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강원FC 후기] 19시즌 1R 상주전, 김병수의 이상과 현실

 

 

 

 

기대했던 시즌 첫 경기가 아쉽게 끝났다. 경기를 본 강원의 팬들은 걱정에 가득찼다. "강원은 패스 축구를 하게 될 겁니다"라던 김병수 감독의 말과 달리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상주는 대부분의 리그 팬들이 강등팀으로 꼽는다. 그렇기에 2대0이라는, 축구에선 완벽하다고 불리는 점수로 패배한 것에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병수 감독은 경기전 인터뷰에서 "이상과 현실 중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수 감독의 이상은 '패싱축구, 유기적인 축구'라고 알려져있다. 현실은 왜 그렇지 못했을까. 상주전을 돌아보자.

 


 

출처 강원FC

 


 

강원의 442

 

442포메이션은 상당히 흔한, 평범한 형태의 포메이션이다. 허나 강원의 팬들에겐 생소할 수밖에 없다. 이런형태의 442는 강원이 거의 실행해본 적 없는 포메이션이다. 강원은 오범석을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놓는 형태의 4231포메이션을 주로 이용했다. 반면 이번 경기에선 제리치와 정조국으로 투톱을 세웠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양쪽 날개에 있다. 정석화와 이현식은 모두 강원에선 전통적인 윙어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 이현식은 4231의 중앙 꼭지점 미드필더, 10번자리에서 뛰어왔고, 정석화도 강원에선 윙보다 메짤라 자리에서 더 빛이 났던 선수다. 때문에 강원의 442 선발 포메이션은 강원 팬들에게 많은 우려와 기대를 하게 했다. (경기가 시작하면서 그 기대는 모두 사라진게 흠이지만)

 

아마도 김병수 감독은 강원의 강력한 풀백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두 명의 걸출한 공격수를 중앙에 세우고, 이현식과 정석화를 중앙 지향적인 공격수로 쓰고, 측면의 풀백들을 전진시킬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센터백과 두명의 미드필더를 제외하면 모두 공격수처럼 활용할 수 있다.

 

헌데 442는 기본적으로 미드필더의 숫자가 433등의 포메이션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반대로 상주의 경우는 442지만 532에 가까운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때문에 중원에 3명의 미드필더를 유지했다. 또한 상주는 전방 공격수들이 양쪽 측면으로 많이 벌리는 형태를 유지했다. 기본적으로 수비후 역습 구조를 갖고 있기에 측면과 중앙을 모두 수비적으로 단단하게 유지한 전형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강원의 문제가 생겼다.

 

(1) 부족한 중원 숫자

 

강원의 미드필드에는 오범석과 한국영 둘이었다. 오범석은 기존의 김병수 축구와는 다르게 라볼피아나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있었다. 강원의 442가 앞선 공격수가 제리치와 정조국인데 오범석 마저 수비라인으로 내려가면 강원의 중앙이 너무 비어버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쨋든 오범석과 한국영이 미드필더를 차지했는데, 이 둘의 활동량이나 패스 등 개인 기량이 상주의 3명의 미드필더를 이겨내기는 버거워 보였다. 더군다나 상주는 윤빛가람이라는 리그 탑급 미드필더가 있는 중원을 갖고 있다.

 

더군다나 강원은 공격수들의 참여도 부족했다. 442에서 필연적으로 부족한 미드필더 수를 채워주는 건 앞선 공격수다. 정조국과 제리치는 이 역할을 충분히 해주지 못했다. 공을 받아주지도, 뺏어주지도 압박에 충분히 참여하지도 못했다. 게다가 모든 선수단이 몸이 무거워 보였다. 활동량이 핵심이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지만, 이를 수행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2) 한국영의 떨어진 경기 감각

 

한국영은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날렸다. 허나 클래스가 있는 선수고, 강원의 스쿼드에서 가장 이름값이 높은 선수 중 한 명이다. 때문에 복귀시즌인 올해 강원 팬들의 높은 기대를 받는 선수다. 그러나 한국영은 여러 장면에서 아직 한창때의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했음을 보여줬다.

한국영 아쉬운 패스 강도.gif

한국영 위치선정.gif

출처 스포티비

 

첫번째 움짤은 한국영이 좁은 지역에서 너무 강한 패스를 하는 바람에 그 다음 동작으로 연결되지 못했던 장면이다. 두번째 움짤은 한국영이 중원에서 볼을 받아주는 움직임이 부족해, 신광훈으로 나온 패스가 상대에게 끊기는 장면이다. 물론 두 장면 모두 동료들이 더 좋은 판단을 내려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한국영 스스로도 움직임이나 패스의 강약조절등이 한창때에 비하면 충분하지 못하다. 442에서 2명의 미드필더로 이루어진 중원은 중앙 미드필더들의 활동량과 움직임이 상당히 중요하다. 떄문에 오범석만 고군분투 했던 중원은 상주에게 밀릴 수밖에 업었다.

 

(3) 이현식의 아쉬운 위치 선정

 

 

이현식 애매한 위치.gif

출처 스포티비

 

강원의 전술은 단순히 442는 아니었다. 이현식이 반칸 위에 올라오고, 신광훈이 윙어 자리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또한 신광훈이 오버래핑을 높게 나가면 한국영이 내려와서 그 자리를 채우기도 했다. 문제는 이 유기적인 포메이션 변경에서 선수들이 충분히 적응하지 못해 보인다는 점이다. 위 움짤에서 볼 수 있듯, 이현식은 누굴 마킹해야할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경기가 끝날때까지 지속 됐다. 둘중 하나에 압박을 가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보니 강원의 우측면은 상주에게 열린 공간이 되어버렸다. 제목에는 이현식의 아쉬운 위치 선정이라고 썼지만, 단순히 이현식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다른 선수들도 유기적인 포메이션 변경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주의 압박

 

상주는 매우 높은 위치에서 부터 강원을 압박했다. 센터백들에서 부터 빌드업을 시도하는 강원이기에 상주의 압박은 크리티컬하게 다가왔다. 압박이 가해졌을 때, 센터백 라인에서 빌드업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센터백에서 뺏기면 바로 실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강원의 수비수들이 상주전에서 내내 쓴소리를 들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강원의 센터백들은 너무 많은 압박에 시달렸다. 필연적으로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기량이 더 좋은 수비수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원의 수비진은 현재 냉정히 국가대표급이 아니다. 때문에 상주의 압박에 김병수의 빌드업 축구는 크게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상주압박.gif

상주의 강도높은 압박, 출처 스포티비

 

이같은 부분은 두번째 실점 상황에서도 드러난다. 강원은 수비지역에서 공을 돌리려고 애를 썼고, 실수를 범했고, 쉽게 골을 내줬다. 후반 막판에도 마찬가지였다. 상주는 2대0으로 안정적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하자 라인을 내렸다. 그리곤 박스 근처로 왔을때 강하게 압박했다. 강원은 뒤에서만 공을 돌렸다. 그리곤 역습을 내줬다.

 

본디 빌드업은 단순히 공을 돌리는 게 아니다. 빌드업을 하는 이유는 공을 돌리면서 상대의 전형을 흔들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헌데 강원의 빌드업은 단순히 공을 돌리는 행위였다. 빌드업의 조타수가 없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누군가 플레이메이킹을 아래에서 해주면서 공을 돌려야 하는데, 단순히 패스를 주고 받고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K리그 데이터포털에 따르면, 경기시간중 상주는 점유시간 25분 강원은 27분29초로 근소하게나마 강원이 더 많은 시간 볼을 점유했다. 허나 상주가 14번의 슈팅과 8번의 유효슈팅을 기록한 반면, 강원은 5번의 슈팅과 3번의 유효슈팅을 기록했을 뿐이다. 실속이 없는 허울뿐인 점유율이었다.

 


 

이제 첫 경기가 끝났다. 강원은 다음 경기에서 울산을 만난다. 그리고 그 다음은 전북이다. 강원이 추구하는 빌드업을 누구보다 잘하는 팀들이다. 강원이 과연 이 두팀을 상대론 자신들이 추구하는 축구를 보여줄 수 있을까. 기대 조금 그리고 걱정을 아주 많이 갖고, 다음 경기를 보게될 것 같다.

 

 

 

 

댓글 14

고정닉 2019.03.04. 19:45
 halamerengues
근데 강원은 올해 여러모로 화제몰이가 안되는 느낌. 이게 조태룡 효과인가. 
댓글
halamerengues 작성자 2019.03.04. 19:46
 고정닉

오히려, 듣기론 조태룡의 잔재로 남아있는 놈때문이라는 말이.. 프로구단은 성적이고 나발이고 마케팅인데, 그 잔재로 남아있는 놈은 축구만 잘하자 이런 느낌인가봐요. 허구헌날. 기사 때리던 구단이 이번 시즌은 너무 조용...

댓글
Hunt_K 2019.03.05. 01:30
난 강원보다보면 결국 이재익이 커줘서 한 자리 차지해야 원하는 축구할듯하던데 
댓글
halamerengues 작성자 2019.03.05. 01:38
 Hunt_K

근데 이재익도 난 잘 모르겠음. 솔직히 김병수가 원하는 축구, 센터백도 압박에 어느정도 견디면서 빌드업하는 축구하려면, 신체조건도 꽤 좋아야하지 않나 싶음. 등빨로 버티면서 공 간수가 되면 공격수 제압하면서 탈압박하기 좋을텐데 싶어서ㅋㅋㅋ 이재익은 그런면에서 조금 아쉬움. 김민재 윤영선 정도 피지컬 갖고 있으면 개축에서도 할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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