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칼럼] 전국체전의 기록은 대한민국 클럽 축구의 공식 기록에 포함될까

원문 : https://blog.naver.com/asdike/223515859029

 

(출처 : KBS)

 

세계의 축구 시스템은 크게 국가대표 축구와 클럽 축구로 나뉩니다. 국가대표 축구는 말 그대로 각국의 축구협회에서 운영하는 남녀 국가대표팀의 축구를 의미합니다. 이들은 월드컵, 대륙간컵, 친선 A매치 등에 조국을 대표해서 출전합니다.

​

그리고 클럽 축구는 기업이나 지자체 등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클럽들의 축구를 의미합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대한민국 K리그1, 일본 J리그 등에 참가하는 팀들이 모두 축구 클럽들이죠. 물론 넓게 보면 유소년들이 축구를 배우는 유소년 축구 클럽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국가대표 축구와 클럽 축구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질적인 대회가 있습니다. 바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국체전입니다. 전국체전은 전국체육축구대회의 약칭으로 대한체육회가 주최하는 종합경기대회입니다. 전국 각지의 광역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는 아마추어 팀이나 선수들이 참가해 타 지역과 자웅을 겨루는 대회이죠. 작년의 경우는 서울, 경기, 경북, 경남, 강원, 제주, 세종 등 약 17개의 지자체가 참가했습니다.

​

그리고 전국체전에서도 당연히 축구대회가 열립니다. 전국체전에서 열리는 축구대회는 크게 남녀 고등부, 남녀 대학부, 남녀 일반부 등 총 6개의 대회가 열립니다. 고등부와 대학부는 이름 그대로 전국의 고등학교, 대학교들이 참가하는 것이고 일반부는 성인팀이 참가합니다.

 

 

 

(출처 : 대한체육회)

 

다만, 프로무대에서 활동하는 K리그1, K리그2 팀들은 일반부 축구대회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국체전 일반부 축구대회에는 보통 강릉시민축구단, 포천시민축구단, 부산교통공사 등 K3~K4리그 팀들과 인천 현대제철, 세종스포츠토토 등의 WK리그 팀들이 주로 참가합니다. 위의 표는 작년에 열린 104회 전국체전 일반부 여자 축구대회의 대진표인데 WK리그 팀들이 자신들의 지역 연고지를 대표해서 참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하지만 K3~K4리그나 WK리그에 참가한다고 해서 전국체전에 자동으로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전국체전에 자신들의 이름으로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광역지자체의 이름으로 참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축구팀이 많은 일부 지역에서는 K3~K4리그 팀들을 대상으로 선발전을 치르거나, 혹은 도민체전 같은 특정 대회에서의 성적을 기준으로 대표팀을 선발하죠.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축구팀은 오직 1팀뿐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강원특별자치도축구협회)

 

구체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강원도의 사례를 가져왔습니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축구협회는 강원특별자치도축구협회입니다. 그리고 협회에서는 매년마다 협회장배 축구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회는 전국체전 지역대표 선발전을 겸하기도 합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팀들에겐 강원도 대표로 전국체전에 참가할 자격이 부여됩니다. 올해는 홍천FC U18팀과 가톨릭관동대, 강릉시민축구단이 협회장배에서 우승해 강원도 대표로 전국체전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

참고로 일반부의 경우엔 강릉시민축구단(K3리그), 평창유나이티드(K4리그), 춘천시민축구단(K3리그) 등 3개팀이 참가했는데, 강릉시민축구단이 1라운드에서 춘천시민축구단을 6-1로 대파하며 결승에 진출했고, 결승에선 평창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었습니다. 평창유나이티드는 대진운이 좋아 부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했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출처 : 경상일보)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전국체전의 축구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은 국가나 클럽이 아닌 연고지의 지자체를 대표한다는 이질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부 축구대회에 참가하는 세미프로리그 팀들 중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도민구단들은 이 대회에 목숨을 걸고 참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나 연고지에서 전국체전이 개최될 경우 홈에서 금메달을 거머쥐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편입니다.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지자체의 명예를 드높이면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

위의 사진은 재작년에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전 남자 일반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울산시민축구단의 모습인데 수많은 울산 시민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습니다. 평범한 시민들의 반응도 저 정도인데 울산시 고위 관계자들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겠죠. 그래서 하부리그 팀들에게 전국체전은 FA컵 정도의 위상을 가진 메이저 대회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눈치채셨겠지만 결승전이 열린 장소는 울산 HD의 홈구장인 울산문수축구전용구장입니다)

​

 

(출처 : 부천 FC 1995)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전국체전, 전국체전 대표 선발전 등은 국가대표 축구와 클럽 축구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질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위상 자체는 굉장히 높지만 참가 팀들이 모두 지역 대표로 참가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강릉시민축구단이 전국체전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고 전국체전에서 우승했다 해도 이는 명목상으로 '강릉시 대표팀', '강원도 대표팀'으로 달성한 성과이지, '강릉시민축구단'의 이름으로 달성한 성과는 아닙니다.

​

이 때문에 구단 통산 득점, 개인 통산 출전 기록 등 클럽 축구의 공식 기록을 집계할 때 전국체전의 기록들은 비공식 기록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위상이 높은 대회라고 해도 형식적으로는 클럽 축구의 영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죠. 실제로 2012년까지 세미프로 구단이었던 부천 FC 1995는 전국체전과 전국체전 대표 선발전의 기록을 모두 구단 통산 기록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해당 대회에는 '부천 FC 1995'가 아닌 '경기도'와 '부천시'의 이름으로 참가했기 때문입니다. 위의 사진은 부천 FC 1995의 구단 통산 500골을 기념해서 제작된 인포그래픽인데 저 기록에는 전국체전, 도민체전 등의 대회에서 부천이 넣은 득점들이 모두 제외되어 있습니다.

​

다만, 공식 기록에 집계가 되지 않는다 해도 전국체전이 대한민국 축구에서 중요한 위상을 갖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1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부리그의 클럽들에겐 또다른 기회의 장이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매우 독특한 축구 대회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