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 풋볼 레전드 스토리 3편 - 시대를 앞서간 완성형 공격수 에르난 크레스포

서문

 

 

축구팬들에게 아르헨티나 축구 역사상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현대 축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한 크루이프에게 묻는다면 이야기가 다를 것이다. 그는 1998 프랑스 월드컵 당시 크레스포와 바티스투타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 선수는 이인자로 썩기에는 너무나 훌륭한 재원이다. 특히 일인자가 바티라면 더더욱 아까운 재원이다. 내가 1998년 아르헨티나 감독이었다면 이 선수를 주전으로 기용했을 것이고, 그랬으면 우승은 프랑스가 아니라 아르헨티나가 차지했을 것이다."

"이런 훌륭한 선수를 놔두고 겨우 바티스투타 따위를 중요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어리석었다. 8강에서 탈락해도 싸다."

바티스투타에겐 굉장히 과격한 평가지만 그만큼 이 선수가 다양한 부분에서 우수한 선수임을 알려주는 평가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투 톱 시스템이 대세였는데 뛰어난 볼 컨트롤과 드리블을 활용해 상대 수비진을 교란하는 판타지 스타와 압도적인 피지컬이나 위치 선정을 활용해 득점에만 치중하는 스트라이커로 운용했다.

이 선수는 두 가지 역할에서 모두 훌륭했지만 판타지 스타로서의 역량은 클라우디오 로페스보다 떨어졌으며 포처로서의 역할은 바티스투타에게 밀려나 대표팀에서 중용받지 못했다. 반대로 연계와 득점은 물론 공격수에게 적극적인 수비 가담까지 요구하는 오늘날이었으면 이 선수는 레반도프스키나 케인처럼 굉장히 중용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오늘 소개할 이 선수는 바로 에르난 크레스포다.

 


 

프로필

 

 

사진 출처: 법정스님의 소유

 

선수이름: 에르난 크레스포

출생일: 1975년 7월 5일

국적: 아르헨티나

신체조건: 키 184cm / 78kg

포지션: 스트라이커

 


 

커리어

 

 

크레스포는 아르헨티나 플로리다 지역에서 태어났으며 아르헨티나의 명문 리버 플레이트에서 1군 무대에 데뷔했다. 데뷔 시즌에 25경기 16골을 득점하며 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명성을 쌓았다.

1996년에, 리버 플레이트에서 크레스포는 아리엘 오르테가, 엔조 프란체스콜리와 삼각 편대를 구성해 남미의 챔피언스리그 격인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에서 만난 상대는 콜롬비아의 아메리카 데 칼리였다. 결승전 1차전에서는 아메리카 데 칼리가 1-0으로 이겼지만 결승전 2차전에서는 에르난 크레스포의 멀티골로 리버 플레이트가 역전 우승을 이룬다.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전에서의 크레스포 (사진 출처 트위터 90Footballs)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6골을 득점하며 브라질의 와일드카드 베베투와 함께 대회 득점왕에 올라 팀의 결승 진출과 은메달 획득에 크게 공헌했다. 이러한 활약상들을 인정받아 이탈리아의 신흥 강호 파르마에 입단하며 유럽 무대에 입성한다.

파르마에서도 엔리코 키에사와 공격 조합을 구성하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리그인 세리에에서도 매 시즌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잘 적응했다. 이때의 활약으로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소집되었지만 대표팀 선배 바티스투타에게 밀려 백업 멤버로 기용되었다. 이후 1998-99 시즌에는 코파 이탈리아와 UEFA컵을 더블 우승했으며 피오렌티나와 코파 이탈리아 결승전 2연전에서 모두 득점에 성공했으며 UEFA컵 결승전 마르세유전에서도 선제골을 기록했다.

 

UEFA컵 우승 트로피를 드는 크레스포 (사진 출처: UEFA 유로파 리그 공식 트위터)


1999-2000 시즌에는 무려 22골을 득점하며 셰브첸코, 바티스투타에 이은 세리에 득점 순위 3위를 기록했다. 그것도 득점왕 셰브첸코와는 두 골 차이였으며 2위 바티스투타와는 한 골 차이였다.

크레스포는 파르마에서 리그 정상급 선수임을 증명했으며 무려 5500만 달러의 기록적인 이적료로 이탈리아의 챔피언인 라치오로 이적한다. 당시 이적료 최고를 갱신한 루이스 피구 다음가는 이적료였다. 라치오에서도 이적료 값을 톡톡히 하며 팀이 우승 경쟁을 할 수 있게 공헌했으며 호나우두, 셰브첸코, 비에리, 바티스투타 같은 스타들이 즐비한 세리에 A에서 그들을 모두 제치고 32경기에 출전해 26골을 득점하며 득점왕에 오른다.

하지만 2001-02 시즌에 라치오는 부실한 구단 운영으로 몰락했으며 에릭손 감독은 잉글랜드 대표팀으로 떠났고 그 자리에 오른 조프 감독은 무능한 운영으로 시즌 도중 경질되었으며 대체자로 온 자케로니도 부진한 활약을 보였다. 그리고 네드베드와 베론을 팔고 대신 영입한 멘디에타의 부진으로 크레스포도 22경기에 출전해 13골을 득점하는데 그쳤으며 팀은 리그 6위로 몰락한다. 그리고 이때의 여파로 크레스포는 한일월드컵에서도 조커로 기용된다. 조커로 기용되면서도 조별 리그 마지막 스웨덴 전에서 동점골을 뽑아냈으나 팀의 조별 리그 탈락은 막지 못했다.

 

라치오 시절 크레스포는 세리에 A 득점왕에 올랐다. (사진 출처: The Laziali)


이후 크레스포는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호나우두의 대체자로 인터 밀란으로 이적하지만 잦은 부상과 적응 실패로 리그 18경기 7골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다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2경기 9골을 득점하며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다.

이후 크레스포는 첼시로 이적한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보였으며 2004-05 시즌에는 마르세유에서 이적한 드로그바에 밀리며 AC 밀란으로 임대를 간다. 다만 밀란에서도 기복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임대 복귀한 첼시에서도 디디에 드로그바와 로테이션으로 출장해 리그 10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클럽에서의 부진과는 반대로 국가대표팀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주포로 활약하며 3골을 득점했으며 대회 올스타 팀 23인에 들었다. 공격수 부분에서는 앙리, 클로제, 토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06 월드컵에서 메시와 함께. 이 투톱이 메시의 전성기 시절에 가동되었다면 어땠을까? (사진 출처: mundoalbiceleste.com)


2006-07 시즌에는 만치니 감독의 부름을 받아 인터 밀란으로 임대 이적했다. 서브 멤버로 활약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탈선하며 경기에 뛸 몸상태를 만들지 못한 아드리아누를 대신해 주전으로 활약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함께 투 톱을 구성하며 리그에서 14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시즌이 종료된 이후 코파 아메키라에서 메시, 리켈메와 삼각 편대를 이루며 주전으로 활약하며 조별 리그에서 2경기 3골을 기록했지만 콜롬비아 전에서 부상으로 이탈하며 팀이 결승에서 브라질에게 대패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부상으로 인해 2007-08 시즌에는 훌리오 크루즈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하지만 서브로서 활약은 준수했기에 2008-09 시즌 첼시와의 계약이 만료된 뒤 인테르로 이적해 백업 멤버로 내려간다. 하지만 2008-09 시즌에는 주어진 기회도 잘 살리지 못하면서 2009-10 시즌에 제노아로 이적했으나  반 시즌 만에 친정팀인 파르마로 돌아가 2011-12 시즌까지 보내다가 은퇴한다.

클럽

1993-1996 리버 플레이트: 84경기 36골
1996-2000 파르마: 151경기 80골
2000-2002 라치오: 73경기 48골
2002-2003 인터 밀란: 30경기 16골
2003-2008 첼시: 73경기 25골
2004-2005 AC 밀란 (임대): 40경기 17골
2006-2008 인터 밀란 (임대): 69경기 27골
2008-2009 인터 밀란: 17경기 2골
2009-2010 제노아: 21경기 7골
2010-2012 파르마: 50경기 14골

클럽 통산: 608경기 272골

국가대표팀

1995-2007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 64경기 35골

 


 

플레이 스타일

 

 

'시대를 앞서 나간 완성형 공격수'

 

 

스트라이커의 기본인 빠른 주력을 활용한 라인 브레이킹 능력과 뛰어난 양발 슈팅력을 겸비했으며 강력한 몸싸움 능력과 점프력을 바탕으로 하는 훌륭한 헤딩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득점력이 매우 훌륭했다. 애초에 세리에 7 공주라 불리던 치열한 시기에 리그 득점왕을 수상한 공격수다.

거기에 추가로 강력한 몸싸움과 폭넓은 활동량을 활용해 파트너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에도 능했으며 수비 가담도 적극적으로 했다. 자신에게로 수비수를 유인한 뒤 뛰어난 패스 센스로 파트너에게 찬스 메이킹을 했으며 동료를 이용한 연계 플레이에도 능했다. 강력한 피지컬과 뛰어난 개인기도 겸비한 완성한 스트라이커였다. 거기다가 프리킥에도 능했다.

투 톱인 시대가 아닌 원 톱인 시대에 전성기를 맞았다면 평가가 더 올랐을 공격수다. 10년만 더 늦게 태어나 메시와 함께 공격진을 구성했다면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더 나은 성적을 기록했을 가능성도 높고 본인의 평가도 많이 올라갔을 확률이 높다.

간략히 표현하자면 현세대의 완성형 공격수인 해리 케인에서 드리블을 활용한 개인기를 업그레이드시킨 공격수가 에르난 크레스포다. 묘하게 메이저 트로피와 거리가 먼 점도 비슷하다.

 

크레스포 움짤 모음집: https://www.fmkorea.com/3274976068

 


 

여담

 

 

감독직으로는 잦은 실패를 경험했으나 최근 상 파울루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상 파울루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핵심 선수인 다니엘 아우베스도 연봉 체불로 상파울루와의 계약을 파기한 상황이라 지도자로는 다시 험난한 여정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라도나의 발언으로 인해 바티스투타와 크레스포가 사이가 나쁘다는 오해를 받았지만 둘의 사이는 매우 좋아 기념사진도 찍었다.

 

크레스포와 바티스투타의 기념 사진 (사진 출처: 트위터 Roy Nemer)



자동차에 매우 관심이 많으며 축구 이외에 좋아하는 스포츠는 F1 레이싱이다. 자신의 애마인 푸른색 페라리를 매우 아낀다.

 


수상 이력

 

 

리버 플레이트

1993 아르헨티나 프리미어 디비시온 전기 리그 우승
1994 아르헨티나 프리미어 디비시온 전기 리그 우승
1996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

 

우승을 기록하는 크레스포 (사진 출처: Taringal)


파르마

1998-99 코파 이탈리아 우승
1998-99 UEFA컵 우승
1999 수페르코파 이탈라아나 우승

 

UEFA컵 우승 트로피를 드는 크레스포 (사진 출처: UEFA 유로파 리그 공식 트위터)


라치오

2000 수페르코파 이탈라아나 우승


AC 밀란

2004 수페르코파 이탈라아나 우승


첼시

2005 커뮤니티 실드 우승
2005-06 프리미어리그 우승


인터 밀란

2006 수페르코파 이탈라아나 우승
2006-07 세리에 A 우승
2007-08 세리에 A 우승
2008 수페르코파 이탈라아나 우승
2008-09 세리에 A 우승


국가대표팀

1995 킹 파흐드 컵 준우승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1998 프랑스 월드컵 8강
2002 한일 월드컵 조별 리그
2006 독일 월드컵 8강
2007 코파 아메리카 준우승


개인 수상

1993-94 아르헨티나 프리미어 디비시온 득점왕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득점왕
1998-99 코파 이탈리아 득점왕
1999 UEFA컵 결승전 MoM
1999 발롱도르 23위
2000-01 세리에 A 득점왕
2000-01 ESM 올해의 팀
2001 발롱도르 16위
2004 FIFA 100
2006 독일 월드컵 실버슈
2006 독일 월드컵 올스타 팀 23인
2006-07 코파 이탈리아 득점왕

 


 

옛날 축구 용어 해설

 

아르헨티나의 리그 체제

아르헨티나 프리미어 디비시온은 전기리그인 아페르투라와 후기리그인 클라우수라로 나뉘어 우승팀을 정한다.

킹 파흐드 컵

현세대의 컨페더레이션스컵의 전신 대회 이름이다.

 


 

블로그 박수용의 토르난테 관리자
페이스북 페이지 동네 축덕 아저씨의 축구 썰 관리자
페이스북 Futball Creator United 회장
다음카카오 브런치 작가

 

박 수용

 

원 출처: https://dongneazesoccer.tistory.com/146

댓글 4

FCU회장 작성자 2021.09.14. 16:41
 한지효
감사합니다~
댓글
모스크바 2021.09.13. 00:41
진짜 본문 내용대로면 지금 뛰었으면 메시 월드컵 우승했을 수도?
댓글
FCU회장 작성자 2021.09.14. 16:41
 모스크바
2014년에 이과인 대신 크레스포였다면 독일이 힘들었을수도 있어보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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