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자 오늘의 일기
- 아방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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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30분 : 기상. 어제 밤새 에펨을 해서 다소 피곤했다.
13시 : 출근. 화목마다 하는 한인마트 알바.
18시 : 퇴근. 사장님이 토요일에도 나와달라고 한다. 그러기로 했다. 며칠 만에 후회할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18시 30분 : AFC 앤아버의 마지막 홈 경기. 빠질 리가 없다. 킥오프가 18시 30분이었지만, 저녁을 간단히 챙기느라 늦어져서, 결국 출발을 이 때 하고야 말았다.
18시 40분 : 경기장 도착. 비가 미친 듯이 퍼부어서 도착했을 때 경기는 잠시 중단된 상태였다. 이런.
18시 50분 : 차 안에서 만두 취식. 맛있다.
19시 10분 : 경기 재개. 마침 비도 약간 잦아든, 최적의 타이밍이다.
19시 10분 ~ 19시 45분 : 열심히 서포팅. 골은 나오지 않는다. 비가 왔다안왔다왔다안왔다 이승우급 간보기를 보여줘서, 우산을 펼치고 접고 하느라 번거로운 35분이었다.
19시 45분 : 전반 종료. 다시 비가 미치게 쏟아내린다. 같이 경기 보러 온 어머니는 먼저 퇴갤.
20시 : 이런. 후반전이 시작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당연하지. 폭우가 그냥 폭우가 아니거든. 번개도 치기 시작한다. 맙소사.
20시 20분 : 구석에 짱 박혀서 폰이나 만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폰 수명도 11%가 채 남지 않았다.
20시 대충 40분 : 하느님은 17대째 강철전사임이 틀림없다. 그게 아니면 이렇게 서럽게 울어댈 리가. 탈수 증세나 와라. 물 안 줄 거다. 나도 없지만.
20시 대충 45분 : 오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다시 나온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20~30분 정도만 경기하고 그래도 무승부면 승부차기로 간단다. 곤란하게도 이 경기장엔 조명탑이 없다.
대충 21시 : 후반 킥오프. 여전히 비는 좀 온다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21시 대충 10분 : 심판 눈떠라를 연호하고 있다. 너무 많이 쉬어서 그새 감이 떨어졌나보다. 심각하다. 김성호가 그리워진다.
21시 대충 15분 : 내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아재들 몇 명이 서서 응원을 하고 있다. 아니 잠깐만, 응원이 아니다. 저 아재들, 상대팀 코치와 시비가 붙었다.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는 않는다만, 대충 F로 시작하는 나쁜 말들이 오고간다. 코치가 너네 뉴욕 가봤냐고 받아친다. 얼척이 없다.
21시 대충 25분 : 정확히 68분 째에 경기종료. 스코어는 0-0. 이제 승부차기로 가..지 않는다? 보아하니 조명탑이 없어 승부차기도 진행 못 할 정도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상대팀 실격이라는 사람도 있고, 연기됐다는 사람도 있고.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감이 안 잡힌다. 한 상대팀 선수가 우리 구단주 앞에서 헤어드라이기를 가동한다. 왜 조명탑이 없냐 어쩌구저쩌구 우리 홈은 있는데 어쩌구저쩌구. 불행히도 우리 구단주는 헤어가 없다. 조명탑이 리그 규정에 따라 필수가 아니라고 맞받아친다. 아, 모르겠다. 그와중에 비는 다시 퍼붓는다. 집이나 가야겠다.
21시 대충 35분 : 집에 돌아오니, 깜깜하다. 정전이다. 씨발.
대충 22시 : 아버지 사무실로 급히 대피한다. 다행히도 여긴 전기가 들어온다. 과제를 마무리한다.
22시 10분 : 프린터가 말을 안 듣는다. 씨발.
22시 25분 : 해결했다.
지금 : 계속 여기에 있고싶다. 전기는 사랑이다. 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