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안익수 감독님, 실망입니다
- 잼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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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상암벌에 가 62번째 경인더비를 직관했다. 오랜만에 여유로운 상태에서 참여한 직관은 빗방울이 조금 있었지만, 간헐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이상적으로 시원해서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축구는 이상적인 바람과 다른 질감과 온도를 가진 채 마무리되었다.
1. fc서울다움, 그림은 좋다
……내가 욕심을 부린 것 같다. 내가 내용과 결과 두 가지를 다 잡고 싶어서 그렇다"라고 하더니 천천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FC서울다운 모습은 축구에서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행정적인 부분을 비롯한 모든 시스템을 아우르는 측면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출처 : <안익수 감독에게 ‘FC서울다움’을 대놓고 물어봤습니다>, 스포츠니어스 2023년 4월 15일.
안익수 감독은 이전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다움’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선수단의 자율 출퇴근제를 실행했고, 선수 스스로 루틴에 맞는 식사를 하고, 경기 준비를 시키는 등,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한다.그렇게 자유로운 분위기 내에서 선수단, 감코진, 그 외 구단에 소속된 모든 이들이 능동적으로 ‘프로축구’를 완성시켜나가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안익수 감독 본인은 해당 인터뷰에서 아리송한 여지를 남겼으나, 현재까지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는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다)
이런 안익수가 추구하는 그림은 분명 모범이 될 수 있겠다.
경직된 구조를 벗어나 선수들이 스스로 선수임을 자각하고, 나아가 프로구단이 스스로 프로구단임을 자각해 스스로가 스스로임을 증명한다는 것, 그것이 통상적인 노동을 벗어난 엔터테인먼트가 노동으로서 모범을 보이고, 또 추구해야하는 길이니까.
2. 프로스포츠에는 결과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노동, 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통상적으로 업이란 ‘어떤 일을 반복적으로 하며 유무형의 이익을 얻는 행위’를 뜻한다.
안익수 감독, 코치진, 선수단, 구단의 업은 축구다. 11명의 선수가 상대 11명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90분+a분의 시간을 소비하며 수싸움 끝에 승리하는 것. 그들은 1주일 동안 (상술한 행정적인 정책들을 바탕으로)축구를 준비하고, 주말에 소비자들에게 축구를 선보이는 것이다.
위의 과정을 반복적인 행위로 상정한 뒤 다시 상술한 내용으로 돌아가보자, 안익수 감독은 내용과 결과를 다 잡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행정적인 부분을 비롯했다는 건, 그 귀결점이 축구라는 말도 성립된다.
다시 말해 ‘자율성을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프로축구를 선보인다’는 건 경기를 주도해 결과라는 무형의 이익을 가져와야 fc서울다움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행정적인 시스템 개선, 축구를 넘어 사회에 메시지를 준다는 행위, 이 거대담론적인 것들은 하나의 토대이지, 귀결점이 아니다. 축구에서 그 결과가 경기력으로 드러나고, 승리를 가져와야하는 것이다.
설령 후자가 완성된 그림이라 해도 fc서울다움의 귀결점은 그런 시스템을 바탕으로 승리를 해야 그것이 증명된다.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오지 못하면, 그 승패가 누적되어 리그를 주름잡지 못한다면, fc서울다움은 어느 누구도 설득하지 못하는 철학이 된다.
하지만 경인더비에서 안익수 감독이 보여준 축구는 fc서울다움을 증명해냈던가. 선수들이 자율적인 분위기 내에서 능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주도적으로 경기를 해, 그 결과를 가져왔는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은 인천의 (이탈하기 전)에르난데스, 제르소 등을 향하는 전진패스를 압박으로 차단하거나,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무력화시키는 모습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고, 그 패턴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거기에 교체카드를 사용한 후반전 역시 인천이 짠 판 안에서 헤매는 모습만이 연출됐다. 이것은 fc서울다움에 위배된 모습 아닌가?
3. 스스로에게 위선이 되어가는 모습을 멈춰주세요
안익수 감독이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 보여준 경기력은 사실상 전술이 없다는 평을 받는 수원fc와의 경기를 제외하면 전부 상대 판에 놀아나는 모습이었다. 이것은 감독이 스스로 언급한 fc서울다움 설명에 위배되는 모습이었다. 그것을 개선하려는 움직임 역시 소비자, 팬의 입장에선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fc서울다움을 꾸준히 언급한다는 건 위선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언행불일치에서 태어나는 신뢰는 존재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