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본인의 어제자 머구 고철 경기 감상
- 열부
- 255
- 3
- 23
머구가 상대 공격 끊고 빈 공간으로 찔러주는, 역습의 기점이 되는 첫 번째 패스 들이 너무 프리하게 이루어졌다.
머구 상대로 좋은 성과를 낸 팀들은 보통 이 과정에 대책이 마련되어 있었다.
첫 패스 타이밍에서부터 터프하게 수비가 들어오면 턴오버를 피하기 위해 패스가 공간이 아닌 선수의 발밑을 향하게 된다.
혹은 효율이 떨어지는 죽은 롱패스로만 일관하게 된다.
주로 이 첫 패스를 받아 나오는 돌격대장 역할을 하는 것이 세징야고 그것이 많은 팀들이 세징야를 상대로 빡빡한 수비를 가하는 이유이다.
그걸 가장 잘했던 팀이 성남이다. 체급이 강한 팀이 역습 대처까지 훌륭하게 해버리면 지난 히로시마 원정처럼 개쳐맞는 그림도 나왔다.
역습의 속도와 정확성이 제어되면 지공 상황에서의 대구는 강한 팀이 절대 아니다.
열린 공간에서 빠르게 치고나가는 역습때나 '와 패스 개지린다' 하지만 막상 지공 상황에서 대구의 패스 전개 능력은 하위권이다.
미드필드, 윙백 기량의 한계가 바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한몸으로 치고나가는 역습 상황에서는 팀의 톱니바퀴로서 가치가 있는 선수들이지만,
1:1로 상대팀의 선수와 기량을 맞부딪혀야 하는 상황에서는 포지션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선수가 사실 별로 없다.
(그리고 고철은 그런 포지션 우위를 살릴 수 있는 수준이 되는 팀이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지공을 풀어줄 수 있는, 세징야의 과부하를 덜어줄 수 있는 유일한 선수가 에드가인데 어제는 에드가도 없었다.
고철은 그런 점에서 대구의 강점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고 오히려 이번 시즌 그 어느팀보다도 허술했다.
광저우전 양상이 좀 비슷했다고 생각하는데 광저우는 팀, 선수의 실력 자체가 고철보다 두 수는 위의 팀이니
액면만 보면 고철 경기력이 훨씬 허접해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어제 두 번째 득점에서의 상황. 포항이 왼쪽 사이드라인에서 스로인으로 공격을 풀어보려다가 저지장하고 -> 역습을 내 주는 장면이었는데
포항 공격의 퀄리티 문제를 떠나서, 상대 역습에 대한 대책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을 진행함을 알 수 있다
센터백 두 명을 제외한 모든 필드플레이어가 상대 진영 1/3 쪽에 몸이 쏠려 있고 주요 역습 자원들에 대한 수비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
얼핏 봐도 전혀 정상적인 장면이 아니다
어제 경기의 또 다른 장면. 한 명이 퇴장당하고 0:3 끌러가는 상황이니 좀 다르지만, 어쨌든 똑같이 스로인으로 전개하다 턴오버가 나온 상황이다.
역시 선수들의 동선이 비효율적으로 쏠려 있고 전진 패스를 받을 세징야에 대한 수비가 헐겁게 이루어졌다.
아무런 견제 없이, 패스를 하는 사람의 공간도 자유롭고 패스를 받는 사람의 공간도 자유롭다.
해당 장면은 완델손이 빠른 발로 수비에 성공하긴 했지만 최종 슈팅까지 이어졌다.
사실 어제 경기에서는 포항이 준비한 플랜에 대해 이야기하는것이 큰 의미가 없었다고 보여진다.
내가 잘하는 것을 보여주기 전에 상대가 잘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지도 강구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경기였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 경기로 대구가 폼을 회복했는지 아닌지를 말하기도 역시 어렵다.
상대 수준이 너무 쓉창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걸 대구가 잘한 경기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찝찝함이 계속 남는 경기였다
긍정적인 점이라면 FA컵 로테이션에 이어 이 경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한 경기를 치르면서 체력적인 비축을 한 채로 아챔 홈 경기를 맞는다는 것
에드가도 푹 쉬었고, 체력적인 한계에 도달했던 김준엽도 연이어서 꿀같은 휴식을 얻었다
대구보다는 포항에 초점을 맞춰서 보게 되는 경기였고 본인은 최순호를 경질함이 맞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