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해축백일장] 이적료 깎던 빡빡이

벌써 수 개월 전이다. 내가 갓 슈크리냐르를 내놓은 지 얼마 안 돼서 영입의사를 받을 때다. 북런던에서 빡빡이가 온다기에, 픽업하기 위해 일단 말뻰싸 공항에 가야 했다. 도착 게이트에서 머리가 번쩍이는 빡빡이가 있었다. 센터백을 한 명 사 가지고 가려고 하기에 팔려고 흥정을 했다. 값을 굉장히 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비싸게 사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나가리 된 센터백 하나 가지고 째째하게 굴겠소? 비싸게 파려거든 다른 데 가 파우."

대단히 쪼잔한 빡빡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비싸게나 사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고민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사가려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생각해 보고 저리 생각해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45m 파운드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데드라인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스왑딜 할 생각은 없으니 그만 사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선수도 제 값해야 선수지, 판다고 재촉해봐야 잘 팔리겠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팔 사람이 적당하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오? 빡빡이, 외고집이시구먼. 데드라인 얼마 안 남았다니까요."

빡빡이는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파우. 난 안 사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팔 구단도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협상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협상만 조진다니까. 선수란 제대로 거래해야지. 막 사다가 조지면 쓰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깎던 선수를 숫제 검색창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스카우팅 리포트를 뒤지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선수를 내려놓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선 임대 후 완전이적에 포이스랑 스왑딜 어떻소?"

"씨발년아"

나는 방망이로 빡빡이의 대가리를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