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피치 위에서 우리는 적이지만
- 양조위
- 273
- 2
- 18
피치 위에서 우리는 적이고, 서로의 패배와 강등을 위해 땀방울을 흘리지만 피치를 떠나면 우리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다.
수원 삼성의 김병수 감독이 팀을 떠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처음엔 가짜 썰쟁이거나 질 낮은 농담이리라고 생각했다.
수원 삼성이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또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김병수라는 인물에 대한 호오나 최근 경기력과 성적 모두 차치하고, 압도적으로 꼴지를 하고 있는 팀을 강등의 위기에서 건져주러 온 사람 아닌가?
그런 사람을 아무 이유 없이, 또는 본인들이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내치는 것은 인간적으로 너무나도 예의 없는 행동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축구도 결국 사람이 하는 스포츠고, 그렇기에 인간성과 예의가 실종되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강등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수원 삼성은 예의나 인간의 도리를 져버리는 초강수를 택했다.
나는 인간의 도리를 져버린 수원 삼성이 강등을 탈출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1부 리그라는 지위마저 잃어버린다면 수원 삼성에 남은 것은 어려울 때 건져주러 온 사람의 등 뒤에 칼을 꽂고 강등당한 패륜이라는 이미지 밖에 없을 테니까.
그리고 피치 위, 경기장의 관중석에서 우리는 적이지만 그곳을 나와서는 나 또한 청백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