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서울 내 존재하였던 축구 경기장 목록 -2-

 

 

http://www.flayus.com/index.php?mid=football_k&category=52298&document_srl=1362312

 

 

위 1편에 이어 계속 쓴다. 사람들의 건의를 받아 칼럼/프리뷰 태그 검

 

 

2. 효창운동장 

 

효창운동장은 알다시피 3의사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 김구등 임시정부요원들의 묘가 있는 효창공원 내에 지어져있어. 때문에 효창운동장 건립을 놓고, 효창공원을 성역화해도 모자랄 판에 시끄러운 운동장이 웬말이냐고 유가족 등이 항의를 했고 한동안 공사가 중단 상태였다고 하더군. 그러나 1959년 3월, AFC에서 '1956년 제1회 아시안컵(당시 대회 명칭은 아세아축구대회)을 한국 너네가 우승했으니, 1960년 2회 아시안컵 개최는 님네가 하쇼' 하고 통지를 해버려. 근데 당시 AFC가 요구한 대회 개최 조건이 '국제규격에 부합하는 운동장 + 잔디구장(!)' 이었거든. 그러나 당시 한국에는 국제규격을 갖춘 운동장은 고사하고 잔디구장도 거진 없다시피한 상태.. 

 

궁여지책으로 대한축구협회는 잔디가 깔려있었던 육사구장(육군사관학교 축구장 얘기는 추후에 하겠음)을 개최 구장으로 쓰고싶다고 요구를 했지만, 군사보안시설인 육사를 체육대회에 개방할리가 만무..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말아.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에 잔디를 까는 쪽으로 선회했지만, 당시 서울운동장은 국제규격에 맞는 운동장이 아니었지.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상황이었는데.. 이때 이승만 대통령이 '이참에 효창공원에 저번에 지으려다 무산된 운동장 그거 짓는게 어때?' 하고 지시를 내렸고, 그 한마디에 당시 대한체육회 회장 이기붕 + 문교부 + 서울시 + 대한축구협회가 모두 뛰어들어 효창운동장이 건설되었어. 59년 11월 착공, 60년 10월 개장이라는 엄청난 스피드로 말이야 ..  

 

이렇게 지어진 효창운동장은 육상용 트랙도 안깔린 오롯이 축구 경기만을 위해 지어진 한국 최초의 운동장이었어. 여기다 무려 천연잔디가 깔린 구장이기도 했지.. 다만 야간조명시설이 없었던건 아쉽지만, 당시 야간조명시설을 갖춘 운동장은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았으니 애교로 넘어갈만했어 (서울운동장에도 야간조명시설은 1967년에야 설치됨) 여하간 1960년 10월 12일 개장된 효창운동장은, 개장 2일 뒤인 14일부터 23일까지 열흘간 아시안컵 대회를 훌륭하게 소화하며 돈값을 했어.

 

특히 대회 기간 중 일련의 사건이 벌어지면서 효창구장은 전국민이 다아는 명소(?)로 군림하게되지.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아. 아시안컵 개최 첫날 한국 땅에서 처음 열린 국제축구대회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과열된 열기탓에 최대 수용 1만 5천명 남짓한 경기장에 개막 경기(한국vs남베트남)부터 3만이 넘는 관중이 몰려들었고, 경기장 관중석은 물론 경기장 내 해저드 부분까지 관중으로 꽉 들어찼지. 그런데 대한축구협회와 문교부는 관중 동원 대박났다며 싱글벙글.. 3일 뒤에 있을 한국 vs 이스라엘 경기에 대한 대비를 별로 하지 않았어. 기마 경찰만 좀 배치한게 다였지. 그리고 사고가 나게돼..

 

1차전 대 남베트남전을 5:1로 승리한 한국팀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관심은 한층더 고조되었지. 거기다 2차전 상대는 사실상 우승 경쟁국인 이스라엘. 이래저래 관중들이 1차전보다 훨씬 더 모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어. 거기다 10월 17일은 제헌절이라 공휴일이기까지 했거든. 결국 효창구장에 그날 운집한 정확한 인원은 아무도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최대 수용 1만 5천 구장에 대한축구협회는 2만 1700장의 입장권을 팔았다는 점, 몰려든 인파 탓에 입장권 검수를 포기하고 무료 관중을 받다가 경기장이 터져나갈 것 같아 게이트를 폐쇄한게 경기 시작 30분 전이라는 점, 게이트 폐쇄 시점에 경기장 내 관중수는 대략 4만 전후였다는 언론의 보도, 그리고 경기장 밖에는 최소 수천명의 관중들이 왜 경기장에 안들여보내주냐며 항의를 벌였고 개중에는 입장권을 가지고 있는데 못들어간 사람도 부지기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해보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5만명은 모였다고 볼 수 있을거야. 당시 서울 인구가 240만을 웃돌던 시절인데 5만이 그 코딱지만한데 모이다니..

 

여하간 그대로 경기가 속행되었다면 좋았겠지만, 게이트 폐쇄를 두고 밖에서 실갱이가 벌어지면서 사건이 터져. 특히 모 국회의원은 '나 국회의원인데!!' 버럭하면서 경기장에 들어가겠다고 소란을 피우고 있었고, 경기가 시작되는 휘슬이 울리자 밖에 있던 사람들은 더 애가 타기 시작했지. 결국 비지땀을 흘리던 관리요원들의 빈틈을 노려 사람들은 육탄돌격을 감행. 목재로 되어있었던 게이트가 부서져버렸고, 부서진 게이트를 밟고 관중들이 난입하게돼. 위에서 항의하던 국회의원도 선봉에 서서 난입을 했다하고.. 그렇게 갑자기 관중들이 몰려들어와 이미 초만원이었던 스탠드로 들어오려하니 앞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관중들이 떠밀려 압상을 당하는, 힐스버리 참사와 비슷한 사고가 터졌어. 다행히 철재 방벽이 없어서 사망자는 안나왔지만 중상자만 8명이 나온 대형 사고였지..

 

놀란 주심은 경기 시작 10분만에 경기를 중단시켰고, 기마경찰들은 뒤늦게 관중들을 제지하다가 관중들에게 맞아서 부상당하기까지 했지. 결국 장내 진행자가 '이대로면 한국이 몰수패를 당하니, 자중하라' 고 방송을 반복한 끝에야 간신히 진정, 결국 게이트를 열고 터치라인 코앞까지 관중을 받아들인 끝에 경기는 속행돼. 다행히(?) 이러한 사단에 이스라엘 선수들이 어지간히 쫄았는지, 한국이 3:0으로 낙승. 경기는 마무리되었어. 하지만 중상자만 8명이 나온 사고가 터졌으니, 대한축구협회 간부들과 게이트로 육탄돌격을 감행한 관중 5명 등이 입건되는등 홍역을 치르기도 하였지..

 

 

이처럼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효창운동장은 이후 각급 실업축구대회와 학원축구대회를 밥먹듯이 치르면서 한국축구의 성지로 자리잡게돼.한마디로 A매치급 경기는 서울운동장, 실업축구 이하 경기는 효창구장으로 2원화되었던거지. 다만 경기가 워낙 자주 열렸고, 거기다 잔디 관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던 시절이라 애써 갖춘 잔디구장은 개장 1년도 안돼 흙구장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그리고 개장 후 50년을 훌쩍 넘긴 현재까지, 동대문운동장이 폐쇄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와중에도 효창운동장은 지금까지 오롯이 살아남아 여전히 아마축구대회 개최지로 제 기능을 다하고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앞으로는 또 어떻게될지 모르겠지만.

 

효창운동장.JPG

(아시안컵 개최 당시 효창운동장, 1960. 1차전 월남전때 사진인지 2차전 이스라엘때 사진인지는 불명)

 

댓글 2

운동하는열부 2017.01.03. 14:06
6호선 개꿀인데 프로구단 하나 ㄷ르어오면 바로 시즌권 산다;
댓글
스위스 2017.01.03. 14:09
잘읽음. 케이리그자리잡기전까진 실업축구위상이 나름 있었으니까 효창에서 열리는경기도 뭐 대단히중요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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