통산 50공격포인트(53포인트)를 기록하게 되었다. 시즌 초반 부진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무고사는 결국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팀의 레전드가 되고 싶다고 직접 밝혔다.

그 외:

인천은 6골을 넣으면서 부산과 승점과 다득점에서 동률을, 득실차에서 우위를 가져가면서 113일만에 12위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다. 대량 득점, 무실점, 탈꼴찌, 그리고 10년 전 탄천에서 겪은 0-6 대패를 갚아주는 등 많은 수확이 있었던 경기였다. 가을이 돌아오면서 '인천 공포증'이 K리그에 퍼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네 경기가 남아 있고, 다음 상대는 박건하 감독 부임 이후 분위기 반등에 성공한 수원이다. 안심하긴 이르다. 방심하지 않고 성남전 보여준 경기력을 남은 경기에서 보여준다면, 진짜로 파이널 B 그룹이 '인천 공포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지도 모른다.

 

 

https://blog.naver.com/sjk101/222102898953

 

팟캐스트 FC철학: http://www.podbbang.com/ch/1772853

 

그리고 히든인천(6대0 특집 방송 예정)

댓글 1

복분자 2020.09.29. 15:51
잘봤습니다 히든인천도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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