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인천전 리뷰: 이겼으니 망정이지.

7월 6일 토요일. 울산은 인천을 불러들여 울산종합경기장에서의 시즌 첫 공식경기를 치렀다. 문수축구경기장 잔디보수 때문에 이번 시즌 남은 홈 경기들은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치러야 하는 만큼,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홈 구장에 적응하느냐도 걱정이었다. 다행히 울산은 인천에게 1-0으로 승리하며 리그 1위를 탈환, 새로운 홈 구장과의 첫 조우를 미소로 마쳤다. 물론 일요일에 열릴 전북과 성남의 경기 결과에 따라 2위로 내려설 가능성이 높지만, 필자는 전통의 명문 성남FC를 믿는다.

 

 

새로운 홈 구장, 울산종합운동장

 

종합운동장은 약 2만석 규모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 4만 4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문수구장의 절반 정도 규모다. 덕분에 8천여 명의 관중에도 관중석이 꽤 빼곡해 보이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다. 작은 규모 덕분에 서포터석과 일반석의 거리도 문수구장보다 가까워졌는데, 덕분에 클래퍼 소리와 서포팅 소리가 어우러져 꽤 웅장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새로운 홈 구장이 장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축구전용구장으로 건축된 문수구장과 비교했을 때, 종합경기장은 트랙 때문에 거리가 먼데다 관중석과 그라운드의 높이차가 그다지 크지 않아 어느 자리에서 보아도 피치가 멀고 좁은 느낌을 주었다. 경기 상황을 인식하는 데 불편함이 있다는, 해결할 수 없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시설관리공단의 거부로 가변석을 설치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있어 더욱 아쉽다. 좁은 주차장과 부족한 대중교통수단 또한 단점으로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선수들로 싸운 인천과 이겼지만 아쉬웠던 울산

 

 

 

66286805_2873449896058895_3458429398997270528_n.jpg [우상귀의 울산이바구] 인천전 리뷰: 이겼으니 망정이지.

 

 

경기장으로 향하며 라인업을 확인했을 때, 인천의 선발명단은 조금 놀라웠다. 무고사, 하마드, 부노자 등의 외국인 선수들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유상철 감독은 그들을 심지어 후보명단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김보섭을 원톱으로 기용하고 유상철의 황태자라던 지언학은 벤치에 앉혔다. 솔직히 ‘경기 던지나?’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66160974_1258515297641206_3946981924622303232_n.jpg [우상귀의 울산이바구] 인천전 리뷰: 이겼으니 망정이지.
 

그에 비해 울산은 경기 전까지는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만한 라인업이었다. 최근 부진한 주니오 대신 주민규를 내세웠고, 최근 경기력이 좋았던 황일수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보경과 이동경은 당연히 나와야 할 핵심 주전 멤버나 다름없고, 믹스와 신진호의 중원 조합은 공격에 대한 의지가 엿보였다. 또, 부상복귀 후 아직 폼이 완전하지 않은 윤영선 대신 강민수가 불투이스와 함께 센터백 라인을 이뤘다. 양 풀백이 조금은 의외였는데, 이명재 대신 박주호가, 김태환 대신 정동호가 선발이었다. 김태환은 아예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정동호가 최근 괜찮은 경기력을 보여줬으니, 김태환에게 휴식을 준 듯했고, 황일수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박주호가 수비부담을 조금 더 짊어진다고 생각하면 크게 문제삼을 일은 없을 듯 보였다.

 

하지만, 실제 울산의 경기내용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유상철 감독은 주어진 자원 내에서 최대한 정답에 가까운 수를 준비해 온 느낌이었다. 5-4-1의 포메이션은 울산이 가진 강점을 무력화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인천은 1차 압박으로 울산의 속공을 막은 뒤, 낮은 수비라인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낮게 배치된 수비라인은 울산의 빠른 윙어들이 달릴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윙백과 측면 미드필더가 측면을 점유하며 측면에서의 패스플레이도 방해했다. 백쓰리의 센터백 라인은 울산의 원톱이 전진할 수 없게 간격을 좁혀 저지했다. 1선의 숫자를 포기하는 대신 미드필더 라인에 4명을 배치해 울산의 지공상황에서도 중원을 쉽사리 장악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공격권이 넘어왔을 때는 양 측면 미드필더들이 빠르게 전진하며 역습을 시도했다. 특히 오른쪽의 정훈성이 돋보였는데, 속도가 떨어지는 박주호와의 매치 업에서 승리하는 장면이 많았다.

 

이동경이 전반 중반 부상으로 교체아웃된 후, 이런 문제들이 더 심해졌다. 김도훈 감독은 주니오를 투입해 주민규-주니오의 투톱으로 인천의 백쓰리(양준아 이재성 곽해성)를 상대하려 했지만,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 모양새였다. 중원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측면만을 공략하는 단조로운 공격형태가 되어버렸다. 또, 김보경이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중앙의 미드필더 숫자가 줄어들다 보니, 인천의 압박에 측면마저 고립되는 모습도 보였다. 울산은 밀집된 한쪽 터치라인에서 반대쪽 터치라인으로 공격 방향을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덕분에 그나마 남은 측면 공격마저 위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주민규와 주니오의 조합 또한 문제를 보였다.

 

주민규의 장점은 피지컬을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와 그 직후 돌아서며 때리는 터닝 슛이다. 하지만 볼터치와 스피드 면에서는 주니오에게 밀린다. 그러므로 주민규가 박스 안에서의 플레이를 담당하고 주니오가 넓게 움직이며 볼 운반을 담당하는 형태로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플레이는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지 못하는 것 같았다.

 

넓게 움직이는 주니오는 그 만큼 상대 골문에서 멀어진다. 그리고 그 만큼 슛 기회를 잡을 수 없다. 지난 시즌 팀 득점 1위의 득점원을 도우미 역할로 끌어내리는 꼴이다. 그렇다고 주민규가 박스 안 모든 상황에서 좋은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주민규의 피지컬은 박스 안의 경합 상황에서 좋은 무기지만, 그의 신장은 공중볼에 강점을 가진다고 말하기 힘들다. 오히려 박스 안의 공중볼 상황에서는 주니오가 우위를 가진다.

 

인천전은 이 투톱 조합이 가진 강점은 무력해지고, 약점은 크게 드러난 양상을 보였다. 중원 장악력이 밀리니 주민규의 포스트 플레이가 자주 나오지 않았다. 공격이 측면으로 전개되다 보니 마지막 패스는 크로스가 되었는데, 박스 안에서 자리를 잡은 주민규는 공중볼에 경쟁력이 떨어지고, 주니오는 볼을 운반하다 뒤늦게 박스 안으로 진입하느라 제대로 자리를 잡기 힘들었다. 후반 중반 들어서는 아예 측면 플레이 위주로 공격을 진행하면서, 주니오까지 박스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지만, 득점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결과론이지만, 주니오의 결승골은 결국 주민규가 김인성과 교체되어 다시 원톱으로 돌아온 후에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랬다면 어땠을까?

 

아쉬운 경기 내용을 그나마 만족스러운 경기 결과로 달래며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울산이 이번 경기에 신인 선수를 기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특히 이동원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던 점이 아쉬웠다.

 

유상철 감독이 전남 시절에도 종종 백쓰리를 사용했고, 히든풋볼에도 ‘유상철 감독이 A매치 휴식기 동안 백쓰리를 준비할 것이다’라는 정보가 나왔었으며, 인천이 지난 강원전 백포 카드를 들고 나왔다가 역전패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울산은 인천이 백쓰리 카드를 들고 나올 것을 예상했어야 했다. 울산은 지난 시즌에도 수비적인 백쓰리를 상대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주니오는 세 명의 센터백을 뚫지 못하며 고전했었고, 측면에서의 크로스 공격에도 이렇다할 강점을 보이지 못했었다.

 

 

VJWYoo.jpg [우상귀의 울산이바구] 인천전 리뷰: 이겼으니 망정이지.

 

내려선 상대를 공략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뚝배기다. 키가 크지 않아도 골을 넣을 수 있는 게 축구지만, 키가 크다면 더 간단하게 골을 넣을 수 있는 게 축구다. 절대적인 신장차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무기다. 196cm의 장신 공격수, 신인 선수 이동원은 그런 의미에서 확실한 강점을 가진 선수다. 울산에서 공중볼 공격을 시도할 때 공격수로 투입되곤 하는 김수안보다 4cm나 크다. 울산이 오늘 경기에 이동원을 내보냈으면 어땠을까? 아직 1군 경기 경험이 없어서 불안하다고 말하기엔, 지난 시즌 전북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러야했던 오세훈보다 훨씬 합리적으로 보이는 데뷔전이라고 생각된다.

 

 

박주호의 풀백 기용 또한 아쉬웠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박주호와 정훈성의 매치업은 울산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후보명단에 이명재가 있었으니, 차라리 주민규와 이명재를 교체해 박주호를 중앙에 세우는 방법이 더 좋지 않았을까? 이명재가 투입되었다면 공격상황에서 전진하며 황일수의 움직임을 도울 수 있었을 것이고, 상대 역습 상황에서 정훈성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에 큰 불안감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은 1위.

 

이런저런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울산은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특히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황에서의 1위 탈환이라 더욱 고무적이다. 울산의 다음 일정은 다음 주 화요일, 경남과의 원정경기다. 그 주 주말 전북과의 원정경기를 앞둔 만큼 최대한 분위기를 끌어 올려야 한다.

 

경남은 룩이 부상으로 결장할 예정(울산전 이후에 복귀할 것 같다는 기사가 나왔다)이다. 조던 머치가 출장정지 징계를 마치고 복귀했으나, 네게바와 쿠니모토는 부상으로 출장할 수 없다. 15경기 연속 무승으로 분위기도 좋지 않다.

 

하지만 울산으로서는 방심할 수 없다. 전북, 서울과의 격차가 미미한 상황이고, 전북의 이번 라운드 결과에 따라 2위로 내려선다면, 결국 다시 1위를 되찾을 기회는 주말의 전북 원정에서나 찾아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우선 경남을 상대로 승점 3점을 확실히 따내며 전북을 따라가야 한다.

 

 

‘점점 더워지는 만큼, 리그 경쟁도 뜨거워진다’라는 멘트가 진부하지만 절절하게 와 닿는 요즘이다. 울산이 부디 이 무더운 여름을 굳건하게 버텨낼 수 있길. 행복한 겨울을 맞이하길. 14년만에 리그 우승을 이뤄낼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댓글 2

깐풍기 2019.07.07. 21:42
 필자는 전통의 명문 성남FC를 믿는다.
죄송함다~~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정보/기사 2025 FA예정 명단 18 김태환악개 5200 31
츄르토토 국내축구갤러리 츄르토토 규칙 + 국축갤 토사장 명단 42 Lumine 5194 27
정보/기사 2024 시즌 K리그1-K리그2 유니폼 통합정보 10 뚜따전 6560 11
자유 2024년 국내 축구 일정(K리그1~K4리그) 11 미늘요리 14990 36
에펨/로스터 국내축구갤러리 FOOTBALL MANAGER 로스터 공지 (7월 7일 베타업데이트) 120 권창훈 27515 57
가이드북 K리그1 가이드북 링크 모음집 13 천사시체 16651 39
자유 ❗이것만 있으면 당신도 프로 플스인! 개축갤 뉴비들을 위한 필독서 모음❗ 31 뚜따전 41889 45
자유 국내축구갤러리 2024 가이드 7 권창훈 30264 27
인기 '잔디 고민' 축구협회, 10월 이라크전 용인미르스타디움서 개최 15 히든풋 288 29
인기 여자 국회의원 질의 부분만 따로 보는데 오늘 MOM이네 8 창원축구센터 294 28
인기 UAE가 뜬금없이 이승준을 데려간 이유 4 히든풋 259 14
자유
기본
강원특별자치도 10 0
자유
기본
임윤아 7 0
자유
기본
단군할아버지 11 1
자유
기본
시나모롤 16 2
자유
기본
파란문수 9 0
자유
기본
강원특별자치도 4 0
자유
기본
박지성과개병신들 21 1
자유
기본
Hunt_K 17 0
자유
기본
시나모롤 35 1
자유
기본
단군할아버지 27 0
자유
기본
이지금 15 2
자유
기본
강원특별자치도 31 4
자유
이미지
블루밸리 74 8
자유
이미지
박지성과개병신들 68 7
자유
기본
이지금 42 4
자유
기본
단군할아버지 19 2
자유
기본
춘식홍명보 15 0
자유
이미지
블루밸리 69 3
자유
기본
시나모롤 28 3
자유
기본
박지성과개병신들 2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