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벤투호 '플레이메이커 손흥민'-클린스만호 '프리롤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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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보다 4-3, 공격축구를 선언한 위르겐 클린스만의 축구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중심은 손흥민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하 한국)은 24일 오후 8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3월 친선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전반 10분과 추가시간 직전 터진 손흥민의 멀티골로 2골 리드를 잡았으나, 후반 시작과 함께 연달아 실점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지난 2월 공식 선임 후 '공격축구'를 외치던 클린스만 감독의 지향점은 경기 시작과 함께 드러났다. 빠른 스피드를 기반으로 콜롬비아의 골키퍼-센터백에서 출발하는 빌드업 방해에 나섰다.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이 중앙에서 적극적인 움직임과 포스트 플레이를 가져갔고, 측면 공격수 이재성-정우영(독)도 양 측면을 활발히 공략하며 콜롬비아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최전방-2선이 높게 전진하자 중원도 위치를 높였다. 연결고리 역할을 맡은 황인범은 센스 있는 플레이로 볼 전개 속도를 높였고, 황인범이 올라서면서 생기는 공간은 정우영(카)이 커버하면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았다. 큰 줄기에서는 짧은 패스 위주를 쓰지만 상황에 따라 뒷공간을 찌르는 롱볼 활용, 중앙 미드필드를 거쳐 만들어가는 플레이, 공격적 포진을 추구했던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의 색깔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벤투호와 비교하면 다이렉트 패스, 앞으로 더 쏠린 무게중심과 그에 따른 공격성 강화라는 클린스만호의 스타일도 드러났다.

 

가장 큰 차이는 손흥민 활용법이다. 벤투호 시절 손흥민은 좌우 측면, 톱, 공격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위치를 소화했다. 경기 상황 중에는 중원까지 내려와 볼 배급에 가담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반면 클린스만호에서는 수비적 역할을 맡기 보다,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움직이는 권한을 보장받았다. 손흥민은 두 감독 밑에서 모두 공격의 핵심인 건 사실이나, 벤투 감독 체제에서는 체계적으로 짜여진 전술 아래 경기를 이끌었다면, 클린스만 감독 아래는 자유를 받은 상태에서 유연한 판단과 대처능력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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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한국이 지닌 날카로운 창이자 오랜 시간 딜레마를 품게 한 선수였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벤투호도 출범 초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플레이메이커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에서는 플레이메이킹하는 모습보다 슈팅, 스피디한 역습, 강력한 킥력을 앞세운 골잡이였다. 그러나 대표팀만 오면 손흥민의 장점은 사라졌다. 손흥민도 경기장에서 동료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직접 만들어가는 플레이 구사에 집중했다. 이 시기 벤투 감독도 토트넘 손흥민과 대표팀 손흥민의 간극을 상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지난 2018년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절정을 자랑하던 황의조의 골 감각, 이 장면을 가까이서 확인한 손흥민이 이타적 플레이를 펼치기로 마음을 먹고, 플랜 A 아래 전술 조정에 실패한 벤투 감독의 선택은 한국이 가장 위협적인 창을 잃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결과는 손흥민의 부진, 공격력 약화, 단조로운 패턴과 밀집수비 공략 실패였고, 우승을 목표했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행보는 8강에서 그쳤다. 이후 손흥민은 슈팅, 주도적 플레이를 펼치는 비율을 조금씩 늘렸고, 대표팀과 손흥민의 경기력도 서서히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손흥민의 장점인 슈팅, 침투가 대표팀에서는 어떤 요인인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열렸고, 소속팀에서는 때렸을 것 같은데 대표팀에서는 주는 모습을 보면서 부담감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 김판곤 당시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 2019년 아시안컵 결산 기자회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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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감독도 최우선적으로 조정한 건 손흥민의 역할이다. 측면 공격수가 주 위치인 손흥민을 조규성의 파트너로 놓는 한편, 공격에 집중시키고 전방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프리롤’을 줬다. 효과는 경기시작 10분 만에 나왔다. 콜롬비아 골키퍼 카밀로 바르가스가 조규성의 압박을 받자 왼쪽 풀백 요한 모히카에게 내줬고, 모히카는 빠르게 달려오는 이재성의 움직임에 급히 볼을 처리했다. 볼은 손흥민에게 향했고, 손흥민은 비어있는 골문에 왼발로 가볍게 골을 터트렸다.

 

기세를 올린 손흥민은 전반 30분 재치 있는 개인기와 함께 경기를 지배했다. 백미는 전반 38분, 조규성-이재성으로 이어지는 볼을 받고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상대 발에 걸려 넘어지려는 상황에 디딤발이던 오른발을 자연스럽게 끌고 와 반칙을 얻어냈다. 이후 비디오 판독을 통해 프리킥으로 정정됐지만 손흥민의 재치와 크랙으로서 면모가 잘 드러난 장면이었다. 추가시간에는 직접 오른발 프리킥 골을 작렬하며 최고의 경기력을 과시했다.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함께 2골을 내준 상황에서도 분발했다. 정우영(카)의 패스를 받아 슈팅을 가져가는가 하면, 대거 교체투입된 오현규-나상호-이강인과 발 맞춰 콜롬비아를 꾸준히 위협했다. 끝내 추가골은 없었지만, 손흥민은 유연한 스위칭, 공격의 키맨 역할을 톡톡히 하며 만점 활약을 펼쳤다.

 

공격지표에서도 '프리롤 손흥민'의 진가가 드러난다. 손흥민은 이날 6번의 드리블 시도(성공 2회)와 더불어 최다슈팅(4회), 유효슈팅 대비 득점률 100%(유효 2/득점 2)로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그라운드 경합(14회 시도/8회 성공), 약점으로 꼽히던 공중볼 경합(2회 시도/ 2회 성공)도 전방에서 가담하는 등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양팀 통틀어 최다인 4회 크로스 시도(1회 성공)는 손흥민이 중앙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측면으로 영역을 넓혀 뛰었다는 걸 나타낸다. 단, 공격에 집중했던 만큼 수비 지표는 낮다(인터셉션 1회).

 

손흥민이 콜롬비아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높았다. 조규성은 단 한 차례 슈팅도 때리지 않았을 정도로 전방에서 버텨주고 연계에 집중했다. 조규성과 교체된 오현규가 경기 막판 슈팅을 가져갔으나 최전방 공격수들의 슈팅은 단 1번에 불과하다. 이날 한국은 총 9차례 슈팅을 가져갔는데 손흥민이 가장 많이 시도했고(4회), 황인범(2회), 오현규(1회), 정우영(독, 1회), 이기제(1회)가 뒤를 이었다. 키패스 2회도 양팀 통틀어 공동 3위다. 손흥민의 기량이 빛났다는 증거지만, 반대로 손흥민이 막히면 한국의 공격전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관건은 손흥민 견제 대처다. 손흥민은 이날 콜롬비아전에서도 집중견제 속에 피파울 6회를 기록했다. 콜롬비아가 90분 동안 거친 플레이를 펼쳤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한국과 맞붙을 팀들이 최우선으로 염두에 둘 선수는 손흥민이다. 손흥민이 부상을 입거나, 경기 내내 봉쇄를 당하면 한국은 팀 전력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한 번의 경기로 평가와 모든 진단은 불가능하나, 현 시점에서 손흥민의 비중은 대체불가다.

 

클린스만 감독은 첫 시험대에서 손흥민 활용이라는 과제를 자율성 부여로 푸는데 성공했다. 이제 또다른 과제는 손흥민을 향한 견제가 분산되고, 공격 패턴을 다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주어진 3년 4개월은 아직 많이 남았다. 동시에 3년 4개월 뒤 내려질 여정의 평가를 웃으며 마무리하려면 가야 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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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축구협회
통계=Sofascore, Fotmob

발언출처(김판곤)=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139&aid=0002105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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