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우즈벡축구직관기] 우즈베키스탄과 북한의 친선경기

※독자 분들의 정치적 견해를 존중합니다만, 북한에 대한 정치적 논쟁은 삼가했으면 하는 바입니다. 저는 '북한의' 축구여서 본게 아니라 북한의 '축구'여서 봤습니다. 북한팀이 와서 농구를 했다면 안 봤을겁니다.
※그럼에도 조심스럽게 직관기를 적어보려합니다. 인공기가 그려진 로고나 전광판 사진이 있긴 하나 찬양 또는 고무의 목적이 아닌 팩트 전달을 목적으로 합니다. 국가보안법을 찾아보고 쓰는 내용이니 시시비비가 없길 바랍니다.
※그래도 뭐라고 할거면.... 꺼져 아니라고 하는데 자꾸 지랄이야.

Prologue.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우루과이를 상대로 멋진 승리를 거둔 다음 날, 북한 대표팀은 같은 우씨 형제인 우즈베키스탄을 맞아 친선 경기를 치렀다. 그것도 내가 현재 거주 중인 타슈켄트에서. 북한 축구는 미지의 영역일 수 밖에 없다. 양 국가의 관계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최소한 향후 몇 년 간은 북한의 축구를 직관할 기회가 없을테니 이번 경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익숙한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밀리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티켓 구매
집계상 지난 A매치 보다 적은 1만1천여명이 입장한 경기였기에 티켓을 구하는데 어렵지 않았다. 여권 검사를 하거나 그런 절차는 전혀없었다. 오히려 너무 수월하게 구매할 수 있었기에 티켓을 사면서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마티즈 운전자가 있지 않나 두려웠기에.. 엮으려면 어떻게든 엮어지는게 굴비와 간첩이라고 하지 않던가. 참고로 우즈베키스탄은 대우와 쉐보레의 비율이 80% 가까이 된다고 한다. 마티즈는 그 중에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싶을 정도로 많다. 부도 전 대우자동차 공장이 우즈베키스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입장 전
무사히 티켓을 사고 입장을 기다렸다. 원래는 일찍 입장이 가능했는데, 이번 경기엔 유독 밖에서 오래 대기했다. 이유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우즈베키스탄과 북한의 관계도 비슷한 공산 국가였기에 친할 것이란 예상과는 다르게 썩 좋지만은 않다. 2016년 대북제재 움직임에 주우즈베키스탄 북한대사관도 철수를 했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 측이 일방적으로 폐쇄를 선언했다고 한다. 우즈벡에 더 오래 살았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북한 대사관이 철수하자 몇몇 있던 북한 식당, 그리고 북한인들도 다 돌아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서 북한 사람은 없어보였다. 그리고 현지인 모두는 나를 북한 사람으로 기정사실화한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누비 커레야"(우즈벡말로 남한) 이 단어를 여러번 말한거 같다. 그래도 그들에게 나는 북한 사람이었다. 경멸 내지 동정 내지 신기함의 눈빛을 보내는데 기분이 묘했다.

제일 원했던 자리는 북한팀 벤치 바로 뒤쪽이었다. 작전 지시도 들을 수 있었을테고, 접선(?)을 시도해볼 수도 있었을텐데, 그 자리 티켓을 사지는 못했다. 어차피 경찰들에 의해 제지받았을 테지만 시도도 못 해본게 너무 아쉬웠다. 만약에 이야기를 했다면 뭐라고 했었을까? 응원의 말이었을까?


-양팀 국기 입장
경기를 준비하느라 바쁜 장내, 한켠에서 기수단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한 명 보인다. 그는 인공기를 어떻게 드는지 몰라 전광판에 나온 북한팀 로고를 보고 방향을 알려주는데, 웃음이 튀어나왔다. 경기 시작 직전에는 정확히 들고 북한 선수단 앞에 위치하더라. 그걸 보고 선수단들이 국가를 부르더라. 나도 국가 제창때는 일어서긴 했지만, 이걸 일어나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짧은 시간 꽤나 고민했다. 북한 국가 끝나고 주변에서 박수를 치는데 나도 모르게 순간 따라 쳤다가 실수했다 싶어 얼른 손을 숨겼다. 누가 안 봤겠지? 라고 하면서 여기다 쓰는 나란 놈..



-북한 감독
3월까지 북한 대표팀의 감독은 욘 안데르센이었다. 현재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그 분 맞다. 성적부진으로 사퇴한 이후 누군가가 감독을 맡았을 텐데, 이번에야 누군줄 알 수 있었다. 김용준이라는 감독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북한 축구 김용준을 찾아보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선수가 검색된다. 그리고 아래 사진이 나오는데, 이런걸로는 알아볼 수가 없다. 뒤에 있는 짙은 눈썹의 9번 한국 선수가 박희성인데, 1990년 4월 7일생인걸 감안하면 아마 다른 사람이 아닐까 싶다. (와 나, 박희성 생년월일 검색 안하고 썼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지는 점이 있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코치 라이센스를 따는 것일까? 혹시 상세한 정보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 내용과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을 남겨줬으면 한다.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여-러-모-로-

 
 
참고사진, 당시 디자인은 이것보다 구렸다.

- 북한 유니폼
위에 사진을 보면 오른쪽 가슴팍에 유니폼 스폰서가 달려있긴 하다. 그런데, 이번 경기에 출장한 선수들은 스폰서가 전혀없는 옷을 입고 뛰더라. 아마도 대북제재때문인듯 싶은데, 그럼 개성공단에서 만든 유니폼일까? 혹시 말을 걸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봤다. 물론 시도조차도 못했다. 



-북폰
가장 유명한 북한 축구선수하면 정대세, 한광성 등이 있겠지만, 이번 대표팀에는 소집되지 않았던 듯 하다. 정보를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현장에서 들린 이름으론 리명국, 한국에선 북폰으로 더 유명한 골키퍼가 그나마 알만한 선수였다. 이번 경기에도 북폰은 꽤 좋은 선방과 판단력을 몇 차례 선보였다. 특히 후반 막판에 우즈베키스탄 팀의 한 차례의 슈팅장면이 있었는데,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순발력을 발휘해 막는 장면은 역시 북폰이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골킥에선 수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골킥을 할때마다 소유를 내주곤 했다. 내가 제대로 들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골킥 이후 소유를 내주었을때, 에헤이 하는 탄식을 뒤쪽에서 들었다. 꽤 거리가 있긴 했지만 VIP석에서 관람하던 북한 고위층의 탄식이 아닐까 싶다. 부디 리명국 선수에게 나쁜일이 생기지 않길..

비크마예프 uzreport.uz

-이제 우즈벡 이야기
너무 북한 얘기만 한거 같다. 경기는 전반적으로 우즈베키스탄의 공격, 그리고 이어지는 롱볼에 의한 북한의 역습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우즈벡 수비진의 압도적인 피지컬로 매번 차단되긴 했지만. 이 경기는 우즈베키스탄에게도 의미있는 경기였다. 바로, 지난 9경기 동안 없었던 필드골이 터진 경기였기 때문이다. 필드골만 따지면 2017년 8월 25일 이후로 첫 필드골인지라 자신감이 꽤나 회복됐을 것이다. 두 골 모두 로코모티브 타슈켄트 소속 마라트 비크마예프에 의해서 터졌다. 사실 이 선수는 해트트릭까지 기록할 수 있었다본다. 앞서 말한 북폰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출처 alchetron 이번 경기 사진이 아니다.


또한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선수가 있는데, 바로 엘도르 쇼무로도프라는 선수였다. 경기를 볼 당시에는 14번으로만 알고 있었지만, 후에 찾아보니 러시아리그 로스토프에서 뛰는 95년생 젊은 선수더라. 190의 큰 키로 돌파시 좀처럼 지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중에도 지켜볼만한 선수라 생각한다. 이게 피지컬적으로 약한 북한 상대로만 먹히는 것인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경기결과
경기는 2대0 우즈베키스탄의 승리였다. 전반 막판, 후반 막판 한 골씩 넣고 실점은 내주지 않았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승리를 본 우즈벡 관중들은 만족하며 돌아갔다. 물론, 이기고 있음에도 공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여지없이 야유가 터져나왔다. 한 때는 전 아시아를 호령했던 사람들의 후예라 그런지 넓은 풀밭을 보면 공격적으로 변하는 듯 하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나쁘지는 않다. (북한인으로 추정되는) 나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말을 걸어줬다. 우즈벡이 좋은 플레이를 하면 나를 보며 "ㅎㅎ 봤냐"하는 듯한 웃음을 보여줬고, 북한이 괜찮은 플레이를 하면 "올 좀 하는데" 하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경기 끝나고는 무수히 많은 사진 요청이~ 들어오지는 않았고, 그냥 옆에 아저씨들과만 사진을 좀 찍었다. 북한 경기를 우즈벡 유니폼을 들고 한국 국대 레인자켓을 입고 본다라, 신선하네.




- 경기 이모저모
우루과이 전에 친선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야유가 쏟아져 나와 관중들의 비매너 논란이 있던 것으로 안다. 그 사람들 여기 오면 비매너 얘기 못 할걸? 성비 99.99:1 극 남초의 관중들은 북한이 공을 잡기만 해도 미친 듯하게 야유를 쏟아냈다. 그 가냘픈 북한 선수들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나라도 화이팅을 해주고 싶었으나, 극소심쟁이인지라... 그런데 야유가 절대 상대 선수 좆되는 꼴이 보고 싶어서 하는거라기 보단, 우리팀의 분위기를 업시키기 위함이다. 그런걸 굳이 비난할 필요까진 있을까?

북한 선수단의 팀 닥터는 한 명인 것 같다. 한 선수가 넘어지자 한 손에는 구급상자, 한 손에는 불통을 들고 열라게 뛰어가는데, 굉장히 웃겼다. 왜냐고? 많이 뛰지 않았는데, 뛰다가 중간부터 지쳐보여서. 북한 사람이라고 다 잔근육 넘치는 체력왕 스포츠맨은 아니구나 싶었다.


아쉽게도 북한 선수단을 가까이서 볼 수는 없었다. 나가자 마자 버스 몇 대가 출발한 걸로 봐서는 방침상 샤워도 하지 않고 바로 철수한 것 같다. 찾아보니 평양까진 최소 2회 환승, 20시간 이상이 걸리는데, 바로 돌아갔나보다. 다음날도 타슈켄트에 있었더라면 만나서 뭐라도 사줬을텐데, 그리고 국가보안법에 걸려서 나는 본국 송환당했을텐데. 오싹..

Epilogue.
최근 급 해빙모드에 들어간 남북관계는 참 많은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유럽까지 기차 또는 자동차 여행을 하는 모습은 흔히들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또 다른 것을 기대한다. 한국과 북한의 팀들이 한 리그에서 겨루는 모습을. 그러면 당일로 북한으로 원정경기도 떠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경기장에서 이번 경기에 출전했던 선수들을 만나 말을 걸 수 있지 않을까? "리명국 선수 그 때 경기 잘 봤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저 버스와 나의 거리보다 더 멀고도 긴 길이 남아있다. 그리고 설령 정치적으로 더 가까워진다해도, 개개인의 의식에선 그보다 더 길고도 험한 길이 펼쳐질 것이다. 그저 내 생애 동안 가능하길 바라본다.

한줄요약: 북한축구 무사히 보고왔다. -fin.

 
===============================
 
아까 왠 사이버북괴가 날 사칭하던데 그런거는 개무시하고
 
 
※독자 분들의 정치적 견해를 존중합니다만, 북한에 대한 정치적 논쟁은 삼가했으면 하는 바입니다. 저는 ´...

 

여기도 한번씩 들어가줘
 

댓글 12

첼크러이 2018.10.16. 17:45
다 장난치는건줄 알았는데 진지빠는 친구가 있었나보넹
댓글
개포터 2018.10.16. 17:50
큰 목소리로 북조선 힘내라 이랬어야지
근데 국대엠블럼 박힌 자켓입고갔는데도
북괴 사람으로 알다니..ㅋ
댓글
Viceversa 2018.10.16. 18:11
 개포터
정면 가까이서 보지 않는이상 보이지도 않고...
보더라도 국기도 아닌데 잘 모를걸
댓글
퀸태리 2018.10.16. 18:01

좋은 글이네요. 물론 읽었습니다

댓글
동동x채영 2018.10.16. 18:07
블로그 올리는 글이라서 그런거 아닌가 ㅋㅋ
댓글
SaxChampion 2018.10.16. 18:11
국가보안법 무슨조 무슨항 위반으로 신고했읍니다
댓글
Viceversa 2018.10.16. 18:12
나도 북한경기 직관해보고 싶당ㅇ...
댓글
좌니캐시 작성자 2018.10.16. 19:41
 순두부찌개
이름 알아들은건 리명국 하나여서 정일관있는 줄은 몰랐는데, 뛰긴뛰었네 기록보니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POTM [POTM] 추꾸-K리그2나잇 K리그2 이달의 선수상 - 8월 후보 2 뚜따전 93 5
정보/기사 2025 FA예정 명단 18 김태환악개 5436 31
츄르토토 국내축구갤러리 츄르토토 규칙 + 국축갤 토사장 명단 42 Lumine 5366 27
정보/기사 2024 시즌 K리그1-K리그2 유니폼 통합정보 10 뚜따전 6744 11
자유 2024년 국내 축구 일정(K리그1~K4리그) 11 미늘요리 15446 36
에펨/로스터 국내축구갤러리 FOOTBALL MANAGER 로스터 공지 (7월 7일 베타업데이트) 120 권창훈 27731 57
가이드북 K리그1 가이드북 링크 모음집 13 천사시체 16853 39
자유 ❗이것만 있으면 당신도 프로 플스인! 개축갤 뉴비들을 위한 필독서 모음❗ 31 뚜따전 42054 45
자유 국내축구갤러리 2024 가이드 7 권창훈 30449 27
인기 사람들이 김판곤에 대해서 많이들 오해하는게 3 HeThink 143 9
인기 김판곤 저 인터뷰로 일부 팬들 자아분열된 수준이네 ㅋㅋ 5 배진솔 105 7
인기 간만에 야식 먹어야지 하고 주방 스캔 좀 했는데 9 변성환 78 7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럭키금성황소 177 13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감자감자감자 183 11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기성용 221 6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태하박국가정원 201 9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태하박국가정원 337 29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고랭지동태 385 41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123 17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럭키금성황소 179 22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양조위 407 3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XAVI 770 52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고독한아길이 398 20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Jarrett 289 8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럭키금성황소 141 17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고독한아길이 167 9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아냥kb 331 16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경남뼈주먹 255 18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고독한아길이 350 13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Jarrett 328 24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고독한아길이 149 9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Nariel 40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