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 프라이부르크의 명장이자 아버지, 슈트라이히의 이야기

명장이란 무엇일까?

 

 

여러분이 생각하는 명장은 누가 떠오르는가? 오랜 시간 롱런하며 무수히 많은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린 알렉스 퍼거슨이나 주제 무리뉴를 떠올리거나 전술 트렌드를 바꾸며 축구의 새 시대를 연 리누스 미헬스나 아리고 사키, 펩 과르디올라를 떠올릴 수 있다. 아니면 상대적으로 빈약한 지원 속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낸 노팅엄의 브라이언 클러프나 오토 레하겔을 생각할 수도 있으며 리그 우승도 어려운 상황에서 중도 부임해 트레블을 이룬 한지 플리크도 그렇게 불린다.

그렇다. 그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장에 반열에 오른 뛰어난 사람들이다. 그들은 기나긴 축구사에 자신의 이름을 기록한 명장들이다.

하지만 저런 위대한 업적을 이루진 못해도 누군가에겐 명장이라 불릴 수 있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비록 모든 축구팬이 그를 명장이라 칭하진 않지만 적어도 그 구단의 팬들은 그를 알렉스 퍼거슨이나 아르센 뱅거와도 같게 생각하는 존재가 있다.

오늘날의 분데스리가에도 이런 감독이 존재한다. 최고의 명장을 거론할 때 그의 이름을 거론하는 축구팬은 적다.

하지만 적어도 프라이부르크의 팬들에게는 그가 펩 과르디올라나 위르겐 클롭, 한지 플리크보다도 소중한 존재다.

프라이부르크의 약진을 이끌고 있는 남자, 유소년 팀 감독 겸 수석 코치로 16년, 1군 감독으로 10년, 총 26년의 자신의 지도자 인생의 전부를 프라이부르크에 헌신해왔으며 지금도 헌신하고 있는 남자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그는 프라이부르크의 팬들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명장이라 불리는 한지 플리크와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프라이부르크와 함께 한 축구인생 끝에 감독에 부임하다.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는 선수 시절에 흔히 주목받지 못한 하부리그의 선수였다. 1987-88 시즌 당시 2. 분데스리가에 있던 프라이부르크를 잠시 거치기도 했는데 한 시즌만에 팀을 떠났기에 당시에는 스쳐가는 인연으로 알았을 것이다.

 

선수시절의 슈트라이히는 슈투트가르트 키커스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슈트라이히는 1994년에 중족골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없게 되자 은퇴했다. 그리고 1995년에 1. 분데스리가에서 3위를 차지한 프라이부르크 U-19팀의 감독으로 부임한다.

U-19팀에 부임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펼치기 시작했다. 유스팀에서 데니스 아오고, 외메르 토프락, 올리버 바우만 등 훌륭한 선수들을 발굴하고 육성했으며 유소년 DFB-포칼 대회에서 세 번이나 우승하며 떠오르는 차세대 감독으로서 커리어를 착실하게 쌓았다.

그런 그의 능력을 눈여겨본 신임 감독 로빈 두트에 의해 2007-08 시즌부터는 프라이부르크 1군 팀의 수석코치도 겸직하며 2008-09 시즌에는 로빈 두트를 보좌하며 프라이부르크의 2. 분데스리가 우승과 1부 리그 승격에 기여한다.

 

슈트라이히와 그를 알아봐 준 로빈 두트


이후 두트를 보좌하며 차근차근 경험을 쌓았으나 두트는 프라이부르크보다 더 큰 클럽이자 2010-11 시즌 분데스리가 준우승 팀인 레버쿠젠으로 둥지를 옮기고 신임 감독 마르쿠스 조르크가 오자 그를 보좌했다.

하지만 마르쿠스 조르크는 최악의 부진으로 경질되었는데 조르크의 성적은 17경기를 치르고도 승점 13점에 불과했고 이에 지쳐 팀 내 주포이자 분데스리가 득점왕 경쟁을 하던 파피스 뎀바 시세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한다.

슈트라이히는 조르크를 대신해 감독직에 오르게 된다. 슈트라이히는 겨울 휴식기 동안 팀을 빠르게 수습하고 자신의 1군 감독 데뷔 무대에서 아우크스부르크를 상대로 1-0으로 이겼다. 그리고 남은 후반기에서 17경기 7승 6무 4패를 거두고 잔류에 성공한다. 심지어 리그 10경기 무패행진을 거두기도 했다.

17경기에서 9골을 넣은 파피스 시세가 이탈했으며 그를 대체할 공격수인 가라 뎀벨레는 16경기에서 1골을 넣는 최악의 부진을 겪었지만 득점 루트의 다변화로 생존할 수 있었다.

 


분데스리가 정상급 감독으로 성장하다.

 

 

마티아스 긴터, 다니엘 칼리주리와 같은 유소년 팀 출신 선수들이 기량을 만개하고 강등된 장크트 파울리의 에이스 공격수 막스 크루제를 영입하며 보강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프라이부르크는 중위권 미만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받던 팀이었다.

비록 공격진이 결정력 부재로 매 경기 고전했지만 탄탄한 조직력과 견고한 수비력을 앞세워 슈트라이히의 프라이부르크는 분데스리가 5위라는 성적을 거둔다. 특히 프라이부르크의 짠물 수비는 빛을 발했는데 40 실점을 거두며 바이에른 뮌헨과 레버쿠젠에 이어 최소 실점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마츠 훔멜스와 네벤 수보티치 듀오를 앞세운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조차도 리그에서 프라이부르크보다 더 많이 실점했을 정도로 프라이부르크의 수비벽은 견고했다.

이런 활약을 인정받아 키커는 트레블을 거둔 유프 하인케스와 도르트문트의 결승 진출을 이룬 클롭을 제치고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에게 독일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키커 주관 독일 올해의 감독을 수상한 슈트라이히


하지만 프라이부르크는 작은 클럽이었다. 크루제와 칼리주리 같은 에이스 카드들은 각각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와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하고 그 선수들을 유스 선수와 무명 선수로 대체했지만 이번에는 간신히 잔류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팀의 에이스이자 주전 골키퍼인 올리버 바우만마저 이적한 2014-15 시즌에는 강등당하기에 이른다.

강등당해서 주전 선수들 다수가 팀을 떠났지만 슈트라이히는 팀을 빠르게 수습하고 바이에른 뮌헨을 경험한 닐스 페테르센과 호펜하임 출신의 빈첸초 그리포를 데려와 공격진을 재편했으며 바우만과 뷔어키가 떠난 골문에는 쇼블로프를 발굴해낸다. 이들의 활약으로 2. 분데스리가에서 우승하며 다시 승격했으며 2016-17 시즌에는 분데스리가 7위를 거두며 유로파 리그에 진출했다. 그 공로로 2017년에 키커지로부터 독일 올해의 축구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주전 선수단이 자주 바뀜에도 끊임없이 잔류에 성공했다.

2019-20 시즌에는 다시 좋은 흐름을 보여줬으나 선수층이 얕아 체력적인 문제를 들어내며 8위로 시즌을 마쳤으며 다음 시즌에도 10위로 시즌을 마쳤다.

 

2019-20 시즌 효율적인 롱패스를 통한 역습으로 도르트문트를 고전시키는 프라이부르크의 슈트라이히


하지만 프라이부르크는 예선이 1. 분데스리가의 잔류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며 매번 핵심 선수를 파는 구단이었고 보드진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슈트라이히와 재계약을 체결했으며 슈트라이히도 더 높은 구단에서 이름을 날리는 대신 프라이부르크 팬들의 아버지로 남는 길을 선택했다.

 


프라이부르크의 아버지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시즌 전반기 프라이부르크는 8승 5무 4패로 3위를 달리고 있다. 프라이부르크보다 재정적으로 더 큰 구단인 레버쿠젠, 라이프치히, 볼프스부르크,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와 같은 구단들의 고전에도 프라이부르크는 묵묵히 선전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시작 전에 핵심 수비형 미드필더 밥티스타 산타마리아가 스타드 렌으로 이적했고 마인츠에서 임대한 골키퍼인 플로리안 뮐러는 임대에서 복귀해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했다.

하지만 슈트라이히는 에이스의 이탈을 항상 메워 온 경험이 있는 감독이다. 그는 강등된 베르더 브레멘으로부터 막시밀리안 에게슈타인을 영입했으며 백업 골키퍼 마크 플레켄을 주전으로 올려 활약하고도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특히 슐로터벡과 정우영을 적극 기용하는데 그 믿음에 보답하듯 슐로터벡은 이번 시즌 리그 최고의 센터백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정우영은 다양한 포지션에서 세 골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2019-20 시즌 11라운드 프랑크푸르트전 도중 프랑크푸르트의 수비수 아브라함이 슈트라이히를 공격해 어깨로 밀어서 넘어트렸다. 그때 프라이부르크의 선수들은 모두 슈트라이히를 위해 아브라함을 공격하려 했었고 그리포는 실제로 슈트라이히를 위해 아브라함을 폭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슈트라이히가 제지하자마자 일사불란하게 제 자리로 돌아갔던 일화가 있었을 정도로 인정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지휘관이기도 하다.

 

슈트라이히를 공격한 아브라함에게 항의하는 프라이부르크 선수단


아리고 사키나 펩 과르디올라처럼 확고한 철학자는 아니지만 상황에 맞는 유연한 운영에 능하며 유스 발굴에 뛰어난 슈트라이히는 구단 사정이 열악한 프라이부르크에 있어서는 최선의 감독이다.

그러면서도 경기장에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며 경기장에 폭설이 오자  경기장 관리자를 돕기 위해 경기장에 쌓인 눈들을 코치들과 함께 치우기도 했던 소박하고 따뜻한 아버지기도 하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감독을 묻는다면 적어도 프라이부르크의 선수들과 팬들은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누구도 그것을 비웃을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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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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