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자 조카녀석 열혈팬의 자질이 보인다
- 창원가로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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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났을 때부터 자기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했던
초등학교 2학년생 여아
이 에너지를 100% 쏟아낼 곳이 없어 좌충우돌하다
자기 엄마의 등짝스매싱으로 자주 하루를 마무리하는 아이
이 녀석에게 열혈팬의 자질이 보인다
작년 첫 직관 때도 심상치는 않았다
직관 다음날부터 한동안 응원가를 흥얼거리고 다녔고
그날 이후로 한번씩 축구장에 가고싶다는 걸 나에게 어필했다
어제
청주서포터들이 방방 뛰고
경남의 응원이 잠잠했을 때
이 아이는 분한 감정을 드러내곤 했다
왜 우리는 응원을 하지 않느냐
왜 지난번처럼 응원가를 부르지 않느냐
응원 어떻게 하는거냐
관중석 응원단장이 응원을 리드하려 하긴 했지만
마이크 소리는 작았고,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가르쳐주면서 하려니 응원의 흐름이 이어지지 못했다
이 아이 결국 답답했는지
경기장 가까이 가서 앉고싶다고 했고
스스로 응원구호를 만들어 외치기 시작했다
전반이 끝날무렵
이 아이는 유치원 동기생과 마주쳤다
그 동기생과 같이 앉아 보고싶다고 했다
그 동기생 아이의 가족들과 합석했다
이 아이는 동기생 아이와 동기생 아이의 동생의 손을 끌고서 같이 응원에 나섰다
경기장의 경쟁적인 분위기와 서포터의 텐션
에너지 넘치는 이 아이에게
어쩌면 축구장은 찰떡인 공간이었다
청주의 서포팅이 열을 올릴 때마다
이 아이의 에너지도 더 불타올랐다
전까지
이 아이가 축구장을 가고싶다고 했을 때
솔직한 삼촌 심정으로는
이 아이가 자주 기뻐할 수 있는 팀을 응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사촌조카 하나가 작년에 울산의 지지가 되었던 터라
이 아이의 친척언니기도 한 나의 사촌조카가 이 아이와 같이 한 팀을 응원하는 그림도 괜찮을 거 같아서
한번 넌지시 물었던 적이 있다
울산에 한번 가볼까
거기는 경기장도 더 좋고, 사람도 더 많다
사실 가자는 답변이 나올 줄 알았다
아니
하지만 싫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 그냥 경남FC 경기 보러갈까
그건 좋다고 했다
멀리 가기가 싫은 걸까?
왜인지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었다
조금 더 크면
행여 친구들이랑 같이 다니게 되더라도
가까우면 걱정이 덜하긴 하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팀을 응원하는 게 자연스럽긴 하다
다만 우려되는 건 이 아이는 아직
경남이 2부리그의 꼴찌팀인 걸 알지 못하고 있다는 거
그리고 이 팀을 응원하기 시작하면
어쩌면 기쁨의 감정보다 슬픔의 감정을 더 많이 느낄지도 모른다는 거
어제 다시한번 물었다
울산 가볼래?
돌아온 대답은 똑같았다
아니
이번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니 우리가 창원에 사는데 왜 자꾸 울산을 가자고 그러냐
나야 외지인 출신의 아직은 라이트한 범주의 팬이지만
창원 태생의 아이는 다른 건가
지역연고의 개념 따위 전혀 없을텐데
자기 엄마아빠가 쓰는 서울말씨를 들으면서 자라온 아이인데
그래서 지역말을 많이 쓰지도 않는 아이인데
본능적인 소속감이나 끌림 같은 게 있는걸까
그리고 어제 이 아이는
경기 시작할 때만 해도 자신의 경쟁자는 청주의 서포터라고 생각했던 이 아이는
경기장 안 또 다른 적의 존재를 인지했다
역전골이 취소되었을 때
자신의 기쁨을 누군가 다시 빼앗아갔다는 감정에 분노했다
그리고 그 기쁨을 빼앗아 간 주체가 누군지를 따져물었다
추가시간 경기 막판
골의 흐름이 느껴지던 순간 종료 휘슬이 갑작스럽게 불렸다
이때 이 아이는 경기를 종료시킨 주체가 누군지 또 따져물었다
서포터석에서는 정신차려콜이 들려왔다
이 아이
따라외쳤다
초등학교 2학년생 조카가
심판보고 정신차리라고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본다는 건
기분이 좀 묘하다
그와중에 흥미로운 말도 했다
아니, 딱 1분만 더 있었으면, 아니 딱 30초, 아니 딱 3초만 더 있었으면
골을 넣을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왜 끝내는거냐
축구를 해본 적도 없는 이 아이
나랑 비슷한 느낌으로 경기의 흐름도 느끼고 있다
나도 그렇게 느꼈다
마지막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됐을 때
3초 안에 좋은 기회를 마주할 거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내내 아까웠다는 말을 멈추지 않던 이 아이
경기가 또 언제냐고 물었다
수요일이라고 답해주었다
그날은 자기가 다 부숴버리겠다고 했다
허공에 쉐도우 복싱을 했고, 앞차기를 했다
경기장을 빠져나왔을 때 샵이 보였다
유니폼을 사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니폼을 입혀놓으면 귀여울 거 같다는 생각
엄청 좋아할 거 같다는 생각을 가끔씩 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날은
그 유니폼이 이 아이의 전투복이 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미루기로 했다
수요일
이 아이에게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궁금하다
댓글 24
그때 왜 내가 수원에 살았는가
회사 선배 아들래미 첨에 저러다 작년 설기현 꼬라박을때
흥미 잃어서 공도 안찬다함..ㅋㅋㅋ
???: 어휴 삼촌놈이 그때 날 경기장에 데려가지만 않았으면 이런 고통은 안당했을텐데
저긴 뭐하는지 모르겠음
심장을 울리는 한 마디...개멋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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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휴 삼촌놈이 그때 날 경기장에 데려가지만 않았으면 이런 고통은 안당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