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해축백일장] 빼앗긴 경기장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경기장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암표상들의 유혹을 받고
검은 티켓과 검붉은 킷들이 많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캄프 누의 통로를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사비야, 시큐리티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캄프누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사비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발자국도 넘지 마라, 검푸른 킷이 아닌 검붉은 킷을 흔들고.
원정온 독일인들은 울타리 너머 시큐리티들같이 펜스 뒤에서 통행을 막네.

고맙게 잘 버티던 캄프 누야,
간밤 프랑크푸르트의 원정팬이 넘어오던 펜스로
너는 빈약한 울타리를 보호하지 못하였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나 혼자라도 가쁘게나 도망가자.
패배의 그림자를 안고 도는 착한건지 아니면 다른건지 꾸레들이
자신들을 조롱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내색않고 어깨춤만 추고 가네.

사비 라포르타야 깝치지 마라.
여기까지 온 원정팬들에게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성적이 처참히 미끄러지던 그 경기장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총칼를 쥐어 다오.
살진 참치 배때지와 같은 기름진 라포르타의 배를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흐르는 기름으로 양초조차 불태우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깜냥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팬심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분노를 띠고,
검붉은 웃음 검붉은 기쁨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친 척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어나더 도이치 방크 아레나의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경기장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모티브)

 

image.png.jpg

댓글 4

곱지폭 2022.04.24. 19:29
딸치고 쓰셨나보군요
딸문학 100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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