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강원FC는 춘천에 정착해야 합니다 (작성자는 강릉사람)
- Nar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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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강원도이지만 영동지역과 영서지역은 태백산맥을 경계로 하고 있어서 지리적 거리가 생각보다 멉니다. 지하철이 없다보니 교통수단도 불편한 편이구요. 서울에 사시는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강릉에서 춘천이나 원주까지 가는데도 자동차로 2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원FC가 관중을 끌어모을 생각이 정말로 있다면 한 도시를 메인 연고지로 정한 뒤, 그 도시에서 10년~20년 넘게 계속 머무르면서 연고지 밀착 마케팅을 펼쳐야합니다. 그게 지금 당장 힘들다면 적어도 영동과 영서, 두 지역 중 하나는 포기를 해야하구요. 강원FC가 도민구단이지만 강원도 전역을 모두 공략하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매우매우매우 어렵습니다.
저는 강릉 사람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춘천에 클하랑 전용구장을 새로 짓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춘천은 강원도청이 있어서 구단주(강원도지사)와 구단 직원들(강원도청 공무원들)이 강원FC 관련 업무를 처리하기가 비교적 용이합니다. 또한 교통편이 좋아서 강원도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인 원주(30만명)는 물론이고, 서울/경기 지역에서 살고 있는 강원도민들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구요. 게다가 강원 역사상 최고의 명경기인 5-4 대첩이 벌어졌던 장소이다보니 상징성도 남다릅니다.
물론 강릉에 클럽하우스와 훈련장이 있고, 강릉의 축구열기가 뜨거운 것도 사실이지만 강원FC가 강릉에 정착을 하게 되면 구단 명칭만 강원FC일 뿐이지 사실상 강릉FC가 되어버립니다. 강릉이 춘천-원주와 더불어서 강원도 3대 도시로 통하고 있지만 교통편도 그렇고 인구도 그렇고 춘천에 비해서는 강원도의 중심 기능을 못하는 편이죠. 도시의 영역이 남북으로 길게 늘어져 있다보니 영동지방의 다른 도시들과도 지리적 거리가 꽤 되는 편이구요.
게다가 강원FC가 강릉으로 완전히 가게 되면 강릉시청 축구단이 완전히 유명무실해지게 됩니다. 강릉시청 축구단은 2014년에 천사통장 사태가 터진 이후로 수많은 팬들을 떠나보냈지만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실업축구와 내셔널리그에서 강릉을 대표하는 팀으로 활동했던 덕에 여전히 강릉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인지도를 갖고 있지요. 강릉시가 재정이 없어서 그렇지 강릉시청 축구단은 프로화가 되면 충분히 많은 관중을 모을 수 있는 저력이 있습니다. 강원FC와의 라이벌 구도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구요. 게다가 지금 강원FC의 오렌지하우스는 원래 강릉시청의 클럽하우스로 사용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강원FC가 강릉으로 가게 되면 시민들은 당연히 강원FC에게만 관심을 가질 것이고, 강릉시청 축구단은 지금처럼 공기화가 되거나 최악의 경우 해체수순을 밟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되면 K리그는 큰 잠재력을 가진 중요한 자원을 하나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죠.
아직 강원도 지자체에서 논의가 더 필요하겠지만 강원도청을 원주나 다른 도시로 옮기지 않는 이상은 춘천에서 홈경기를 계속 하는 것이 강원FC의 미래를 위해서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줄요약)강릉에는 강릉시청. 강원fc는 강릉오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