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기록 정리하는 남자] 송범근에 대하여

본인 인터뷰도 있고, 네이버에서 댓글로 지랄하는 것도 있고해서 정리해본다.

모든 기록은 한국프로축구연맹 데이터센터(data.kleague.com)에서 발표한 자료를 수작업으로 옮겨 정리한 자료입니다.

1. 아무 골키퍼나 데려다 놔도 그정도 성적은 뽑는다.

같은 팀이 아닌 선수는 비교하기가 어려우니 같은 팀 골키퍼 중 경기에 출장한 세 명으로 비교해보자.

송범근 27경기 16실점 경기당 0.59 18클린시트

황병근 07경기 13실점 경기당 1.86 01클린시트

홍정남 01경기 00실점 경기당 0.00 01클린시트

슈팅, 유효슈팅, 선방 이런 것을 따지지 않고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는 드러난 결과가 1번의 주장을 배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기수가 너무 적어 언급하기 적절하지 않은 홍정남을 빼고, 비교군에 들어간 황병근과 비교했을 때 송범근은 왜 선배들을 제치고 자기가 1옵션이 되어야 하는지 충분히 결과로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비교는 황병근 입장에선 좀 불리할 수도 있다고 보이긴 한다. 전북은 송범근이 나선 경기에서 4.41개의 유효슈팅을 허용했지만, 황병근이 나선 경기에서는 5.57개의 유효슈팅을 허용했다. 감이 잘 안 온다면 상대방 슈팅 정확도(유효/슈팅)가 송범근 45%, 황병근 60%로 무려 15%나 차이가 난다는 것을 통해 황병근이 송범근에 비해 수비 지원을 못 받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황병근 변호 논리는 엉뚱하게도 최저실점을 달리는 전북과 정반대에 있는 리그 최다실점 인천 골키퍼에 의해 깨진다. 황병근은 전북 수비를 끼고 인천 수비를 낀 이태희와 비슷한 성적, 몇 분야에서는 더 안 좋은 성적을 내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무슨 수로 변호한단 말인가?

황병근 vs. 이태희

황병근 7경기 13실점 1클린시트 경기당 5.57피유효슈팅 1퇴장 1PK실점

이태희 7경기 14실점 1클린시트 경기당 6.57피유효슈팅 3자책골 1PK실점 1PK방어

황병근이 지나치게 수준 미달의 골키퍼라고 주장한다고 일부분은 수용할 수 있다. 못하는 면이 있으니까. 근데 이 선수, 지난 시즌에는 리그에서 8경기 출장해서 5클린시트를 기록했다. 못하는 선수는 맞겠지만, 아주 개판은 아니다.

아무튼 그래서 결론은 뭐냐? 아무나 갖다 논다고 송범근의 성적을 뽑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기준치는 있다.

2. 리그 다른 골키퍼와의 비교.

1번은 좀 식상하다. 메인 요리는 2번이다. 첫번째는 클린시트 2위를 달리는 제주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이창근과 비교해 본다. 이 둘은 수비진이 제공하는 골키퍼에게 제공하는 환경이 좀 비슷한 편이다.

송범근 27경기 16실점 18클린시트 0.59실점 4.41피유효슈팅 4퇴장(3RC) 78선방 상대방유효슈팅률 45%

이창근 33경기 39실점 14클린시트 1.18실점 4.42피유효슈팅 5퇴장(1RC) 89선방 2자책 1PK실점 2PK방어 상대방유효슈팅률 37%

두자릿수 클린시트를 기록한 선수가 전체 3명밖에 없기 때문에 한 명 더 넣을 수 있었지만 비교군을 좀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둘만 추렸다.

이렇게 둘을 비교해 보면 송범근은 이창근과 비교했을 때 이창근의 실점 중에 수비진의 책임이 높은 부분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그냥 좋아보인다. 비슷한 평균피유효슈팅 숫자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낮은 실점률을 기록하고 있고, 평균 선방 갯수도 좀 더 많은 편이니. 이창근이 자책골과 PK부문에서 송범근에 비해 더 많은 점수를 따겠으나, 상대방 유효슈팅률이 많이 낮다는 점으로 어느 정도 참작이 되겠다.

비슷한 상황에서 송범근은 이창근에 비해 더 나은 면을 보여준다. 아주 좃밥은 아니라는 소리.

그럼 그 다음, 상황이 다른 골키퍼들과 비교하자.

송범근 27경기 16실점 18클린시트 0.59실점 4.41피유효슈팅 4퇴장(3RC) 078선방 상대방유효슈팅률 45% 0자책 0PK실점 0PK방어

손정현 23경기 22실점 10클린시트 0.96실점 5.39피유효슈팅 3퇴장(2RC) 076선방 상대방유효슈팅률 39% 0자책 2PK실점 1PK방어

강현무 35경기 44실점 09클린시트 1.26실점 5.63피유효슈팅 1퇴장(1RC) 119선방 상대방유효슈팅률 47% 0자책 1PK실점 1PK방어

양한빈 34경기 42실점 08클린시트 1.24실점 5.94피유효슈팅 6퇴장(3RC) 116선방 상대방유효슈팅률 51% 3자책 3PK실점

(양한빈 불쌍하다.)

딱 봐도 <송범근 편하게 축구한다> 소리 나온다. 송범근은 이들과 비교했을 최소 1개의 평균피유효슈팅 숫자가 적다. 양한빈과는 1.5개 넘게 차이가 나고. 실점이라는 위험 상황에 노출되는 빈도가 아예 다르다. 그나마 퇴장 당한 선수 숫자가 밑 둘보다 많다는 점이 송범근이 갖고 있는 이점일 정도? 실점한 경기에서의 추가실점도 송범근이 약 0.1정도 높고.

이 점은 송범근 본인이 온전히 안고 가야할 짐이다. 성적이 좋은 팀의 골키퍼는 언제든지 이런 비판에 놓인다.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다른 팀 골키퍼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더 적고, 그랬기 때문에 결정적인 상황에서 막아낼 수 있냐 없냐가 그 골키퍼의 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다행인 점은 송범근이 이러한 유리한 상황에 처했으면서도 기록을 꼴아박았다면 명함도 못 내밀텐데, 유리한 땅에 선 골키퍼의 가치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압도적으로 낮은 실점율, 훨씬 더 많은 클린시트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도 없었다면 명함도 못 내밀었겠지.

원래 좀 복잡하게 쓸 생각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드러난 자료 갖고 썼다. 그래서 탭도 칼럼이 아니라 통계.

정리하면 송범근은 아시안게임 하나 좃박았다고 아무데서나 니따위가 소리 들을 골키퍼가 아니고,

최소한 자기가 위치한 팀에서는 그 이점을 토해내지 않고 잘 받아먹고 있는 선수라는 것.

잘컸으면 하는 바람이다. 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