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유사칼럼] 한국 축구를 죽이는 건 성과주의에 급급한 행정과 여론이다

대한민국 축구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답 없는 행정? 골 결정력 부족? 세계적인 트렌드에 뒤쳐진 전술? 부족한 국내 감독 풀?

이를 능가하는 큰 문제는 성과주의에 급급하다는 점이다.

당장 벤투호 사례를 보자. 1차전 우루과이전에서 대표팀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승점 1점을 얻었다. 여론은 드디어 세계 축구 트렌드에 접근했다며 호평 일색. 2차전 가나전에선 비록 패배했지만 조규성이라는 원석을 발견한 것과 우리도 포기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여론은 1차전과 다르게 그저 결과만 바라보며 점유율도르, 와 같이 조롱 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왜 일본처럼 못 하냐며 아우성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사례를 가져와볼까? 일본은 10년 전부터 협회에서 체계적으로 로드맵을 짰기에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협회가 여론과 언론의 비난과 비판을 신경쓰지 않고 4년 동안 모리야스를 믿고 지지했고 모리야스가 기본적인 능력이 있기에 가능했고.

반면 대한민국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여태까지 대한축구협회에 장기적인 로드맵이 있었나? 그나마 2018년 김판곤 부회장과 벤투 선임 이후에 비전이 세워졌던 걸 고려하면 카타르 월드컵은 시작일 뿐이다. 과도기가 있을 수 있고 시행착오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과도기와 시행착오는 발전의 밑거름이다. 과도기와 시행착오를 통해 교훈과 경험, 지식을 축적하고 이는 곧 자산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 준 증표다.

그렇지만 김판곤 부회장이 국가대표선임위원회 위원장으로 이동하고 이용수, 황보관이 들어오면서 행정적인 문제를 보여주며 오히려 전보다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일본축구협회처럼 감독을 보호하냐? 그것도 아니다. 신태용, 벤투 두 감독 모두 그러지 못 했다. 특히 신태용은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 하며 욕이란 욕은 다 먹었다. 사람 몇 명 바뀌면서 로드맵도 물거품이 되게 생겼는데 어떻게 세계 축구를 따라가고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 국민이 평상시에도 축구를 좋아하고, 프로리그 관중들 꽉 차고, 그런 상태에서 대표팀 감독을 욕하고, 훈계하면 난 너무 좋겠다 생각한다. (...) 그러나 축구장에 오지 않는 사람들이 월드컵 때면 3000만 명이 다 감독이 돼서 죽여라 살려라 하는 게 아이러니하다."

신태용 前 대표팀 감독이 월간중앙과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패배에만 초점을 맞춰 대표팀 선수와 가족 및 관련인 SNS에 온갖 악플을 쏟아내며 분풀이를 하는 모습은 지성 없는 광기가 보여주는 무서움이다.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봐야 하는가. 성과에 급급한 모습이 아닌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자고 한 이승우의 출사표를 가슴 속에 새기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