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당신은 왜 응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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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국내축구 갤러리다.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축구를 좋아하고, 대부분이 자기 응원 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있는 만큼 응원 팀들도 다양할 것이다

 

계기

 당신은 왜 그 팀을 응원하게 되었는가? 그 이유도 다양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뛰는 팀이라서, 리그 최다 우승 팀이라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 팀이라서, 전술이 마음에 들어서, 경기장이 집에서 가까워서… 등등. 하지만 그것이 영원하지는 않다. 좋아하는 선수는 이적하거나 은퇴할 수도 있고, 최다 우승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다. 감독이 바뀌면 전술도 바뀌고, 연고이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연고지 내의 다른 구장으로 홈 구장을 옮기기도 한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이 떠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나와 당신은 그렇다고 응원 팀을 응원하는 것을 관두거나 응원 팀을 바꾸지 않았다. 왜 그럴까?

 

내 팀

 그것은 응원 팀을 내 팀으로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있어 축구팀은 이미 우리 삶의 일부다. 우리 팀이 이겼으면 한 주는 즐거운 기분으로 살아갈 수 있다. 경기장의 멋진 플레이에 환호하고, 선수나 감독의 인터뷰에 가슴 벅찬 감동을 받기도 한다.

 이런 경험들을 거치며 우리는 이 팀 외의 다른 팀을 생각할 수도 없게 되어버린다. 마치 청실홍실로 매어진 인연처럼 언젠가는 만날 수밖에 없고 떼어놓을 수 없는 인연인 듯하다.

 

위기

 하지만 늘 좋을 수만은 없다. 언젠가는 위기가 찾아온다. 우리 팀이 진다면 그 한주는 우울한 기분으로 지낼 수밖에 없고, 경기장까지 가서 의욕도 느껴지지 않는 엉터리 같은 플레이를 본다면 맥이 빠지게 된다. 선수나 감독이 실망스러운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한두 번은 그렇더라도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우리는 다시 열광하고 환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실망스러운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게 된다면 우리는 실의와 분노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응원을 중단하더라도 아예 팀을 버려버리지는 않았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이혼 위기의 부부가 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가? 둘이 서로가 있어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린다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찾아내지 못한다면 이혼 수속을 밟게될 것이다.

 팬과 응원 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응원해서 좋았고 행복했던 기억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응원을 계속해나갈 수 있다.

 

내 이야기

 여기서 내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서울 이랜드의 지지자다. 내가 서울 이랜드라는 팀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2연속 꼴찌를 기록한 우성용 감독 대행 체재의 19시즌이었고, 처음으로 중계로 본 경기는 주전 키퍼인 김형근이 부상당하면서 패배하는 경기였다. 처음으로 잠실에 직접 가서 본 경기도 전남과 비기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는 경기였다.

 내가 이런 팀을 응원하기로 작정한 것은 그저 집에서 가까운 팀이라는 이유 하나였다. 내가 사는 곳은 1시간 이내의 거리에 축구장이 없는 저주받은 땅이었다. 그런데 30분 거리에, 그것도 버스 한 번만 타면 되는 축구장에 프로축구팀이 있었다. 이것만으로 나는 서울 이랜드의 팬이 되었고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21시즌 이랜드는 꼴찌나 다름없는 9위를 기록했고, 이번 시즌에는 긴 무승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심지어는 오히려 안양과 부천이 시간이 덜 걸릴 정도로 먼 목동으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나는 코로나와 개인 사정으로 가지 못한 2경기 빼고는 모든 경기를 직접 보러갔다. 내가 이 팀을 응원하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뭣하러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속상해하냐고 했다. 굳이 응원할 필요 없지 않냐고 했다. 나는 정말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나는 15시즌을 모른다. 득점왕을 했던 주민규는 상상의 동물이나 마찬가지고, 플레이오프에 나갔다는 것도 창세신화나 다를 바 없이 느껴진다. 내가 아는 이랜드는 그저 2년 연속으로 꼴찌한 팀, 플레이오프도 못 나간 팀, 꼴찌나 다름없는 순위를 기록한 팀일 뿐이었다. 어떤 찬란한 성과도 남기지 못한 팀이었다.

 내게는 이혼 위기의 부부를 돌려놓을 법한 행복한 기억도 없었고, 지금 이랜드가 잘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응원을 멈추지 않았고, 직관을 멈추지 않았다. 나 스스로도 이런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게된 것 같다.

 

희망과 꿈

 간질간질한 표현이지만 구태여 희망과 꿈이라고 표현하겠다. 나는 서울 이랜드 FC라는 팀을 통해서 희망과 꿈을 보았다.

 작년 꼴찌했던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뻔한 것을 보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느꼈다.

 최초의 서울 더비에서 승리하는 것을 보며 1부리그에서도 통할지 모른다는 꿈을 꾸었다.

 지금의 연승 속에서 어쩌면, 어쩌면 승격할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보았다.

 당신은 작년 74년만에 프리미어리그로 올라와 개막전에 승리한 브렌트포드를 기억할 것이다. 그 경기에서 눈물을 흘렸던 노인 팬도 기억할 것이다.

 당신은 15-16시즌 동화와 같은 레스터 시티의 우승을 기억할 것이다.

 축구에는 각본이 없다.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동화나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우리 팀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아주 작은 희망을 보더라도 큰 꿈을 꾸게 된다. 만약 그 꿈이 단지 꿈으로 끝나며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우리가 꿈을 꾸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품었던 기대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 희망과 꿈은 역경의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마치며

 우리는 그저 공놀이를 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깟 공놀이에 열광한다. 왜냐면 우리에게는 그것이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축구는 삶이고 살아갈 힘이다. 우리가 축구에서 느끼는 희망과 꿈은 우리를 경기장으로 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나는 우리가 축구장에서, 삶의 한 가운데서 이러한 행복을 더 오래오래 누리기를 바란다.

댓글 7

잌명 2022.09.15. 11:17
팬이 된 계기

15년도 승격못하는 거 보고.. 읍읍
댓글
노른자 2022.09.15. 12:43
이렇게나 동네 이성친구가 위험합니다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만났다가
이혼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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