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아산 홈개막전 팀컬러 사태 리뷰
- 럭키금성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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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아산 홈개막전을 보자고 철도로 100km를 달렸고, 경기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구장이 온통 빨강으로 도배됐다는 내용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구장 언덕 아래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고 보니 원정 유니폼을 입은 선수단 걸개가 걸려있었고, 위에 올라가니까 도착 전에 본 사진 그대로.. 면 차라리 나았겠지만 온갖 당의 총선 후보들이 죄다 입장객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있었다. 인스타로 본 것보다 상황이 더 나빴다.
원래 서포터석에 안, 못 가는데(이유는 이전 글 참조) 게이트에 들어가고 보니 빨간 옷을 입은 응원단장과 치어리더가 있는 단상에서 앰프를 신나게 틀어댔고, 서포터즈의 스탠딩석 바로 뒤부터 단관으로 온 노인들이 가득차 있었다. 부천과의 결전이 아니라 멍청한 사람들의 결정으로 인한 내전을 치르게 생긴 아산 서포터에 합류했다. 내가 있다고 뭐가 바뀌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2018년, 19년 구단 해체를 두고 다투던 그때처럼 나라도 비를 같이 맞고 싶었다.
같이 맞은 비의 성분은 다음과 같다.
- '명예' 구단주의 예산에 관한 협박
- 뒤에서 단관 온 노인의 욕설
- 상황을 잘 몰랐을 중년 여성분의 "너흰 응원단이잖아"
욕하는 노인들에게 당황을 어떻게든 감추고 상황을 설명하던 콜리더처럼, 전광판에 내내 뜨던 붉은 글씨를 보고도 응원을 멈추지 않던 서포터들처럼 나도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고 목청에 악을 더했고 누군가의 육두문자에는 받아치기도 했지만,
끝나고 보니 나는 저것들이 만든 기억과 선수단의 모습, 색깔을 감당할 정도로 단단하지 못한 사람이었고 지금은 누가 툭 치면 소리내면서 울 것 같다.
구단에 그간 크고작은 문제가 있어왔다.
하지만 2018년 내내, 2019년 마지막 경기 날 해체를 두려워하며 펑펑 울던 사람들의 꿈이 그 모든 것을 넘어서 내게 왔다. 그래서 집이 멀어도, 진작부터 응원하던 다른 팀이 있어도 이 구단에 대한 관심을 계속 키워왔다. 그 사람들이 너무 좋았고 애달팠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이 구단이 그들의 꿈을 이룬 결과물이 아니라 꿈을 팔아 누군가의 선거캠프를 지은 것이었다면, 그게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나?
명예구단주의 협박에 대한 대답이다.
그 말인 즉슨 이미 개막전에 이렇게 하자고 한참 전에 서로 얘기가 되서 준비하고 이행했다는 얘긴데
진짜 팬들은 1도 생각해주지 않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