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아랍 부자들이 K리그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 -1-

1. 서


'아랍 부자들이 K리그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


위처럼 제목을 달아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대답을 머릿속에 담을 것이다.



' K리그 이미지가 바닥 of 바닥이니까 투자를 안하지! ' 하고



허나 이건 현상의 단면만 해석한 결론이다. 이미지가 이상하더래도, 심지어 적성국가 내지 악의축으로 분류되는 집단이래도 일단 '돈'이 된다면 뛰어드는게

비즈니스의 세계. 그런데 유독 K리그만은 이미지도 바닥이지만 아무도 아랍 거부들의 투자 유치를 꺼내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 오직 축구팬들만이 가끔 파워볼

당첨만 되면.. 류의 몽상처럼 K리그도 만수르가 투자해준다면.. 하고 뇌까려질 뿐이다. 



왜? 그만큼 K리그가 비즈니스적으로 매력이 없기 때문일까? 구체적으로 무엇때문에? 그렇다면 축구팬들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없는걸까?  



위와 같은 질문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간략한 대답을 제시해볼까 한다. 물론 내가 제시하는 대답이 완벽한 정답이 되진 않는다. 제한적으로 공개된 정보, 본인의 협소한 시야와 부족한 지식을 토대로 얼기설기 짜맞춘 불완전한 대답, 심지어 틀린 대답일 수 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해당 현상을 이해하면 어떨까?' 하는 제언 수준으로 재밌게 읽어주길 바란다. 영 어려워서 뭔 소린지 모르겠다면 맨 아래 세줄 요약을 참고하길. 그럼 시작한다.



2. 이슬람식 돈벌기 - 이자는 안되고, 배당은 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만수르가 K리그에 투자하지않는 이유를 알려면 우선 만수르를 위시한 아랍 부자들(이하는 '아랍 부자 = 만수르'로 통칭하겠다.)이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야 '만수르가 K리그가 이래서 돈이 안되니까 투자를 안하는구나' 하고 이해가 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만수르가 돈버는 방법은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단 말인가? 그렇다. 아랍은 알다시피 이슬람 율법이 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으며, 이는 만수르라고 해서 예외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만수르 입장에서는 치명적일법한 규율이 이슬람에 존재하는데, 간단히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자 놀이를 하지 말라' 되시겠다. 즉 '고리대금업을 하지말라' 는 좋은 말씀(?)이 확장되서 숫체 이자를 받는건 불로소득이고 죄악이다.. 이렇게 공인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슬람 금융은 명목상 이자가 붙지 않으며, 샤리아 위원회라 하여 이슬람 율법에 능통한 학자(?)들이 부자들이 돈놀이를 하지 않는지 매의 눈으로 살피고 있다. (우리로 치면 금융감독원 같은건데.. 그 구성원이 율법학자들이라 보면 된다. 여기에 샤리아 위원회가 감시하는건 금융은 물론 사회 전방위 부문을 포괄한다...) 이걸 어긴다는건 이슬람 세계에서 사회적 사형이나 다름없으니 아무도 여기에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다.


허나.. 인플레이션에 의해 화폐의 실질가치는 계속 하락하는게 세상의 이치. 이자를 못받는다면 부는 점점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천하의 만수르라도 앉아서 자신의 부가 줄어드는걸 지켜보고 싶진 않을거다. 어떻게든 다른 돈 벌 궁리를 하는데.. 그리하여 나온게 바로 '부동산 투자와 배당을 통한 이익 환수' 의 방법이다. 


재밌게도 샤리아 위원회는 '자금 대부를 통해 벌어들이는 이자 소득'은 엄격히 금지하면서,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배당 소득'은 율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허용한다. 다만 그 실질이 이자에 진배없으면 형식이 배당이라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선물/옵션 같은 파생상품 투자도 아랍 사회는 엄격히 금한다. 요새 핫한 비트코인은 말할 것도 없고..) 간단히 말해 돈놓고 돈먹기는 안되지만, 실물 투자를 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건 OK라는 것. 때문에 만수르는 부동산에 투자하여 명목이자 대신 배당소득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축구팀 투자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요컨대 만수르의 축구 사랑은 철저히 자기 부 축적을 위한 도구라는 것.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래의 예로 살펴보자.



3. 만수르식 돈벌기 - 축구팀 투자와 채권/부동산 투자의 쌍두마차


만수르가 맨체스터 시티 FC에 돈을 퍼부으면서 세계적인 슈퍼 스타로 떠오른건 모두 아는 사실이다. 여기에 이어 맨체스터시티 홈구장 뿐만 아니라 숫체 맨체스터시 구시가지를 재개발하겠다는 야심찬 플랜을 2009년 무렵 공개하면서 'FM만 할줄 알았더니 심시티까지 한다'고 나무위키를 위시해 한국 네티즌들의 찬사를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 그렇다면 만수르는 자선가라서, 혹은 맨체스터시가 너무 좋아서 축구팀을 넘어 도시 개발에까지 그렇게 돈을 퍼붓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여기서부터 만수르식 돈벌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돈을 퍼붓는 것이다. 이미 맨체스터 시티 FC에 돈을 퍼부으면서 맨체스터시의 구세주로 떠오른 만수르. 그가 심시티 계획을 내놨으니 맨체스터시는 큰절이라도 해야할 판이다. 지방정부는 강남구 같은 곳을 제외하면 전세계 어디나 돈이 쪼달리기 때문. 이 때 만수르는 철저히 갑의 입장에서 2가지 제안을 할 수 있다. 바로 부동산을 싸게 넘기라고 요구하거나, 고(高)액면채권을 엄청나게 싸게 발행하라고 요구하거나.. 깡패도 아니고 저 요구가 가능하냐고? 전혀 문제가 없다. 왜냐면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이슬람은 '명목상' 이자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 아래의 그림을 살펴보자.



위의 그림 (편의상 <그림 1>이라 하겠다)이 일반적인 금융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채권 table이다. 매기 이자가 100씩 나오고, 원금은 만기에 10000원 상환하는 것.

하지만 이슬람은 명목 이자를 금지하니 위 그림 (편의상 <그림 2>라 하겠다)과 같이 명목이자로 매기받을 부분까지 고려해서 만기까지 미뤄놨다가 한꺼번에 10000 + 200 (실제로는 200보다 더 많을 것이다. 이자에 이자가 복리로 붙는 것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 여기서는 이해의 편의를 위해 100X2로 표기해놨다.) 을 원금으로 청구한다. 명목이자를 받지 않았으니, 이슬람 율법을 어기지 않은 것이고 실물 투자 수단으로써 채권을 이용했으니 문제가 안되는 것. 여기다<그림 1>, <그림 2> 모두 미래에 벌어들이는 돈은 같다. 그런데 <그림1>과 <그림2>의 현재가치 (즉 해당 채권의 현재 가격)를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이 차이가 난다. 


할인율을 10%로 가정할때 <그림1> 채권의 현재가치는 8,438 정도가 나오고, <그림2> 채권의 현재가치는 8,429.7 정도 나온다. 단 2기(즉 2년짜리) 채권임에도 8,24.. 약 1% 정도 가격 차이가 난다. 이걸 20년 만기, 30년 만기에 할인율 10+a%로 계산한다면? (보통 채권상품은 장기인 경우가 흔하고 최소 100억 단위는 넘어가야 채권 투자좀 하는 '개인'투자자란 소리를 듣는다. 게다가 도시 개발과 관련한 채권이라면, table 숫자의 규모는 더욱 커지며 만기도 길어진다. 원금이 커지고 만기가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채권의 현재가치는 더욱 급락하게 된다.)  엄청난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이런 명목이자가 붙지않는 <그림2>와 같은 채권을 '이슬람 채권' 또는 '수쿠크'라 부른다. 즉 만수르가 수쿠크 발행을 요구해도 재무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전혀 그릇된게 아니라는 것. 현재가치는 달라도 미래에 돌아오는 돈은 같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걸 발행하는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난처해질 수 밖에 없다. 다른 금융채권 발행시보다 돈을 빌릴 수 있는 규모가 훨씬 작기 때문. (채권의 현재가치는 낮으니까) 여기에 나중에 원금을 갚아나갈 생각도 해보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만수르가 백년대계를 다 짜놨는데, 맨체스터시 높으신분들이 퇴짜를 놨다는게 언론에 공표된다면? 맨체스터시 정치인 및 공무원들의 이름이 적힌 인형은 제깍 화형식을 당하고도 남을 것이고, 그들의 정치생명이 분노한 투표권자들에 의해 끊길 것이란건 명약관화하게 된다. 결국 맨체스터시는 만수르의 제안을 승낙할 수 밖에 없는 것. 하지만 수쿠크를 마구 찍어내면 맨체스터 시민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뭔가 이상하단 낌새를 챌 것이기 때문에 채권을 조금씩 장기적으로 발행하거나 또는 수쿠크에 상응하는 시 소유의 부동산 or 지역개발권을 만수르에 넘기고 그 대가로 (역시나 엄청나게 할인된 가치의) 돈을 받아서 지방정부 재정도 확충하고 만수르의 심시티에 동참하게 된다. 그리고 만수르는 일반적인 명목이자 붙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과 진배없는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게다가 만수르는 부동산을 손쉽게 소유하고, 개발권을 따내 개발을 시작한다. 부동산은 개발될 수록 값이 오르는게 세상의 이치. (그래서 대한민국 재벌들도 돈만 생기면 땅을 사고 건물을 사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만수르는 축구팀과 심시티라는 두가지 무기를 이용하고, 수쿠크라는 자신만의 특화된 기술을 이용해 한국 재벌들도 부러워할만한 싼 가격에 부동산을 불하받고 자산 가치를 증식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원대한 플랜은 맨체스터시를 넘어 시드니, 요코하마, 지로나, 뉴욕으로 뻗쳐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역의 유명 축구팀 지분을 사들이면서 맨체스터시티 FC처럼 투자하고 부동산 개발까지 따내려고 시도하리라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들 도시는 세계적으로 유명 도시이거나, 천혜의 관광지로 유명한 점 등의 공통점이 있다. 즉 구도심 개발권만 따내면 돈을 노다지로 캐낼 수 있는 곳에 만수르는 깃발을 차근차근 꽂고있는 셈이다.




..... 내일 출근하려면 자야되는데 길이 자꾸 길어진다. 큰일났다.. 제일 중요한 그래서 만수르가 K리그에 투자안하는 이유가 뭔데는 시작도 못했는데 ㅜ.ㅜ 


일단 여기까지만 쓰고 2편은 내일 쓸겡.. 

댓글 10

별인유 2017.12.08. 09:40
어 그러고보니 처치곤란한 구도심을 가지고 있는 모 광역시가 있는데....

하지만 다른문제 다 제껴두더라도 저런 수쿠크 채권이 국내에 들어왔다간 개신교분들에게 처맞을듯 ㄲㄲ
댓글
부산빠냥꾼 작성자 2017.12.08. 09:45
 별인유
실제로 수쿠크 채권 도입 논의가 국내 재계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기독교 쪽에서 종교 특혜라고 격렬 반발해서 힘들덧.. 


댓글
별인유 2017.12.08. 09:57
 부산빠냥꾼
사실 무슬림 돈도 다 투자받을만한 대상인데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으니 ㅎㅎㅎㅎ
댓글
부산빠냥꾼 작성자 2017.12.08. 09:59
 별인유

도입 자체는 지금도 가능한데. 일종의 형식적 장난이라. 문제는 현행 한국세법이 수쿠크를 실질을 중시해서 금융소득으로 보기 때문에 14% 원천징수 과세하는데 비해 수쿠크의 형식을 중시해서 채권으로 볼 경우는 비과세 대상이기 되기 때문. 이슬람 입장에서는 굳이 14% 부담하고 한국에 투자할 유인이 없는거지. 이 때문에 이슬람 채권 수쿠크는 형식을 중시해 비과세로 보자는게 현재의 논의인데, 기독교계에서 특정 종교 특혜라고 반발ㅋ 

댓글
별인유 2017.12.08. 10:01
 부산빠냥꾼
이 말대로라면 특혜논란 안나올 수가 없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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