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지하철에서 급히 쓰는 오늘 북패의 첫 승 직관 후기
- 데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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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고사 끝나고 밥 먹고 마음 편하게 간 직관. 상암 가는 지하철은 북패 하나 없이 텅 비었고 경기장은 내 생각보다는 많이 와서 놀라웠습니다. 결국 유료관중은 4700명의 전사들이었지만요.
초반 북패 분위기는 다들 기대라고는 하나 없이, 심각할 정도로 침착한 분위기 속에 조금씩 들리는 황새 디스. 헛웃음과 공허한 응원이 울러펴지는 이 분위기를 뜨겁게 달궈 준 것은 북패답게도 김승대의 골이었습니다. 응원가를 제대로 부르기 시작한 시점에 들어간 골을 본 N석의 수많은 북패들은 더 큰 목소리로, 포기한 채 미친듯이 응원가를 불렀습니다. 중간중간 들리는 황선홍을 향한 오열은 이제 분노가 아닌 좌절이고 초라한 부탁에 가까월습니다. 그렇게 경기장 분위기는 차갑게 흘러가고, 북패다운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많은 사람들이 그저 황새아웃을 외치던 그 시간...
예, 고요한이 넣었습니다. 분위기는 바뀌고 다들 희망에 빠졌습니다. 다들 헛된 희망이며 어차피 잘해봐야 비기고 망하면 걍 지는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황새아웃을 꾸준히 외치면서도 응원을 이어갔습니다. 북패는 북패답지 않게 나름 공격적으로 몰아붙였는데 강현무의 손에 막히고 포항의 야심찬 공격은 골대에 막히며 결국 1대1로 전반 종료. 분위기 참 오묘하더군요 ㅋㅋ
후반전, 북패답지 않은 맹공으로 결국 고요한이 골을 꾸겨넣고야 말았습니다. 그와중에 강현무 존나게 잘막더라고요 빈 골대에 골 못쳐넣다가 결국 고요한이 해결해내는 거 보고 진짜 울 뻔 했습니다. N석의 1000명 수호신들은 '설마 드디어 이기나...?' 하고 감히 설레발을 치기 시작합니다.
이후에 이어지는 포항 공격, 골대 맞추고, 양한빈이 연이어 막고... 하지만 저도 1000명 수호신도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라자르에 이어 제ㅡ테ㅡ르ㅡ손에게 골을 선사하는 자애로움에 모두 기뻐하며 황새아웃을 열렬히 외쳤죠. 근데, 개뜬금없이 VAR을 돌리고 앉아있더라고요? 대체 뭔 일인지도 모르고 들뜬 우리들은 결국 골 취소에 목청 터져라 기뻐했고, 그에 비해 포항 쪽은 분위기 많이 싸해지더라고요. 이후에는 응원 소리 사이에 간간히 들리는 "오늘은 이기자 제발"같은 눈물겨운 소리.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북패는 첫 승을 따게 됩니다.
북패의 뒷풀이 현장. 아니 정확히는 한풀이 현장. 그간 쌓였던 모든 한을, 마치 정신나간 사람들이 헛소리하듯이 풀어내던 그 곳은 이게 이겨서 기뻐하는건지, 아니면 드디어 정신이 나가버려서 이성을 놓은 사람들이 모인 것인지 구분이 안됐습니다. 승리 뒷풀이인데 "황 새 아 웃 ! "이 가장 크게 울려퍼지는 걸 듣고 저도 달려가서 같이 외쳤습니다. 황새아웃!
2018년 최초 개장! 승리의 하이파이브!
근데 존나 빠르게 마감쳐서 못함 씨발 북패개새끼들아 오늘 못하면 앞으로 언제 돌아올지 알고 막는거야 씨발들아
그리고 고요한 딸 졸귀여움ㅋ
개인적으로는 이겨서 기분 좋긴 했는데 생각보다 오묘했습니다. 솔직히 요즘 쌓인 분노를 패배 이후 야유와 황새아웃으로 풀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이겨버리니까 김이 좀 새네요. 고요한 유니폼이나 받고 이 애매한 기분을 바꾸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