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 동구권 축구의 몰락과 원인에 관하여

※ 주의 : 이 글은 글쓴이의 추측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으며, 정치적, 상황적 설명에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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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이후, 현대 축구의 시초는 1960년대 정도에 완성 되었다고 본다. 물론 1950년대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를 중심으로 한 레알 마드리드의 유로피언컵 5연패도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챔스(유로피언컵)-월드컵-유로 3개 대회가 축으로 자리잡은 시기이며, TV의 보급으로 인해 축구가 대중에게 가깝게 접근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당시, 축구의 중심은 지금처럼 서유럽이 아닌 서유럽,남미,동유럽이 천하를 3분하는 듯한 시대였다. 현재 서유럽과 남미는 축구의 두 축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동유럽은 과거의 영광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거 푸스카스, 코치슈, 드라간 자이치, 플로리안 알베르트, 레프 야신 등 명 선수들을 배출했고, 유로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던 동유럽 축구는 왜 과거의 명성을 잃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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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주도 정책

동유럽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소련 공산주의의 영향력 아래 놓였다.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시기를 '프롤레타리아 독재' 시기로 명명한다. 당이 중심으로 국정을 주도하는 형태이다. 즉 당의 최고 권력자 (소련의 경우는 당 서기장)가 최고 권력자로 군림하던 시기였다. 대부분 독재자들은 국민의 관심을 정치에서 떨어뜨린다. 우리나라도 3S (sex, sports, screen)정책을 시행한 바가 있다. 즉, 스포츠에 대한 투자는 국민의 관심을 돌리는 방법이자 냉전 체제하 공산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할 수 있는 좋은 무기였다. 공산주의 체제 국가들은 이를 위해 스포츠에 대대적인 관심을 쏟았다. 특히 공산주의 국가의 1,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소련과 유고슬라비아는 유로 대회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올렸다.

이 당시 세계 최고의 팀은 푸스카스, 보직, 코치슈가 중심이 되는 헝가리 팀이었다. 자이치, 마조푸스트, 야신 등 세계최고의 선수들도 지속해서 나왔다. 이런 추세는 조금씩 약화되긴 했지만, 1986년 이고르 벨라노프(소련)가 발롱도르를 수상했을 때까지는 유효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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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공산주의의 몰락은 계획경제로 인한 국력과 자본의 차이가 한 원인으로 꼽힌다. 공산주의 국가는 사유재산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스포츠 팀들은 국가의 소속이었다. 푸스카스의 팀인 혼베드의 경우 소유주가 헝가리 국방군 이었다. 선수들은 군인 계급을 받았고, 푸스카스는 소령 계급이 주어졌다. 소속팀이 국가의 소유이므로, 국력에 따라 전력이 결정된다. 냉전 초기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이 첨예했을 시기에는 전력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자본주의 진영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인해 정치 혼란과 자본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면서 우수한 선수들이 자본주의 국가 리그로 유출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는 1980년대 부터 심화되었다. 비록 다사예프, 벨라노프 등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도 소련에 존재했으나, 이미 보니에크(폴란드)가 유벤투스로 이적하는 등 인재들의 해외 유출이 심화되었다. 이 당시 동유럽권 선수나 코칭 스태프들이 우리나라로 많이 오기도 했다. 아나톨리 비쇼베츠, 신의손(발레리 사리체프)이 대표적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인재 유출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유출된 인재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유출된 인재로 인해 자기들은 몰랐던 노하우를 흡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신의손으로 인해 골키퍼의 중요성을 알게 된 이후, 골키퍼 육성의 비중이 높아졌다. 서유럽 역시 다른 체제, 다른 문화에서 온 선수들로 인해 또 다른 축구를 접하면서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당장 덕을 보지 못하더라도, 이민이나 망명해 온 사람들의 자손이 국가대표로 선출되는 경우도 있다. 독일의 포돌스키나 클로제는 망명해온 폴란드 이민자의 자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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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혼란

자본의 성장은 정치 안정 이후에 가능하다. 매일 쿠데타와 정권 교체가 벌어지는 국가의 경제 정책이 일관적일 수 없다. 미국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주가가 요동치는 것과도 일맥 상통하다. 경제와 정치는 뗄 수 없는 관계다. 경제적인 면이 아니더라도, 정치 환경 때문에 자신의 신변과 커리어가 위협받는다고 생각된다면, 선수가 유출되는 경우도 흔하다. 샤흐타르의 선수들이 유로마이단 사태로 인해 불안감에 떨며 팀을 떠나는 것을 고려한 것과 같다.

'매직 마자르'라고 불리며 세계 축구를 지배했던 헝가리는 정치 환경 때문에 몰락했다. 1956년 헝가리에서 반소련 혁명이 일어나며 내부 혼란이 극심했다. 축구 선수들 역시 국내의 혼란스러운 정치 환경 때문에 망명을 선택했다. 푸스카스도 이 당시 망명을 선택했다. 그러나 규정 상 2년 동안 축구를 할 수 없었다. 코치슈나 치보르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그 당시 헝가리 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만큼 2년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모든 망명 선수들이 그들 같을 수는 없었다. 망명에 실패하거나, 소련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인해 신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국가대표팀의 소집 역시 요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헝가리는 1962, 1966년 월드컵에서 5위, 6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보였지만, 그 이후 국제대회 성적은 보잘것 없다.

소련 역시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 정책으로 인해 정치적/사상적 갈등을 겪었다. 이는 소련 해체로 이어졌고 선수 수급과 경제, 리그 안정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현재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순위는 유럽 7위다. 비록 동구권 팀들이 까다로운 팀으로 분류되지만, 그것은 지리적 영향 때문이지 전력 때문이 아니다.

물론 네드베드, 쉐브첸코, 모드리치 등 소련 붕괴 이후 세계적 선수가 동구권에서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주목받은 것은 다른 국가로 이동한 이후였다. 동구권 국가들은 이제 큰 무대로 넘어가기 위한 발판 역할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1990년대 까지만 해도 동구권팀들은 무시할 수 없는 팀이었다. 하지의 루마니아, 스토이치코프의 불가리아 등 국제대회에서 인상적이었던 팀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기에는 부족했다. 1980년대 부터 동구권 뿐만 아니라 남미 역시 비슷한 이유로 인해 몰락하며 서유럽으로 축구의 축이 넘어갔다. 앞으로 축구의 중심이 이동할 수 있을까? 30년 동안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기는 힘들어보인다. 1980년대가 축구의 클래식으로 꼽히는 이유는 동구권-서유럽-남미의 세력 균형이 마지막으로 유지되던 시대였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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