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U-20 월드컵 포르투갈 vs 대한민국 - 상대는 우승후보, 당연한 '졌잘싸'

U-20 월드컵.jpg

 

 우선,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번 U-20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대표팀이 어느 정도의 위상인지를 알고 넘어간다면 대한민국의 경기 결과를 '졌잘싸'라고 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포르투갈의 선발 라인업은 아래와 같았다. 

 

포르투갈 라인업.png

 

 이 라인업에서 골키퍼인 비르지냐(에버튼 U-23 소속)와 디오고 케이로스(FC 포르투 B 소속)를 제외하면 필드 플레이어 모두가 유럽의 빅 클럽 1군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해외축구보다 국내축구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잘 모를 수도 있으니, 간단하게만 알아보고 넘어가겠다. 

 

주앙 비르지냐 : 에버튼 U23 소속.

디오고 달롯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EPL 16경기 2어시스트.

디오고 레이테 : FC 포르투 소속.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3경기 1골, 챔피언스리그 1경기 출장.

디오고 케이로스 : FC 포르투 B 소속.

루벤 비나그레 : 울버햄튼 소속. EPL 17경기 출장.

플로렌티노 루이스 : SL 벤피카 B 소속. 유로파 리그 3경기 출장.

제드송 페르난데스 : SL 벤피카 소속.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22경기 3어시스트, 챔피언스리그 6경기 1골 1어시스트, 유로파리그 6경기 1어시스트.

미구엘 루이스 : 스포르팅 CP 소속.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8경기 1골, 유로파리그 3경기 1골.

프란시스코 트린캉 : SC 브라가 소속.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6경기 출장.

하파엘 레앙 : LOSC 릴 소속. 프랑스 리그 앙 24경기 8골 2어시스트.

주앙 필리페 조타 : SL 벤피카 B 소속.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4경기 출장.

 

 위에 서술한 기록들은 1군 기준으로 작성된 것들이다. 이렇게만 적어놔도 포르투갈의 20세 이하 대표팀이 얼마나 미친 팀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이미 유럽의 빅클럽에서 선발 혹은 후보로써 자리매김한 선수들도 있고, 소속팀은 물론이고 유럽 전역에서 촉망 받는 유망주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심지어 포르투갈은 초특급 신성 주앙 펠릭스가 성인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베스트 일레븐을 꾸릴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저 정도의 이름값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 라인업.png

 

 반면 대한민국의 라인업은 포르투갈과 견주었을 때, 전력상으로 많이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대회 전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었던 이강인 선수 말고는 그리 눈에 들어왔던 선수들은 객관적으로 없었다. 철저하게 대한민국의 패배는 유력했다. 실제로 여러 베팅 업체들은 대한민국의 승리 배당을 8배 수준으로 잡아둘 정도였다. 객관적으로 정말 대한민국에게 있어 힘든 경기로 예상되었고, 경기 내용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 포메이션.png

 

 대한민국이 포르투갈을 상대로 들고 나온 기본적인 포메이션은 3-5-2 시스템. 전력상 이번 대회 최고의 우승 후보 중 하나인 포르투갈을 상대로 백쓰리, 혹은 백파이브를 시도함으로써 수비적인 면을 강화할 심산이었다. 

 

물론 포르투갈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역습을 노리는 수비적인 전술로써 백파이브를 택하는 것은 1차원적으로 좋은 생각일 수는 있다. 다만, 이 경기에서 대한민국의 3-5-2 형태는 딱히 좋은 선택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우선 3-5-2 시스템은 두 명의 공격수를 전방에 배치함으로써, 중원에서 허점을 드러내는 전술이다. 기본적으로 세 명의 미드필더들이 포진한 중원은 좌우측, 즉 '메짤라' 지역에 위치한 미드필더가 공격에 가담하기라도 하면 완전히 측면을 내어주는 형태가 되어버린다. 즉, 우리 팀의 명실상부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이강인이 찬스메이킹을 위해 높은 지역으로 올라설 경우, 중원의 측면이 열리면서 포르투갈의 역습을 잘 내어줄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3-5-2 시스템의 허점을 공략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는 것일까? 

 

사실 이 방법은 굉장히 간단하다. '수비적 능력이 뛰어난'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면 되는 일이다. 예를 들어보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쉽다. 이 3-5-2 시스템을 현대 축구에서 가장 잘 활용했던 감독 중 한 명이라면 최근까지 첼시에서 감독을 맡았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있다. 콘테 감독은 이 시스템을 사용할 때 무조건적으로 홀딩 미드필더 위치에 '활동량이 많고', '볼 인터셉트 능력이 뛰어나며', '수비 반경이 넓은' 선수들을 배치해왔다. 유벤투스 시절에는 그 위치에 '아르투로 비달'이 있었고, 첼시 시절에는 '은골로 캉테'가 위치했다. 결국 콘테 감독은 이 전술 시스템의 가장 큰 허점인 중원에서의 빈 공간을 활동량이 높고 수비 반경이 넓은 뛰어난 박투박 미드필더들을 이용해 커버했던 것이다. 

 

그리고 정정용 감독이 택한 이 위치의 미드필더는 김정민이었다. 그리고, 필자가 꼽는 이 경기 최악의 플레이어 역시 김정민이다. 

 

김정민1.gif

 

 김정민 선수는 이 경기에서 전혀 홀딩 미드필더로써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굉장히 높은 위치까지 올라섰고, 빈번하게 볼을 빼았겼다. 수비 반경이 넓기는커녕 자신의 수비 범위에서조차 제대로 된 수비를 보여주지 못했다. 김정민 선수의 장점이 아무리 킥 능력이라지만, 쓰리백 혹은 파이브백 바로 앞에 위치한 미드필더라면 기본적인 수비 능력은 필수 조건이다. 이 경기에서 김정민은 그러한 부분에서 평점 1~2점대를 오가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 부분은 포르투갈에게 있어 굉장히 좋은 찬스로 다가왔다. 포르투갈은 앞서 말했듯이 이번 대회 최고의 우승 후보들 중 하나로 꼽힐 만큼 굉장한 전력을 자랑한다. 특히 중원을 구성하는 세 명의 미드필더는 공격적으로도 매우 출중한 선수들이다. 

 

결과는 김정민 선수의 제대로 된 수비 커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포르투갈의 뛰어난 미드필더들이 자유롭게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상황이 계속해서 연출되었다. 발기술이 좋은 양측면의 윙어들과 뛰어난 피지컬을 자랑하는 레앙을 이용해 전반전 내내 포르투갈은 대한민국의 골문을 두드렸다. 가장 중요한 홀딩 미드필더의 기용 미스로 인해, 계속된 공격 찬스를 내어준 것이다. 


 

 결국 후반전 들어 정정용 감독은 전술 변화를 가져갔다. 전세진을 빼고 엄원상을 투입시켰고, 2-3선 위치의 고재현을 빼고 오세훈을 투입시켰다. 즉, 투톱을 모두 바꿔버리면서 새로운 공격 루트를 찾으려 시도한 것이다. 우선 엄원상을 투입함으로써 대한민국은 완전하게 역습형 축구를 구사하려 했다. 현재 대표팀 내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엄원상을 통해 많은 점유율을 가져가면서 수비 라인을 높이고 경기를 운영할 포르투갈에 맞설 작정이었다. 그리고 조영욱을 소속팀인 서울에서 익숙하게 플레이했던 2-3선 사이 공간으로 내리고, 193cm의 장신 오세훈을 톱에 배치하여 높이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하려 했다. 포르투갈의 두 센터백이 아무리 뛰어난 수비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라 하더라도, 결국 레이테와 케이로스 모두 오세훈보다는 작은 188cm, 185cm의 신장을 가진 선수들이었기에 이 교체는 유용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엄원상2.gif

 

 엄원상의 교체 투입은 의도 그대로 먹혀 들었다. 포르투갈은 후반전 동안 70%를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기본적으로 뒷공간을 신경쓰지 못했다. 엄원상의 투입으로 대한민국의 역습은 효과적으로 변모했고, 후반전 만큼은 효율적이고 긍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다만, 오세훈의 투입으로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은 그리 살려내지 못했다. 우선, 이 경기처럼 한 쪽이 전력 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을 때는 오세훈과 같이 피지컬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선수의 유무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러한 유형의 선수들은 역습 시에 우위를 점한 피지컬을 이용해 직접적인 득점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현대축구에서는 이들을 '타겟형 10번 역할'로 활용할 수 있다. 

 

'타겟형 10번 역할'은 유럽 축구에서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높은 점유율과 뛰어난 빌드업을 구사하는 팀을 상대할 때, 앞서 언급한 오세훈과 같이 높이에서 유리한 선수들이 피지컬로 찍어누르는 축구를 해버리면 그 팀들을 공략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마루앙 펠라이니의 플레이를 얘기할 수 있다. 펠라이니는 스트라이커보다 반칸 밑, 즉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전방에 배치되어 계속해서 올라오는 롱 볼을 뛰어난 헤딩 능력으로 공격수들에게 전달했다. 

 

최근 들어 이러한 플레이는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경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페르난도 요렌테의 후반전 플레이가 이러했다. 


요렌테의 플레이 모습

 

 다만, 이런 플레이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중원을 생략'해야만 한다. 상대팀으로부터 볼을 탈취한 직후에 수비진이 다이렉트로 1-2선에 위치한 '타겟형 10번 역할'의 선수에게 바로 볼을 전달해야만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플레이는 그러하지 못했다. 오세훈이라는 피지컬 만큼은 절대 포르투갈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선수를 투입했음에도 이런 식의 플레이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역습 시에도 중원을 1차적으로 거쳐가는 루트가 사용되었고, 결국 역습 템포는 한 박자씩 느릴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U-20 이하 대표팀에서 에이스는 명실상부 이강인 선수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 경기에서 다른 부분은 몰라도 킥 능력 만큼은 양 팀을 합해 보더라도 이강인 선수보다 뛰어난 선수는 없었다. 이러한 초특급 패서를 놔두고 수비진에서부터 다이렉트 공격을 행하는건 굉장한 모험이다. 그렇기에, 이강인 선수를 거쳐서 진행되는 역습 루트는 오세훈 선수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오세훈 선수의 투입이 '실패'인가?

 

그것은 또 전혀 아니다. 

 

 

 오세훈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두 명 이상의 수비들에게 견제를 받았다. 킥 능력이 매우 뛰어난 이강인이 있는 상태에서 대한민국의 가장 효과적인 공격 방법은 당연하게도 세트피스였고, 여기서 오세훈의 역할은 매우 뛰어났다. 이 견제를 통해 다른 공격진들이 자유롭게 볼을 찾아 헤딩을 시도했고, 위협적인 공격 찬스를 여럿 연출해낼 수 있었다. 

 

후반전 정정용 감독의 교체 투입 전술은 성공적이었고, 대한민국은 전력상으로 한참 우위에 있는 우승후보 포르투갈을 상대로 굉장히 좋은 경기를 보여주었다.

 

우리는 분명 패했다. 어찌 보면 토너먼트 대회에서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첫번째 경기부터 패배했기에,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참가국 중 최고의 전력 중 하나로 평가 받는 포르투갈을 상대로 단 한 골만을 내주었고, 후반전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공격을 행했다. 이는 굉장히 긍정적이고, 앞으로 남은 남아공 전과 아르헨티나 전을 조금 더 희망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여러 부분에서 조금씩의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조금씩 개선해나갈 여지가 충분히 있음을 잘 보여준 경기였다. 우리는 이 패배에 있어 화를 낼 이유가 없다. 아니 오히려 화가 난다면 포르투갈 사람들이 나는게 정상이 아닐까? 포르투갈의 여러 이름 있는 유망주들을 지켜봄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져줄 여러 선수들을 관찰하는 것 만으로 이 경기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대한민국의 남은 경기들은 조금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길 응원하면서, 글을 마치겠다. 

 

 

원문 - https://blog.naver.com/jhl3689/221546779677

우선,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번 U-20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대표팀이 어느 정도의 위상인지를 알고 넘...

 

댓글 9

beerus 2019.05.26. 10:03
다행히 상대방이 유승후보이기에 다행이다. 
우리나라가 잘해보이고 위안삼을 수 있으니
그런데 상대방도 우리나라를 수준별 학습상대해줬다. ㅋㅋ
댓글
김채원요정님 작성자 2019.05.26. 10:11
 beerus
수준별 학습상대??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거죠?
댓글
보문소 2019.05.26. 10:09
난 최준이 못하던 것 같은데 과감한 건 과감한 거고 자꾸 한 핀투씩 어긋나는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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