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 우리가 사랑한 스트라이커 - 필리포 인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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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밀란에는 많은 레전드 스트라이커들이 있었다. 노르달, 알타피니, 반 바스텐, 비어호프, 쉐브첸코 등이 밀란을 거친 스트라이커 선수들이다. 그러나 AC밀란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트라이커는 앞서 언급된 선수들보다 ‘한 수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필리포 인자기’이다. 유스 출신도 아니며, 부상으로 날린 기간도 제법 길었고 뭐 하나 특출난 면이 없어보였던 인자기가 가장 사랑받는 스트라이커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인자기의 플레이스타일은 소위 ‘주워 먹기’다. 이는 몸싸움도 약하고, 키도 크지 않고 주력과 드리블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팬들이 ‘사람으로서’ 이입하기 참 좋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지만) 나랑 신체능력이 비슷한 거 같고 골만 넣는 거라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플레이를 한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선수는 굉장히 저평가 받는 편인데, 인자기는 매우 사랑을 받는다. 그 이유는 인자기는 축구의 원초적인 면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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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기의 골 셀레브레이션은 항상 열정적이다. 관광 경기에서 추가골을 넣고 열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가 상대 선수들을 자극했던 적도 있다. 비에리는 ‘엉덩이로 골 넣고도 저런 반응 보이는 선수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자기의 골 셀레브레이션은 ‘어느 상황에서나 골은 즐거운 것’ 이라는 명제를 깨닫게 해준다.

생각해보자. 인자기의 플레이스타일이 쉬워 보이지만, 직접 스트라이커로 뛰어보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자기는 항상 좋은 위치를 찾아 끊임없이 움직인다. 퍼스트터치가 안 좋으면 빠른 슈팅도 불가능하고, 슈팅의 정확도가 있어야 백발백중의 결정력을 보일 수 있다. 즉 우리는 인자기의 플레이스타일을 따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골이든 넣기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 골을 넣으면 희열과 뭔가 끓어오르는 감정을 느낀다. 그것이 결승골이 아니라 별로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골이라도 말이다.

메시, 호나우두 같은 선수들은 너무나 초월적인 기량으로 쉽게 득점을 한다. 그들을 보고서도 많은 감정을 느끼지만 그것은 ‘경외감’이지 ‘희열’은 아니다. 그들의 재능은 일반인들과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따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자기는 우리가 할 수 있어 보이는 스타일로,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표출하기 때문에 조금 더 정감이 가는 요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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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기의 플레이스타일은 (득점 상황에 한정해) 나름 보는 맛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상 못한 고통은 두배로 느끼는 법이라는 말도 있듯이, 인자기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 골을 넣고 포효하는 모습에 좌절하는 상대 팀의 반응을 생각해보자. 아니면 엉덩이에 맞고 골이 들어가거나, 공이 튕겨서 인자기 앞으로 향하는 상황도 좋다. ‘뭐 저렇게 골이 들어가’ ‘쟤는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상대가 느끼는 분노와 어이없음의 정도만큼, 우리 팀 팬들이 느끼는 고소함도 두 배가 된다.

인자기는 축구의 원초적인 감정과 명제에 충실한 선수였다. ‘멋있게 넣든 주워 먹든 같은 골이다.’ ‘한 골이라도 더 많이 넣는 팀이 이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골은 어떤 상황에서 넣더라도 기쁘고 즐거운 것이다.’ 이것이 인자기를 지금까지 사랑받고 기억되는 스트라이커로 만든 것이 아닐까.

 

 

 

댓글 3

켕거루 2021.04.02. 08:21
0607 챔결때도 골 넣는 거 진짜 하나같이 골때리는데 골냄새가 너무 기가 막혀서 좋아할 수 밖에 없었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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