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한국형 VAR에 대한 담론 上
- SHE7CHENKO
- 130
- 1
- 14
올해 7월부터 K리그 클래식에 VAR이 도입된 지도 이미 4개월 째에 접어들고 있다. 어떤 스포츠든 심판의 공정성과 판정의 옳고 그름은 중요한 논쟁의 대상이며 VAR은 결국 실수를 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인 심판의 판정을 비디오를 통해 돕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경기 진행의 연속성이 존재하는 축구라는 종목에서 비디오를 확인한다는 행위에 있어 순수한 경기시간 외의 시간이 필요한 점, 그에 따라 경기흐름에 방해를 줄 수 있는 점이 계속 지적되는 가운데 오히려 한국형 VAR은 그 자체의 문제보다는 그것을 활용하는 심판의 문제가 더 주요한 듯 하다.
VAR이 적용된 지 얼마 안된 7월 6일 울산과 수원의 경기에서 있었던 장면이다. 상대진영에서 공을 뺏어낸 울산이 볼을 빠르게 전개한 후 이종호가 멋진 헤딩골을 성공시켰는데 여기서 주심은 VAR 판독을 선언, 공을 뺏어내는 과정에서의 반칙을 지적해 골을 취소하는 판정을 내린다. 그러나 영상의 초반에서 알 수 있 듯이 해당 장면에서 주심은 두 눈 멀쩡히 뜨고 울산이 공을 뺏는 장면을 보고 있었으나 이 때 바로 반칙을 선언하지 않는다. 그 판정이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나 이는 주심의 판단에 그 장면이 반칙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나 VAR 차량에서 주심에게 반칙이 있었음을 전달했고 주심은 VAR 판독을 통해 골 무효를 선언한 것이다.
물론 그 과정과 판정에 문제는 없다. 이미 골이 들어간 뒤 아무 문제가 없이 진행되다 뒤늦게 VAR이 선언된 점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여기서 나는 한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VAR 차량에 탑승한 VAR 심판들과 경기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주심 중에 누구에게 더 큰 권한이 있는가의 문제이다. 물론 VAR 판독을 할 것인가의 결정은 주심이 하게 되어있고 그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상황에 VAR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VAR 심판들로부터 나온다. 여기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그러한 의견이 나왔더라도 주심 입장에서 본인의 판정이 맞았다 여긴다면 경기 진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빠른 시간 안에 어떤 점이 문제였다고 보는가와 본인의 원심 판정근거의 타당성을 고려해 VAR을 하지 않고 진행하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위 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옳은 판정이었든 아니었든 간에) 경기장 내에 있는 주심은 뻔히 보고 있던 상황에서 발생한 장면에 대해서 조차도 자신이 없었다.
정확한 판정을 돕기 위한 VAR은 좋다. 그러나 K리그의 심판들에게 VAR은 무엇인 지 한 번 직접 묻고 싶다. VAR이 그동안 지적받던 심판의 수준 문제에 대한 하나의 도피처로서만 작용한다면 이는 오히려 K리그 심판 수준에, 더 나아가 K리그 전체의 수준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가장 좋은 심판은 VAR 따위가 없어도 옳은 판정을 내릴 수 있는 심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VAR 도입 후 여태 VAR 판독을 하지 않고 넘어간 경기가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매우 사소한 상황에서도 VAR 판독을 꼭 한 번은 하고 넘어가왔던 K리그의 심판들은 그런 의존적인 습관이 자기 자신의 발전에 족쇄를 채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스스로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