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 해축백일장 ] 도둑맞은 승점

514251_419711_5210.jpg

 

「도둑맞은 승점」

 

 "이 구단은 참 좋은 곳이야. 요즈음 코로나 시국에서 보기 힘든 곳이지. 구단의 전설적인 인물이 돼버리니까 여론이 안 좋아도 경질될 걱정도 없거든. 덕분에 지금 리그 4위도 간당하지만 경질 걱정은 없고 말이야."

 

 참 생각난다. 옆 동네 부잣집 아저씨가 텔레비전에서 잉글랜드 연속극 얘길 하면서, 아무리 성적도 안 좋고 돈을 계속 낭비해도 오랫동안 살아남았다던가 하던 얘기가 생각났다. 아무리 다른 리그라지만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팬들이 아웃을 외치고 성적도 안 좋은데 경질을 안 하려고 하지. 하지만 지금 연속극에서 봤던 일이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회장님은 만족하고 계셔. 그동안 구단에 남으면서 쌓아온 업적들을. 그래서 회장님이 기분 좋아하시는 낌새를 타가지고 얘기를 좀 했지. 지금 코로나 시국인 상황에서 챔피언스리그만 어떻게든 진출하면 괜찮다, 이번 시즌에 돈을 좀 쓰긴 했지만 챔피언스리그만 가면 해결된다. 다음 시즌에 수비를 보강하면 괜찮다고. 그랬더니 회장님이 외의로 설득되셨더라고. 이번 시즌에는 어떻게든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고, 계약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재계약도 하자면서 말이야."

 

 "요즘같이 조금만 못해도 경질되는 세상에 한 구단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이어가는 감독이 얼마나 멋있어? 아무리 못해도 꾸준히 챔피언스리그도 진출하고 있고. 부끄러운 생각이야. 구단의 전설적인 인물에다가 꾸준히 챔피언스리그도 진출하는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생각을 너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해."

 

 암 부끄럽고말고. 부끄럽다. 부끄럽다. 부끄럽다. 당장 이 몸이 철새 소리를 안 듣고 다른 구단으로 갈아탈 수 있다면 갈아타고 싶을 만큼 부끄럽다. 부끄럽다.

 

 "자, 이번 시즌은 어떻게든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거야. 물론 수비 축구도 계속할 거고. 조만간 재계약 소식도 들을 수 있을 거야."

 나는 위약금을 그의 얼굴에 내동댕이치고 그리고 그를 내쫓았다. 상위권 경쟁을 하는 구단들이 맨발로 뛰어나와 구경을 할 만큼 목이 터져라 악다구니를 쳤다. 그가 혼비백산 도망치게 만들었다.

 

 "가엾게스리... 미쳤구나."
 그는 위약금을 주섬주섬 집어 들고 도망치면서 중얼거렸지만 아마 곧 나에 대해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새 구단을 찾고서 쉬 잊어버릴 것이다.

 

나는 그를 경질하고서 내가 얼마나 떳떳하고 용감하게 내 구단을 지켰냐를 스스로 뽐내며 축구 경기를 지켜봤다. 그런데 내 구단은 좀 전까지의 내 구단이 아니었다. 폼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서 득점을 못하는 수아레스, 똑같은 선수 맞는가 싶을 정도로 똥을 싸는 펠리페, 수비가 똥을 싸니 혼자 고생하다 실점하는 오블락-, 이 선수단이 어제와 똑같은 자리에 있는데도 어제의 선수가 아니었다. 그것들은 다만 폼이 떨어져서 쉽사리 이길 경기를 못 이기고 있었다.

 

내 구단에는 이미 승점조차 없었다. 나는 시메오네가 승점을 훔쳐 갔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분해서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러나 내 승점을, 날려버린 승점을 무슨 수로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우리 구단의 몰락과 전성기를 통해 시메오네가 얼마나 상징적인 인물인지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시메오네가 승점을 날려먹을 거라고는 꿈에도 못 생각해 본 일이었다.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그리고 라리가 우승과 국왕 컵 우승을 한 사람이 처음부터 쭉 똑같은 전술만 고집하며 승점을 날릴 거라는 것은 미처 몰랐다.

 

나는 구단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두 번이나 놓쳤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승점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

 

나는 망가져버린 구단에 폼이 떨어진 선수를 더하듯이 내 구단 속에, 무의미한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구단에 몸을 던지고서 뼈가 저린 추위에 온몸을 내맡겼다.

댓글 2

심버지와아이들 작성자 2022.01.09. 00:00
 다비드데헤아
심버지 나를 낳으시고 바지적삼 다적시셨네...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이벤트 해축백일장 수상작 발표 (8, 9회차 공동) 3 Giallorossi 232 9
이벤트 야근에 찌든 이벤트 주최자로 인해 또 시작되는 파리 올림픽 승무패 이벤트(~7/24 22:00) 4 Giallorossi 4178 11
츄또공지 해외축구갤러리 츄르토토 규칙+츄사장 명단 3 Giallorossi 1631 11
공지 CHUGGU 해외축구갤러리 공지사항 20240615 1차 개정판 42 강미나 10292 56
인기 보되 글림트 여기는 노르웨이 브라이튼 느낌 3 텐코시부키대박박 37 3
인기 리버풀 라인업 VS웨햄 2 흠_난_쫌 20 2
인기 운이 좋던가 아다리가 맞아서 퇴장당한채로 득점하거나 이길수는 있는데 텐코시부키대박박 15 1
이벤트
기본
Giallorossi 232 9
이벤트
이미지
김유연 135 10
이벤트
이미지
김유연 149 13
이벤트
파일
Aimyon 93 15
이벤트
기본
Giallorossi 4178 11
이벤트
이미지
Giallorossi 1693 7
이벤트
이미지
Giallorossi 166 12
이벤트
이미지
Giallorossi 935 11
이벤트
기본
Giallorossi 634 19
이벤트
이미지
마꾸잉 149 20
이벤트
기본
Giallorossi 1465 20
이벤트
이미지
Ortega 91 23
이벤트
기본
마꾸잉 95 22
이벤트
이미지
몰또베네 164 29
이벤트
이미지
몰또베네 114 14
이벤트
기본
시너 105 11
이벤트
이미지
몰또베네 114 16
이벤트
이미지
몰또베네 95 13
이벤트
이미지
뉴저지 113 15
이벤트
이미지
CSR 13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