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구라브 무키, '최연소'의 명과 '나이조작'의 암

링크 : https://blog.naver.com/realcastles/221373488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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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브 무키가 인도 슈퍼리그의 역사를 새로 썼다. 사진=Indian Football Community


 '최연소'라는 타이틀은 마약같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최연소 멘사회원, 최연소 XX콩쿠르 우승자, 최연소 CEO 같은 사람들이 언론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많이 보았다. 축구의 프레임으로 들어간다면 그것은 한 층 더 심해진다. 언급하기도 버거운 수많은 '최연소'들이 나타났고 소비되었으며, 자리잡거나 사라졌다. 최연소라는 이름표가 그만큼 매력적이고 흥미롭다는 반증이리라. 그만큼 우리는 최연소의 주인공이 능력적인 문제를 보이거나 구설수를 일으키면 큰 실망감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그 타이틀 자체가 거짓이라면?

 지난 10월 7일 밤 10시 (한국시각) 에 열린 인도 슈퍼리그 (이하 ISL) 2라운드 경기에서 '리그 최연소 득점자' 기록이 갈아치워졌다. 주인공은 잠셰드푸르 FC의 공격수 구라브 무키 (Gourav Mukhi). 그는 벵갈루루와의 경기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71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으며 ISL 데뷔를 이루어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10분 후 팀의 동점골을 터뜨리며 데뷔골까지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잠셰드푸르는 무키의 골에도 불구하고 2:2 무승부를 기록하는 데에 만족해야 했다.

 이 골은 유망주의 1군 첫 골 이상의 가치를 지닌 골이 되었다. ISL 최연소 득점 기록을 무려 2년이나 앞당긴 것. 기존 기록은 첸나이 FC의 풀백 제리 랄린줄라가 2016년 12월 기록한 프리킥 골이었다. 당시 제리의 나이는 만 18세였다. 무키의 서류상 생일은 2002년 5월 4일, 만 16세의 나이에 화려한 시작을 알린 것이다.

 기록 갱신에 인도 축구계는 크게 열광했다. 인도가 유소년 육성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고 성과도 나오기 시작한 시점에서 나온 기록이니 그 관심도는 더 했다. 무키의 소속팀인 잠셰드푸르에게도 희소식이었다. 지난 시즌 B팀에서 10경기 6골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인정받은 구단 유망주가 1군에서도 이를 인정받았으니 말이다. 지난 이적시장에 잠셰드푸르로 깜짝 이적한 레전드 팀 케이힐도 경기 후 무키에게 응원의 코멘트를 남겼다.

 

구라브 무키의 진짜 나이는 몇 살인가. 팀 케이힐은 그의 삼촌 뻘이다. 사진=Yahoo News India

 

 그러나, 그 칭송의 시선의 의문의 눈길로 바뀌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연소' 타이틀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나이에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사진에서 봐도 알 수 있듯, 무키의 외모가02년생 치고는 너무 늙어보이는 것이 문제였다. 2002 한일월드컵에 참가할 뻔한 팀 케이힐과 외견상 나이 차이가 그리 나지 않아보이는 정도니 말이다. 물론 축구계에는 노안 선수들이 많다. 단지 좀 늙어보인다고 해도 그것이 나이 조작의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무키의 나이에 대한 이야기도 그저 '썰'로만 흘러갈 줄 알았다. 그의 나이에 대한 골닷컴의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키는 나이를 조작한 것이 맞다. 골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무키는 2015년 자르칸드 주 대표에 선발되어 u15 내셔널 챔피언십에 참가했다. 이 대회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그는 자르칸드가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에 일조했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르칸드가 선수 5명의 출생증명서를 조작해 제출한 것이 뒤늦게 발각된 것. 인도 축구협회 (AIFF)는 이에 대해 100,000루피 (약 150만원)의 벌금과 우승 박탈, 감독의 1년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렇다. 발각된 5명의 선수 중 1명이 바로 무키인 것이다. 

당시 u15 챔피언십에 참여할 수 없는 나이었으니 2015년에 그의 나이는 최소 만 16살이었다는 이야기가 성립된다. 하지만 3년이 지난 2018년에도 그는 16살로 홍보되고 있다. 정상적인 나이 계산이 이루어졌다면 현재 무키의 나이는 최소 만 19살이 되어야 한다. 이것도 최소치이다. 실제 나이는 더욱 많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개도국 선수들의 나이 조작은 FIFA의 머리를 지속적으로 아프게 하고 있다. 사진=The 18

 

 개발도상국 선수들의 서류상 나이가 실제와 다른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FIFA는 이를 막기 위해 2003년부터 MRI 성장판 검사를 도입했지만, 그 제도적 허점 탓인지 2018년에도 사례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실정이다. 이라크는 u16 대표팀의 나이 조작 문제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을 포기했고, 가나도 현재 진행 중인 2019 아프리카 u17 네이션스컵 예선에서 선수 두 명이 나이를 속였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아직 행정 시스템이 자리잡지 않은 나라인 경우 과거 대한민국이 그랬듯 출생신고를 늦게 하는 경우도 잦다. FIFA가 아무리 노력한다해도 뿌리뽑히지 않는 것이 나이 조작이라는 '관행', 혹은 '실수'이다. 

 구라브 무키의 사례도 사실은 이라크와 가나의 사례와 다를 것이 없다. 나이를 속였고, 참가자격이 없는 대회에 참여했다. 그러나 무키의 사례가 더 안타까운 것은, 대형 유망주가 나왔다는 인도 축구팬들의 희망, 새 기록이 쓰여졌다는 설렘에 찬물을 끼얹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무키의 노력과 실력을 전부 폄하할 생각은 없다. 팩트는 그가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었다는 것이고, 아직 어린 선수라는 것이다. 그저 '그렇게' 어린 선수가 아닐 뿐이다.

구라브 무키는 자신의 이름을 전 인도에 확실히 알렸다. 잡음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가 나이 의혹을 떨치고 재능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싶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때론 그 숫자가 족쇄로 우리의 몸을 조여오곤 한다. 무키가 자신의 족쇄의 허무하게 묶이지 않기를 바라본다.

댓글 17

belong 2018.10.08. 17:21
유소년 시기의 한 살은 크니까, 거기서 성공하면 다른 곳에서 기회를 많이 받을 수 있고.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18.10.08. 17:22
 belong
ㄹㅇ루다가..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18.10.08. 17:32
 stupidmc
무당벌레 장구벌레 풍뎅이벌레~
댓글
순두부찌개 2018.10.08. 17:43
근데 ㄹㅇ 젊게 생겼으면 나이의혹 자체도 안나왔겠지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18.10.08. 17:45
 순두부찌개
ㄹㅇㅋㅋㅋㅋ 노안이어도 너무 노안이어서..
댓글
순두부찌개 2018.10.08. 17:46
 아방뜨
그러고 첫짤이랑 둘째잘도 너무다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퀸태리 2018.10.08. 18:19
좋은 글이네요 물론 읽었습니다
댓글
Viceversa 2018.10.08. 18:32
넘 늙게 생기긴 했다야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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