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7년이 지나도 배운 것도, 배울 의지도 없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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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고등학교 시절, 블로그에 이승우 선수에 대한 글을 쓰고 네티즌들에게 호되게 혼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2, 3개 국가의 U-18 대표팀을 초청해 국내 선수들과 친선 경기를 치르는 JS컵에서 이승우 선수를 기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더 나아가 이승우, 백승호 선수 등 해외파 선수를 배척하고 국내파 선수만으로 경기를 운영했다는 이유로 당시 엄청난 비판을 받았던 대표팀과 안익수 감독님을 옹호하고, 경기를 뛰지 못한 그럴듯한 이유를 설명한 글을 썼기 때문입니다. 대표팀 경기를 중계하는 공영 방송사에서조차 이승우 선발이라는 클럽팀 중계 자막에서나 볼법한 코멘트를 공연히 사용하여 대표팀과 감독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데 기여합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오늘, 똑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중요한 평가전의 일환으로써 본인의 전술과 전략을 체크해보고 싶은 감독님의 마음만큼이나 이승우 선수를 보고싶은 팬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감독님 입장에선 본인 일자리가 걸린 중대한 사항에 팬을 위한 서비스를 선사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안일한 제 생각을 빌리자면 그 때 경기는 청소년 대표팀의 친선경기였으니까요. 다만, 오늘의 A매치는 월드컵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 레귤러 멤버가 함께 경기할 수 있는 마지막 경기였습니다. 여론과 그들을 부추기는 미디어에 의해 고집불통으로 승화된 벤투 감독은 월드컵 본선 준비라는 목적성 아래서 절대 타협이란 없는 사람입니다. 보고싶은 선수를 보기 위해 관람료를 지불한 팬들을 위한 서비스보단 경기 준비가 더 앞섭니다. 아쉽지만, 축구협회가 제시한 비전을 모두 채울 수 있는 감독은 냉정하게 아시아에 올 필요가 없습니다. 이 간격의 타협점 아래에서 김판곤 감독은 4년간의 축구협회의 프로세스에 부합한 감독으로 벤투 감독을 선임했던 것입니다.

 

이런 배경이 있다는 것은 대다수의 미디어가 알고 있습니다. 다만, 오늘의 중계진들은 현실적인 간극 안에서 선임된 벤투 감독의 특성을 무시한 채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국가대표팀이 어떤 축구를 하고 있는지, 선수 기용의 특징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싶지도, 배우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 같았습니다. 미디어가 만들어놓은 여론에 편승해 그저 대중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그쳤습니다. 명확한 상관관계는 없겠지만 대중의 반응이 해외파 선수들에게 쏠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대중은 축구라는 콘텐츠를 많은 형태로 소비하고, 재생산하는 주체입니다. 그렇기에 관람료를 지불하고, 혹은 유무형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 재화를 지불하고서 인기 선수의 경기력을 서비스로써 전달받은 권리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축구의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하나를 위해선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기형적 구조의 트레이드 오프 관계인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해설은, 미디어는 이런 현실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그래서 우리가 월드컵에서 흥행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에 대한 건설적 대화를 해야 할 주체입니다. 특히 중계진들은 그렇습니다. 축구를 가볍게 즐기고, 대표팀의 경기만을 시청하는 팬들에게 그들은 하나의 표준입니다. 그들이 가져야 할 직업의식은 별개없습니다. 그저 자극적 소재만을 원하고, 누군가를 마녀사냥하는 대중에 편승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과 건설적 타개점을 전달해야 합니다.

 

월드컵을 진정으로 즐기기 위해서, 축구를 잘하기 위해선 현장에 서있는 대표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의 역할이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그들을 대중과 이어서 올바른 방향성을 위한 토론의 장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그 가운데엔 미디어가 있어야 합니다. 저 또한, 선수 기용에 대한 의문점, 축협의 행정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매우 많습니다.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것은 미디어입니다. 그들은 자극적 소재 그 자체가 아니라 본질에 대해 질문하고, 이를 팬들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이승우 선수를 향한 뒤틀린 애정과 그릇된 시선이 화제가 된지 7년이 지났습니다만, 우리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플랫폼 안에서 건설적인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들이 정말 많지만 그들은 여전히 자극적인 소재만을 이야기하는 크리에이터에 비하면 마이너입니다. 안타깝습니다.

댓글 5

best 보충반돌도균 2022.09.27. 22:47
미디어가 발전을 가로막는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best 보충반돌도균 2022.09.27. 22:47
미디어가 발전을 가로막는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댓글
Harang 2022.09.27. 23:34
결국 언론이란 대중들을 상대로 돈을 버는 사업자들일 뿐이라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죠. 비단 축구만 그런 게 아니라 사회 다방면에 대한 언론의 자세가 극단적인 이윤추종 기반이 되어가는 것 같긴 합니다만. 과연 어떤 사람들이 이 문제제기를 주류 미디어 내에서 해내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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