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 Know What? 옛날 스쿼드 소개 20편: 현대적 4-3-3의 원류, 세사르 루이스 메노티의 메노티즘(Menott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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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 월드컵 우승 당시의 아르헨티나

 

왼쪽 윗줄부터 순서대로

다니엘 파사레야, 레네 하우스만, 조르제 올긴, 알베르토 타란티니, 마리오 켐페스, 우발도 피욜

루벤 가예고, 오스발도 아르딜레스, 레오폴도 루케, 다니엘 발렌시아, 루이스 갈반

 

4-2-4의 보완재로 생각했던 자갈루의 4-3-3보다 더 발전된 형태의 4-3-3으로

아르헨티나의 첫 월드컵 우승을 이끈 세사르 루이스 메노티의 4-3-3

 

그 이전의 4-3-3이 아예 연구되지 않던 형태의 전술은 아니긴 했다

1960년대 윙 없는 4-3-3으로 월드컵을 우승했던 앨프 램지의 잉글랜드 또한

대형은 4-3-1-2에 가까운 4-3-3의 형태였다

 

자갈루가 1970년에 4-2-4로 우승했으나 실상은 공격형 미드필더 한명이 처진 형태의

미드필더로 기용되면서 4-2-3-1과 4-3-3이 혼재된 형태의 전술로 성공을 거두기도 했었다

 

이 글을 통해 소개하고 싶은 전술은

뒤에 수비형 미드필더 한명을 두고 볼 배급을 시키는 공격적인 4-3-3의 원류격 형태의 전술을 시도한 감독

세사르 루이스 메노티의 우라칸과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이 사용한 전술이다

 

메노티가 처음으로 두각을 드러냈던 팀은 당시엔 상대적으로 작은 팀이었던 CA 우라칸

에스투디안테스의 감독이었던 오스발도 후안 수벨디아의 영향을 받은 많은 아르헨티나 감독들이

수벨디아의 방식으로 이기기 위해 무엇이든 불사하는 축구가 유행하기 시작했으나

메노티만은 아름다운 축구를 목표로, 지금까지도 사용되는 3미들 활용법을 따른

4-3-3 포메이션을 도입해 상대적 약체였던 우라칸을 1973년 리그 우승시키면서

전술의 새로운 혁명을 끌고 등장하게 된다

 

흔히 4-3-3을 공격적이고 점유율을 가져가기 쉬운 포메이션으로 인식하는데

이러한 인식을 정착시키게 팀을 굴렸던 감독이 바로 이 메노티였다

 

이 당시 4-3-3을 메인 포메이션으로 사용한 감독이 리누스 미헬스였는데

미헬스의 경우 전 선수의 미드필더화를 추구하며, 특정 선수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선수든 패스의 기점이 되는 만능 플레이어가 되길 원했던 것에 비해

 

메노티의 경우 이 미드필더의 역할 정립을 통해

좀 더 체계적인 패스플레이와 팀워크를 통한 공격을 추구했다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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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 우라칸의 아르헨티나 프리메라 디비시온 우승 당시 멤버

서있는 대형으로도 현재 사용되는 4-3-3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우라칸의 포워드였던 카를로스 배빙턴이 특이하게도 처진 자리의 중앙 미드필더 역할로 기용되어있는데

배빙턴은 이에 대해 "원터치 무브, 알까기, 솜브레로 플릭, 2대1 패스, 오버랩 등으로 다양한 개인기량이 있었다" 라고 회고했는데

전진성을 중시하고 볼거리가 많은 화려한 축구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한 메노티의 철학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오스발도 후안 수벨디아가 촉발시킨 안티풋볼에 대항하기 위한 의미로

결과지향주의적인 축구에 대항하여 메노티즘이 출발했지만 이것이 확실한 결과로 드러나게 된 것은

메노티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부터였다

 

메노티는 1978년 월드컵을 앞두고 이미 최연소의 나이로 아르헨티나 프리메라 디비시온에 데뷔한

당시 최고의 슈퍼스타인 마라도나를 대표팀에 포함시킬 것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과감하게 마라도나를 명단에서 제외하고

자신의 철학을 밀어붙여 월드컵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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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 아르헨티나 월드컵 당시 메노티의 아르헨티나 대표팀 스쿼드

 

우라칸의 포워드였던 배빙턴을 처진 형태의 미드필더로 기용했던 것처럼

당시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였던 마리오 켐페스를 중앙 미드필더의 일원으로 기용한 것을 볼 수 있다

 

흔히 우리는 켐페스를 중앙 공격수로 인식을 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우승할 당시 켐페스는 오히려 미드필더에 가까운 위치에서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중원의 지휘자 역할을 한 가예고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월드컵은 호르헤 비델라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의 우익 군사 독재를 배경으로 치러졌다.

페루는 개최국이 결승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경기를 치렀다는 이야기가 있다.

 

후일 비델라는 정치적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13명의 페루 시민을 아르헨티나로 이송한 페루 독재 정권과의 협정으로 기소됐었다.

비델라는 페루가 경기에서 패배하기로 동의하는 경우에만 포로를 잡기로 동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하튼,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아르헨티나는 6-0으로 이겼고 결승에서 네덜란드를 만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 '합의'로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은 항상 의심의 여지가 있었지만 그저 단순히 축구 감독인 메노티의 잘못이 아닐 것이다. 

메노티는 자신이 좌파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며, 독재정권에 대해 항상 비판적인 스탠스를 고수하며

비델라와 매번 충돌하는 인물이었다.

 

메노티의 사상은 확실히 아르헨티나 축구에 부흥을 다시 가져오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는 감독이 되기 전에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실리를 가져오지도 못했던 팀에서 스타일리쉬함을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그의 축구는 안티 풋볼 방식의 정확한 대척점을 제공함으로써 아르헨티나인들이 갈망하던 우승을 일궈냈다.

 

현재 비엘사나 삼파올리, 그리고 아르헨티나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이탈리아의 미드필더 운용법이

여전히 메노티의 3미들 운용법과 비슷한 모습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후방의 미드필더에게 볼 배급을 맡기고, 한명의 미드필더가 이 과정을 보조하고

다른 한명의 미드필더가 직접 전진 후 침투를 통해 공격의 파괴력을 더하는 방식은

이미 메노티가 이전부터 해오던 전술이었다.

 

그동안 축구는 '어떻게 이길 것인가' 라는 화두에서

'어떻게'에 더 중점을 두는 축구관과 '이길 것'이라는 말에 더 중점을 두는 축구관이 충돌해왔다

 

메노티의 축구는 '어떻게'에 더 초점을 맞췄고 이 철학으로 결과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축구사적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메노티의 추종자들을 Menottistas라는 말로 불린다

여전히 메노티즘의 추종자는 축구계 곳곳에 퍼져있다

메노티의 직계로 분류되는 호세 페케르만

메노티의 철학을 일부 따르지만 빌라르디즘과 적당하게 섞인 것으로 여겨지는

마르셀로 비엘사, 이와 유사한 타입의 감독인 호르헤 삼파올리까지

 

여전히 아르헨티나뿐만이 아니라 그의 잔재가 축구계에 남아있다

 

메노티의 이후 커리어는 1978년 월드컵 우승 이후 그에게 끝없는 성공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그가 실상 아르헨티나에 준 영향은 아르헨티나에 다시 한 번 아름다운 축구에 대한 숨을 불어넣는 것이었다.

메노티는 그 과정에서 축구가 본질적으로 즐거운 스포츠라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함이었을 뿐이다.

 

*이 연재 시리즈는 비정기적으로 업로드됩니다

댓글 5

옐팝 2022.05.09. 18:50
이런글보면 옛날축구 재밌겠다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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