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 해축백일장 ] 도둑맞은 승점
- 심버지와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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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승점」
"이 구단은 참 좋은 곳이야. 요즈음 코로나 시국에서 보기 힘든 곳이지. 구단의 전설적인 인물이 돼버리니까 여론이 안 좋아도 경질될 걱정도 없거든. 덕분에 지금 리그 4위도 간당하지만 경질 걱정은 없고 말이야."
참 생각난다. 옆 동네 부잣집 아저씨가 텔레비전에서 잉글랜드 연속극 얘길 하면서, 아무리 성적도 안 좋고 돈을 계속 낭비해도 오랫동안 살아남았다던가 하던 얘기가 생각났다. 아무리 다른 리그라지만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팬들이 아웃을 외치고 성적도 안 좋은데 경질을 안 하려고 하지. 하지만 지금 연속극에서 봤던 일이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회장님은 만족하고 계셔. 그동안 구단에 남으면서 쌓아온 업적들을. 그래서 회장님이 기분 좋아하시는 낌새를 타가지고 얘기를 좀 했지. 지금 코로나 시국인 상황에서 챔피언스리그만 어떻게든 진출하면 괜찮다, 이번 시즌에 돈을 좀 쓰긴 했지만 챔피언스리그만 가면 해결된다. 다음 시즌에 수비를 보강하면 괜찮다고. 그랬더니 회장님이 외의로 설득되셨더라고. 이번 시즌에는 어떻게든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고, 계약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재계약도 하자면서 말이야."
"요즘같이 조금만 못해도 경질되는 세상에 한 구단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이어가는 감독이 얼마나 멋있어? 아무리 못해도 꾸준히 챔피언스리그도 진출하고 있고. 부끄러운 생각이야. 구단의 전설적인 인물에다가 꾸준히 챔피언스리그도 진출하는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생각을 너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해."
암 부끄럽고말고. 부끄럽다. 부끄럽다. 부끄럽다. 당장 이 몸이 철새 소리를 안 듣고 다른 구단으로 갈아탈 수 있다면 갈아타고 싶을 만큼 부끄럽다. 부끄럽다.
"자, 이번 시즌은 어떻게든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거야. 물론 수비 축구도 계속할 거고. 조만간 재계약 소식도 들을 수 있을 거야."
나는 위약금을 그의 얼굴에 내동댕이치고 그리고 그를 내쫓았다. 상위권 경쟁을 하는 구단들이 맨발로 뛰어나와 구경을 할 만큼 목이 터져라 악다구니를 쳤다. 그가 혼비백산 도망치게 만들었다.
"가엾게스리... 미쳤구나."
그는 위약금을 주섬주섬 집어 들고 도망치면서 중얼거렸지만 아마 곧 나에 대해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새 구단을 찾고서 쉬 잊어버릴 것이다.
나는 그를 경질하고서 내가 얼마나 떳떳하고 용감하게 내 구단을 지켰냐를 스스로 뽐내며 축구 경기를 지켜봤다. 그런데 내 구단은 좀 전까지의 내 구단이 아니었다. 폼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서 득점을 못하는 수아레스, 똑같은 선수 맞는가 싶을 정도로 똥을 싸는 펠리페, 수비가 똥을 싸니 혼자 고생하다 실점하는 오블락-, 이 선수단이 어제와 똑같은 자리에 있는데도 어제의 선수가 아니었다. 그것들은 다만 폼이 떨어져서 쉽사리 이길 경기를 못 이기고 있었다.
내 구단에는 이미 승점조차 없었다. 나는 시메오네가 승점을 훔쳐 갔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분해서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러나 내 승점을, 날려버린 승점을 무슨 수로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우리 구단의 몰락과 전성기를 통해 시메오네가 얼마나 상징적인 인물인지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시메오네가 승점을 날려먹을 거라고는 꿈에도 못 생각해 본 일이었다.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그리고 라리가 우승과 국왕 컵 우승을 한 사람이 처음부터 쭉 똑같은 전술만 고집하며 승점을 날릴 거라는 것은 미처 몰랐다.
나는 구단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두 번이나 놓쳤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승점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
나는 망가져버린 구단에 폼이 떨어진 선수를 더하듯이 내 구단 속에, 무의미한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구단에 몸을 던지고서 뼈가 저린 추위에 온몸을 내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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