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아랍 부자들이 K리그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 -3-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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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 2편에 이어 계속.)-

셋째, 한국 과세 구조상 만수르는 한국 부동산 / 채권 등에 투자해서 설령 이득을 보더라도, 해당 이득을 중과세 당할 가능성이 높다. 아래의 그림을 한번 보자.

위 <그림1>은 만수르가 해외에서 돈을 벌어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흐름을 도식화한 것이다. 가령 만수르가 맨체스터시가 발행한 수쿠크를 염가 매수하는데 합의했다고 하자. 그러면 이 수쿠크는 곧바로 만수르 소유가 되는게 아니라 Aabar Investment나 Aabar의 모회사인 International Petroleum Investment Company (IPIC)와 같은 UAE 국영투자회사의 소유로 편입된다. 이후 해당 투자회사에서는 매 사업연도마다 배당 결의를 통해 만수르에게 이득을 분여 함에 따라 만수르의 부를 증식 시켜준다. 앞서 챕터 2에서 샤리아 위원회가 천명한 원칙, ‘자금 대부를 통해 벌어들이는 이자 소득'은 엄격히 금지하지만,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배당 소득'은 율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문구를 위 <그림1>의 방식으로 지키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위 <그림1> 어떤 지점에서 태클을 걸고 세금을 뜯을 수 있을까? 이번엔 아래의 수정된 <그림2>를 한번 보자. 

일단 한국은 수쿠크 발행이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정확히 얘기하면, 위 수쿠크처럼 형식은 채권인데 실질은 금융상품인 것들은 발행되는 순간, 실질을 중시하여 금융상품으로 간주한다. ‘채권이나 금융상품이나 거기서 거기 아닌가?’ 반문할 수 도 있겠지만, 세법상으로 양자의 차이는 엄청나다. 간단히 말해 채권처분손익은 개인이 직접 투자시 과세제외대상으로 분류되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금융소득은 원천징수 14% 분리과세가 기본으로 붙고, 금융소득금액 총계가 2천만원이 넘어갈 경우 종합소득세를 내야하는 과세 대상이다. 한 푼의 투자가 아쉬운 일부 국가에서는 수쿠크의 형식을 중시하여 이를 일반 금융상품이 아닌 채권으로 봐주고, 수쿠크의 매수와 이익 편취에 대해 비과세 or 저세율을 적용하는 사례도 있다지만 한국에서는 어불성설의 일이다. 수쿠크에 비과세 혜택을 부여할 경우, 특정 종교에 일방적 특혜를 제공한다며 들고 일어날 이해관계자들이 대한민국에는 한가득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만수르가 수쿠크는 세금을 내야 하니 포기하고, 한국 부동산 투자에 올인해 어찌어찌 한국에서 돈을 벌었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돈을 벌었다고 다가 아니다. 한국은 비거주자(즉 국내에 주소를 갖지 않은 외국인) 개인이 외화를 반입하는 것은 비교적 자유롭지만 외화를 반출하는 것은 납세와 결부시켜 꽤나 까다롭게 관리한다. 돈은 국내에서 벌고, 세금도 안낸 뒤 외국으로 먹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세체계는 비거주자에 대해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 + 국내로 송금시킨 외국에서 번 소득' 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즉 ①만수르가 한국으로 송금시킨 외국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도, ②만수르가 부동산을 통해 한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서도 한국 과세당국은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이 소득이 다시 국외로 반출될 경우 외환수수료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결국 만수르 개인이 들어와서는 한국에서 돈을 번다한들 돈을 들고 나가기도 쉽지 않고, 돈들고 나가려면 필연적으로 세금을 만나야 한다. 그렇다면 만수르가 한국에 법인을 세우면 어떨까? 그런다고 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아래 <그림3>을 보자.

보다시피 Aabar Investment 한국 지사가 만수르에게 배당을 지급한다면, 한국 지사는 만수르 배당분의 14%를 원천징수의무자로서 징수&납세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한마디로 한국에서 금융수입으로 돈을 버는 이상 최소 14%의 세금은 어지간하면 내야한다. 여기에 일정 소득 이상을 넘어가면 원천징수 분리과세로 끝나지 않고 만수르는 종합소득 과세를, Aabar Investments 한국 지사는 법인세 과세까지 감내해야 한다. 사실상 Aabar Investment가 만수르의 재산관리용 가족회사인 점을 고려하면, 만수르는 법인세/배당소득세 등 2회에 걸친 납세 의무를 떠안아야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외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고 세금 문제로 골머리 썩을 필요가 없는 곳에서 자라온 만수르 입장에서는 뭐만 했다 하면 세금이 따라붙는 한국 같은 곳에 진입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만수르와 한국간 의사 불일치는, 한국조세당국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정상적인 과세를 하는 국가 vs 비정상 과세 내지 무과세 국가’ 간 거래에서 나오는 본질적 한계의 문제로 봐야 한다. 비슷한 문제가 미국이나 유럽 조세당국에도 있기 때문. 다만 한국은 만수르가 투자하기에 매력적이지 못한게 현실이라 (앞서 챕터4 첫째/둘째 부분의 이유들을 떠올려보자) 결국 '가뜩이나 세금 문제도 짜증나는데 한국 부동산 & 한국 축구팀 안사!' 하고 지갑을 열지 않겠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만수르에게 필요한 존재이기에 세금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축구팀과 부동산에 기꺼이 돈을 내밀 수 밖에 없게되는 것이다.

5. 결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자면, ‘만수르가 돈을 버는 방법은 정형화 되어있으며, 그 정형화된 방식이 한국에는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만수르의 K리그 투자는 당분간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만수르의 부 증식(정확히는 축구와 관련해 부를 늘리는 방식)의 수단이 부동산과 관련되어있기 때문에 나오는 문제이다. 주식은 수요가 늘면 주식분할을 하든 증자를 하든 무한정 찍어내는게 가능하다. 때문에 만수르가 돈을 들고 한국 주식시장에 뛰어든다면 위에서 언급한 조세 장벽이나 이해 관계자들의 거부감 문제 등은 회피할 수 있거나 한국 스스로 빗장을 낮추어서라도 만수르에게 ‘어서오십시오’ 라며 굽신댈수밖에 없다. 주식 시장은 들어오는 돈이 늘어날수록 나눠먹을 파이도 커지기 때문이다. 제조업 등 2차 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 규모의 경제, 자본생산성과 노동생산성 간의 반비례적 관계, 고용 창출 효과 등을 생각해보면 자본이 많이 들어오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때문에 조세특례제한법 상 외국인 투자 세액감면 혜택을 퍼붓는등 국가적으로 제조업 부문 등의 외국인/외국법인 투자를 배려해주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은 다르다. 부동산은 언제나 물량이 제한적이며, 쓸만한 땅은 더욱 그러하다. 특히 대한민국은 수도권 과밀화 등으로 부동산이 항시 초과 수요 상태다. 이처럼 제한적인 시장에 만수르의 자본이 끼어들려 한다면? 몇없는 고깃덩이를 놓고 이전투구의 장, 즉 레드오션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숫제 만수르가 한국 부동산 시장에 들어올 구멍 자체를 막아버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6. 세줄 요약

가. 만수르는 결코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철저히 자기 부를 증식시키는 방법의 도구로써 축구팀 투자를 이용하고 있다.

나. 하지만 그 방법이 한국에서는 잘 안 통한다.

다. 고로 한국 축구팀에 적극 투자할 가능성은 낮다.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광고 스폰서 정도 하나 던져주는건 가능하겠지만.. 

... 새벽에 써놓고 출근했다가 이제 올린다. 

마지막은 너무도 졸려서 그냥 대충 썼는데 .. 틀린 내용이 없길 바랄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