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승부조작 사면 -> 기습발표' KFA 행정, 무능도 아닌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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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문제가 끊이지 않는 대한축구협회가 또 한 번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

 

대한축구협회(이하 KFA)는 지난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2023년 제2차 이사회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각종 비위를 저지른 축구인 100명을 사면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해당되는 축구인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다. 정확한 명단은 밝히지 않았다. KFA가 사면을 진행한 건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문제는 2011년 K리그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 48명도 사면대상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KFA는 이 내용과 함께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을 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도 있다"는 이유를 언급했다. 카타르 월드컵 성공을 발판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서기 위한 판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축구 대표팀의 좋은 성적, 축구계의 화합과 비위 축구인들의 사면이 어떻게 연관 지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승부조작 사건은 12년이 흐른 현 시점에서도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내막이 최초로 드러났던 2011년 이후 K리그는 내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고, 현재도 승부조작 재발 우려와 의구심에 살고 있다. '조작리그' 같은 조롱 섞인 비아냥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고, 고통은 온전히 해당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선수, 관계자, 팬들의 몫이었다.

 

승부조작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실례도 존재한다. 2015년 대전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은 승부조작 가담자인 안현식 영입을 추진했으나, 팬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 적 있다. 2020년에는 천안시축구단(현 천안시티FC)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조형익의 은퇴식을 진행했는데, 이 소식이 알려지자 천안은 여론의 강한 질타를 받았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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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A는 "자의적인 사면이 되지 않도록 제명 징계를 받은 사람은 징계효력 발생일로부터 7년, 무기한 자격정지 또는 무기한 출전 정지의 경우 징계효력 발생일로부터 5년, 유기한 자격정지 또는 출전정지자는 징계처분 기간의 절반 이상 경과한 자들을 사면 검토 대상자로 했다. 성폭력이나 성추행에 연루된 사람은 제외했고, 승부조작의 경우에도 비위의 정도가 큰 사람은 사면 대상에서 뺐다"며 나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승부조작은 국제축구연맹(FIFA)-KFA가 강조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에서부터 어긋난다. 더 앞서 '공정한 경쟁'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스포츠의 근간 자체를 뒤흔드는 행위다. 스포츠의 범주 안에 포함돼있고, 한 종목의 최상위 위치를 차지하고 그에 맞는 권리와 권한을 지는 단체가 정작 판단 근거와 내세운 사면 명분부터 자가당착에 빠져 있는 셈이다.

 

사면 결정을 밝히는 타이밍도 이해하기 힘들다. 대다수 매체가 해당 소식을 보도한 시점을 돌아보면, KFA는 우루과이전 킥오프 1시간 앞둔 오후 7시경 결정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1시간 전은 양측 선발명단, 사전 기자회견 등이 진행돼 현장의 취재기자들이 빠르게 대응할 수 없는 시간대다. 경기 중에는 실시간 경기 내용 전달이 1순위고, 경기종료 후에도 공식 기자회견, 믹스트존 인터뷰, 후속 기사 작성으로 현장에서 경기 외적 이슈를 대처하기 쉽지 않다.

 

팬들도 소식을 접하기 어려웠던 건 마찬가지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무려 63,952명이 우루과이전을 보기 위해 발걸음 했다. 엄청난 관중이 몰려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이 원활하지 않았던 터라 관련 내용을 빠르게 접하기 어려웠다. 언론의 가장 바쁘고 혼잡한 시간대, 팬들의 불편한 여건을 머리에 두고 조용히, 속전속결로 처리하려던 게 아닌가라는 의심을 스스로 불거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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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A는 사면조치가 정말 A매치와 무관하며, 반드시 필요하면서도 떳떳한 결정이라면 모두가 쉽게 접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때 소식을 전해야 했다. 그러나 KFA가 29일 먼저 내놓은 자료는 공식파트너사 재계약 발표 건이다. 최악의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에서 자신들을 향하는 비판을 적극 소명하는 대신, 침묵을 지키고 여론이 수그러드는 쪽을 선택했다고 여겨질 수 있다. A매치 전후로 형성된 뒤숭숭한 분위기에 일조했다면, KFA 역시 그에 걸맞은 책임감과 입장 발표가 필요하다. 허나 지금 KFA에서는 그런 모습은 사라졌다.

 

KFA는 2013년 승부조작 선수 감면 여부를 다룬 '2013년 대한축구협회 제2회 이사회'에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요청했던 승부조작 가담선수 징계 감경 안을 거부하며 "감경 사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경중을 떠나 한국 축구를 위협했던 사안을 엄중히 다루겠다는 뜻이다. 10년이 지난 현재는 "이번 사면이 승부조작에 대한 협회의 기본 입장이 달라진 것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모든 경기에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과 감독을 철저히 할 예정"이라며 이번 사면 결정과 다르게 기존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180도 달라진 결과, 납득되지 않는 기준으로 자세를 정반대로 바꾼 KFA의 주장을 보고 설득될 사람은 아무도 없다.

 

KFA는 현 집행부 출범 이후 숱한 논란과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힘들게 확립된 프로세스는 어그러졌고 일방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지점도 곳곳에서 나온다. 전문적인 대응을 위해 마련한 기구들은 유명무실화된 지 오래고, KFA의 의사판단과 선택의 근거가 되는 원천이 무엇인지는 파악조차 할 수 없게 됐다.

 

결국 KFA는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잣대로 축구계에 다시 상처를 안기고 있다. 이제는 행정능력 부족도 아닌, 최악의 마이웨이 행보를 거듭할 뿐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발언출처(KFA)=

https://media.kfa.or.kr/

발언출처(2013년)=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109&aid=0002599685

 

댓글 7

D벡스 2023.03.29. 11:58
역시 축구 변태 다운 분석 ㄷㄷㄷ
댓글
고랭지동태 작성자 2023.03.29. 13:30
 퀸현수얼빠
명분을 떠나 이성적 사고로는 말도 안되는 짓을 저지른 거임 하 ㅋㅋ
댓글
왕상가 2023.03.29. 12:29
이런건 청원같은거 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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