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K리그는 스토리가 없다?] 1편 - 경남FC 박지수(DF)
- 킹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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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생기다.
2004년,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꿈을 가진다
“축구선수로 성공해 다리가 불편하신 아버지를 낫게 해드리겠다”
그 초등학생은 바로 경남FC 중앙 수비수 박지수이다.
박지수의 아버지는 소아마비 환자로 다리가 불편하다. 그렇기에 박지수의 꿈을 반대했다. 막내아들이 힘들고 고된 길을 걷기를 원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박지수의 꿈을 꺾을 수 없었다.
꿈이 생긴 박지수는 거침없이 달려나갔다.
꿈이 있었기에 지치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2012년 꿈에 그리던 K리그에 입성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 팀인 대건고를 졸업한 박지수는 곧바로 K리그 무대로 올라갔다.
대건고 시절에도 이미 그의 활약은 소문이 낫기에 많은 인천팬이 그를 반겼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기에 1년 차 박지수에게 주어질 기회가 없었다.
초조했지만 기다렸다. 언젠간 본인에게도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하며.
하지만 박지수에게 돌아온건 기회가 아닌 방출 통보
인천에 입단한지 1년 만에 방출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시련, 좌절
21살의 박지수가 감당하기에는 방출이란 너무나도 큰 시련이었다. 10년을 한 곳만 보고 달려왔는데 하루아침에 길이 사라졌다.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결국, 박지수는 무너졌다.
축구화를 벗으리라 마음먹었다. 그를 말리는 아버지에게도 처음으로 대들며 반항했다. 그는 지금도 이 행동을 후회하고 축구 선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 한다.
그런 박지수를 지켜보던 친형이 한마디를 던졌다.
“박지수, 너 그 정도밖에 안 돼? 그러려고 축구 시작했어? 정신차려라”
순간 박지수는 충격을 받았다.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정신을 바로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해서 날 버린걸 후회를 하게 만들겠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K3 리그
마음을 다잡은 박지수는 K3 리그 신생팀인 의정부에 입단한다.
당시 의정부에는 안정환, 박지성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진 김희태 감독이 있었고 그의 지도와 하루 3번씩 개인훈련을 하는 박지수의 근성이 더해지며 그 시기 박지수는 엄청난 성장세를 보인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K3 리그에서 한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2014년 박지수는 다시 한번 기회를 잡게 된다. 입단 테스트를 보며 프로 재진출을 노리던 박지수에게 일본 J2 리그 팀에서 테스트 합격이란 소식을 받았다.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다시 프로 무대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근데 박지수는 고생을 좀 많이 했나 보다. 낙이 두 배로 찾아왔다.
J2 리그 입단을 앞두고 의정부에서 몸을 만들고 있던 박지수는 K리그 2(챌린지)로 강등당한 경남FC와의 친선 경기를 뛰게 된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바로 경남 박성화 감독의 눈에 든 것이다.
비록 감독으로 성공하진 못했으나 박성화는 한국 축구에서 레전드로 뽑힐 만큼 뛰어났던 수비수 출신, 그런 그가 수비수 박지수를 보고 점 찍은 것이다.
방출 통보를 받았던 박지수는 불과 1년 만에 2개의 프로팀에게 러브콜을 받게 된다. 그야말로 인생역전.
고심 끝에 그는 다시 한번 한국에서의 도전을 이어나가기로 하고 2015년 경남FC에 입단하게 된다.
프로, 드디어 발걸음을 내딛다.
당시 경남은 배효성 최성환 등 K리그에서 10년 이상 활약한 베테랑 중앙 수비수들을 영입하며 박지수의 주전 경쟁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우주의 기운이 모인 것인지 베테랑들의 적절한(?) 부상으로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고 박지수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 기회를 위해 지난 1년 피, 땀, 눈물을 흘려가며 운동했다.
사실 당시 경남팬들은 박지수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가 비록 유소년 시절 큰 기대를 받은 선수이긴하나 프로 경험은 없고 격차가 큰 K3에서 올라왔기 때문.
그런데 박지수의 출장 기회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경남팬들의 시선 또한 달라지기 시작했다.
몸을 사리지 않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와 왕성한 활동량으로 경남팬들을 순식간에 사로잡았고 경남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리고 박지수는 선배들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무려 28경기 1500여 분을 출장하며 성공적으로 프로 복귀 시즌을 보낸다.
두 번째 성장통
(사진 맨 왼쪽이 지난 시즌 경쟁자이자 동료였던 배효성)
2016년 시즌을 앞두고 최성환 배효성이 팀을 떠나고 김종부 감독이 새롭게 부임했다.
최성환 배효성의 빈자리에 또 다른 베테랑 중앙 수비수 이원재 박주성과 외국인 중앙 수비수 이반이 들어왔지만 박지수는 무서울게 없었다.
지난 시즌에서 이미 하늘 같은 베테랑과의 경쟁도 이겨냈기 때문이다.
3개월간의 동계훈련 끝에 박지수는 뛰어난 스피드와 몸싸움으로 이원재 박주성을 앞지르고 주전 중앙 수비수 경쟁에서 승리하며 확보한다.
그리고 두번째 성장통을 겪게 된다.
그의 파트너 이반은 크로아티아 출신의 외국인 선수였기에 언어적 문제가 있었고 박지수가 경남 수비 라인을 이끌어야 했다.
하지만 박지수는 수비 라인을 이끌기엔 경험이 부족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지수는 프로 무대에 자리 잡기 시작한 신인 선수이다.
한 경기에서만 4골 5골을 먹기도 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많이 뛰었지만, 개인의 능력으로 수비 라인 전체가 무너지는걸 막을 수 없었다.
팀 성적도 35경기 3200여 분을 출장한 박지수 개인 성적은 나쁘지 않았고 어느덧 팀의 중심 수비수로 우똑 올라섰다.
그러나 수비 리딩과 리그 최다 실점 3위라는 숙제도 받게 된 시즌이었다.
K리그 2(챌린지) 최고의 중앙 수비수가 되다.
그도 어느덧 프로에서만 50경기 넘게 출장한 꽤 경험이 있는 선수가 되었다. 그리고 경남 수비의 핵심 선수의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에게는 지난 시즌 부여받은 숙제가 남아있었다.
혼자서 다른 선수를 막고 뛰는 것은 언제나 자신 있었지만 이제는 수비 라인 전체를 이끌며 그런 플레이를 보여야 했다. 겨우내 지난 시즌 실수를 분석하고 해결하기 위해 동료와 호흡을 맞추고 또 맞추어 나갔다.
대망의 2017년
경남과 박지수는 리그 최다 실점 3위를 기록했다.
뒤에서 3위. 36경기에서 단 36실점.
박지수는 36경기 중 33경기에 출장하며 경남 수비 라인을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지난 시즌 대비 확연히 성장한 수비 라인 조율 능력을 보였다.
여기에 빼어난 개인 활약까지 더하며 박지수는 K리그 2(챌린지) 시즌 베스트 11 중앙 수비수에 선정된다.
(이후 선수 주가도 많이 올라 여러 K리그 팀들의 제의가 있었지만 경남과 재계약을 하며 남는다)
5년 만에 다시 만나는 인천
지난 시즌 K리그 2(챌린지)에서 24승 7무 5패라는 압도적 성적으로 우승한 경남과 함께 박지수는 K리그 1(클래식)로 올라간다.
K리그 1(클래식)
그곳에는 바로 인천이 있다.
5년 전 자신을 내친 바로 그 인천.
벗으려던 축구화를 다시 신으며 꼭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했던 그 인천.
그리고 그 다짐을 실현시키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땀을 흘리진 않고 태국 전지훈련 다녀와서 잠깐 휴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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