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K리그 2R, FC서울 VS 강원FC] 황새의 오만함과 뱁새의 자신감이 불러온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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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시장부터 쌓여온 팬들의 울분을 대변하듯 경기장에는 야유가 쏟아졌다. 박주영의 선제골로 리드를 해나가던 FC서울은 1-2 역전패를 하며 홈 개막전에서 최악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전반전 막바지에 터진 박주영의 헤더가 채 잊혀지기도 전, 후반전 시작 5분만에 이근호는 자신의 손을 힘차게 들어올렸다. 이후 교체 투입된 정조국의 역전골이 터졌고, K리그1에서 가장 정적인 팀은 그렇게 팬들의 마음마저 굳게 만들어버렸다.

 

축구는 11명이 조화롭게 움직여야하는 스포츠다. FC서울은 그렇지 못했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부터 지적되어오던 정적인 움직임은 올 시즌에 들어서도 여지없는 모습이었고, 지공시 위력은 0에 가까웠다. 강원보다 FC서울이 좋은 스쿼드를 가지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며 그들이 홈에서 치루기에 더욱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 역시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오만한 태도로 일관한 탓에 강원에게는 더욱이 편한 수비 환경을 조성했을 뿐이었다.

 

강원은 지공시에나 속공시에 무조건 수적 우세를 점하고자 했다. 상대 수비 2명이 조여들어오면 전방의 제리치, 혹은 이근호를 통해 측면에 힘을 주기도 했고, 기본적으로 정승용과 강지훈의 오버래핑을 통해 신광훈과 심상민에게 압박을 가하며 공격을 시도했다. 공격권을 잃어버리면 바로 다시 수비적인 전환을 통해 상대의 역습을 저지하며 수비에 대한 대책까지 세우며 꽤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면 서울은 공격하는데에 있어 그리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았다. 코바와 안델손의 개인 기량을 믿는듯 보였다. 물론 그들의 개인기량이 뛰어난 건 맞다. 코바는 사이드에서 포스트플레이를 통해 전개를 할 수도 있고, 직접 크로스를 올릴 수도 있으며 돌파까지 가능한 자원이다. 안델손 역시 온더볼에 특화되어 있기에 1on1 상황에 적합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황선홍 감독은 너무도 오만했다. 풀백의 오버래핑은 자제시키며 중앙 자원들의 전진도 매우 간헐적이었고, 이에 서울의 공격은 코바-박주영-안델손 형태에서 끝을 맺는게 대부분이었다. 초반에는 어느정도 통하는 모습이었지만 강원의 수비가 이를 인지하고 측면에 수비를 더욱이 많이 배치하는 시점부터 코바와 안델손의 영향력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 좌 : FC서울 / 우 : 강원FC, 이 두 팀은 공격에서의 인원 배치와 짜임새, 공격에 임하는 자세부터 격이 달랐다 )

 

한 가지 희소식은 FC서울에게 그래도 주도권 자체는 넘어왔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로 하여금 강원은 수비라인을 높게 형성할 수가 없었고, 이에 그들은 FC서울에게 주도권을 넘겨줘야만 했다. FC서울은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 FC서울의 공격권이 확실한데도 선수들은 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 서울 특유의 고구마 지공)

 

서울 팬들이라면 아마 가장 싫어할만한 장면이 아닌가 싶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져오던 답답함이다. 선수들은 볼을 받을 채비를 하지 않고 있다.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자신의 위치만 지키고 있고 이에 공격권을 어이없이 잃어버린다. 특별한 전술 없이 공격을 하려다보니 지공 상황이 길어졌을 경우에는 정말 무의미한 패스 이후 공격권을 손실하는 게 거의 공식화 되어버렸다. 측면 풀백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그 공간을 만들었어야 할 필요가 있다. FC서울이 결국 전반전에 유효한 공격을 만들어냈던 건 기존의 윙어들이 아닌 측면 풀백들이 오버랲하여 공격에 가담했을 때였다. 골도 신광훈의 크로스가 만들어내었고 말이다. 

 

전반전에 골을 허용한 강원은 좀 더 직관적인 공격형태를 선택한다. 측면을 공략함으로써 넓어진 FC서울의 수비간격을 역이용하여 측면 파괴력에 뛰어난 김경중을 포스트플레이가 가능한 정조국과 교체투입시키며. 

 

(▲ 맥없이 무너지는 FC서울)

 

FC서울은 이에 맥없이 무너졌다. 강원은 이와 같은 전술을 지난 시즌에도 자주 사용하였다. 정조국과 이근호가 양 쪽에서 포스트플레이를 통해 직관적인 공격을 감행하는 방식은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했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제리치라는 또 다른 옵션이 생기며 FC서울은 곤욕을 치룰 수밖에 없었다. 우선적으로 이웅희와 황현수는 제공권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 아니었다. 두번째로 FC서울의 수비 간격은 넓었다. 세번째로 FC서울의 압박은 애매했다. 강원이 하고자하는 축구에 대한 대비도 안되어있었고, 오히려 선수들의 약점과 대비되는 색채의 형태였기 때문에 FC서울은 정말 무수한 공격을 그저 맨몸으로 받아들여야만했다. 그나마 양한빈이 수문장이어서 2골 허용에 그친 것이지 유현이었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자, 2실점을 할 동안 그리고 그 이후 FC서울의 행보를 알아보자. 그들은 여전히 측면에 머물러 있었다. 전반전에 넣은 그 골 맛을 잊지 못해서였을까? 아 물론 나아진 점은 있었다. 풀백의 오버래핑은 확실히 적극적으로 하고 있었으니. 강원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수비간격을 대폭 좁혀버린다. FC서울은 신나게 측면을 공략해보지만 크로스만 올라갈 뿐 골망을 흔들지는 못했다. 당연하다. 강원은 일부러 측면을 내줬다. 왜? 발렌티노스와 김오규의 수비라인은 단단했으니까. 강원은 풀백과 센터백의 간격을 대폭 좁힌 상태에서 그 앞쪽으로 맥고완과 박정수를 배치시켰고 측면은 이근호와 정석화를 이용해 최소한의 수비만 시켰을 뿐이다. 

 

(▲ 역전에 성공한 후 수비폭을 확 좁힌 강원)

 

FC서울은 좋다고 크로스를 남발한다. 이게 좋은 상황인가? 전혀. 그들은 풀백의 오버래핑을 과감하게 선택했지만 이후의 상황에는 전혀 대비하지 못했고 계속해서 역습을 허용했다. 강원이 전반전에 행했던 수비 전환은 FC서울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고 그들은 그저 측면에서의 크로스에만 관심이 있어보였다. 종종 FC서울이 중앙을 공략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치곤 했다. 그리고 그 모습들이 크로스 대여섯번보다 훨씬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상대가 라인을 내리고 간격을 좁혔으면, 박스 근처에서 속도를 올리며 수비수와 공격수 간의 스피드 차이를 이용했어야한다. 하지만 서울은 오히려 박스 근처에선 속도를 줄였다. 상대는 지역수비를 기반으로 라인을 세웠는데 말이다. 이 점에서 에반드루의 활약은 꽤나 흥미로웠다. 정적인 FC서울의 공격에 그나마 역동성을 불어넣어줬달까.

 

풀백들이 분전해주기는 했다. 신광훈과 심상민은 정말 열심히 경기를 뛴 것으로 보였지만 어쨌든 중앙에서의 수비 균열이 이뤄지지 않으면 암만 측면을 공략해봤자 장신 공격수가 없는 서울 입장에서는 강원의 수비를 뚫어낼래야 낼 수가 없었다. 결국 FC서울이 후반전 한 것이라곤 2개의 실점을 포함한 무수히 많은 역습 허용과 희망고문에 가까운 무한 크로스 전술이었고, 이는 팬들의 울분을 터뜨리기에 충분했다.

 

FC서울은 자신들의 강점인 개인 기량을 확실하게 살리지 못했다. 반면 강원은 제공권이라는 강점을 십분 활용했고,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강원FC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갔고, FC서울은 오만함에 빠져 경기를 망쳐버렸다. 항상 먼저 움직이는 건 강원이었고 맞춰 나가는 건 FC서울이었으며, 전술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모두 대패한 FC서울이었다.

 

BEST PLAYER - 이근호

 

 

제가 FC서울 팬이다보니 더 심하게 말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너그러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16

황태 2018.03.12. 23:07
펨코에서 보고왔지만 여기도 추천드립니다.
댓글
디팔티 작성자 2018.03.12. 23:09
 황태
감사드립니다 ㅎㅎ
댓글
디팔티 작성자 2018.03.12. 23:09
 킹종부
엌ㅋㅋㅋㅋㅋㅋ
댓글
디팔티 작성자 2018.03.12. 23:09
 반커브
감사드립니다!
댓글
디팔티 작성자 2018.03.12. 23:12
 황-홍개-끼
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동서울 2018.03.13. 13:24
뭘믿고 오만함에 가득찬건지 참...새
댓글
싱싱한호떡 2018.03.13. 15:06
근데 너네 선발 라인업이 강원보다 낫다는건 동의 못하겠다...
댓글
Tottia 2018.03.14. 00:20
아 기만자쉑 여기도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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