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좌익 모라이스와 우익 최강희

* 니시베 겐지의 좌익 축구 우익 축구를 너무 재밌게 읽고 난 뒤, 그가 제창한 이분법으로 최강희와 모라이스를 비교해 보면 재밌겠다 싶어서 써보게 된 전지적전북팬시점의 글.

 

 

 

 

 

 

 

 

축구의 근간은 분명 오락이 맞다. 하지만 결과(승리)없는 오락은 당위성에서 그 효력을 잃게 된다.

 

따분하지만 이기는데 주력하는 재미없는 축구와

당장은 미진하더라도 이상을 추구하는 재밌는 축구 중

 

어느 쪽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축구 역사의 길이만큼이나 오래 동안 의견이 분분해 왔다.

 

 

최강희에서 모라이스로 바뀐 뒤 팀의 색체는 그다지 바뀐 것 같지 않아 보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두 감독의 성향은 비슷할까 싶기도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서로의 목적지는 정 반대 방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시선을 달리하면 비슷해 보이던 색체도 어딘가 모르게 다르게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두 감독의 성향을 비교해 보는 것은 아주 무의미한 일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보수적이며 전통과 규율을 중시하고 승리지상주의인 쪽을 우익,

진보적이며 혁신과 창의성을 중시하며 이상주의인 쪽을 좌익이라고 정의해보자.

 

물론 디테일을 파고들다 보면 좌익 축구에서 우경화가 일어나기도 하고 그 반대 경우도 있고 혹은 융합하는 중도 형태도 존재하지만 일단은 개념만 이렇게 정의하고 시작해 보자.

 

 

 

우익 최강희가 제창한 닥공의 허와 실

 

 

- 최강희의 닥공은 이기기 위한 전술이면서 동시에 팬을 즐겁게 하기 위한 사명이 있었다. 본인 스스로 그렇게 주장했다.

 

- 최강희는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공격수를 투입하면서 닥공이란 이상에 집착했다.

 

- 실제로 최강희의 닥공 체제에서는 골도 많이 넣었고 결과 또한 분명하게 만들어냈다.

 

- 하지만 별개로 정말 보기 즐거운 축구였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고개가 갸우뚱 거린다.

 

- 김신욱을 위시한 롱볼 축구는 후방 그 어느 곳에서든지 시작되며 상대 아크 서클 부근에는 억지로 우겨 넣은 이 쪽 선수와 저 쪽 선수로 항상 혼잡해 보기만 해도 눈이 피로해졌다.

 

- 공격전술의 다양성보단 우직함이 미덕이었으며, 많은 인원을 상대 쪽으로 밀어 넣느라 헐거워진 뒷공간은 맨마킹에 능한 센터백의 대인방어 능력에 의존했다.

 

- 지역방어와 대인방어가 혼합되는 현대 축구와는 분명 동떨어진 수비 전술이었다.

 

- 최강희 체제에서 팬들은 이겨 웃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을 것이다.

 

- 리그를 선도하는 팀이라고 하기에는 최강희의 닥공은 투박하며 시대착오적이고 분명 촌스러운 축구였기 때문이다.

 

 

 

 

중도 좌익 모라이스의 현대축구

 

- 현대축구에서 좌익의 표상은 과르디올라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익에는 시메오네가 있고 또한 무리뉴가 있다.

 

- 그 무리뉴 밑에 있던 모라이스지만 그는 결코 우파의 감독은 아니다.

 

- 오히려 집요하리만치 자신의 이상을 관철하기 위해 보수적인 고집을 부리는 좌익 감독이다.

 

- 사실 좌익 감독 중에는 자신의 이상이 너무나 비대해 어느 부분에서 우경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 반할이 그런 감독이며 그의 왼 발 센터백, 오른 발 센터백 고집이 단편적인 사례다.

 

- 모라이스에게 플랜B는 필요하지 않으며 전술적 실험은 필요하지 않다.

 

- 선수의 포지션을 바꿔 숨겨진 능력을 끌어내지도 않고 윙어 자리에는 정통적인 윙어를, 중원에는 딱 정형적인 역할을 부여한다.

 

- 그에게는 한승규나 최영준 같은 스타플레이어보다 팀의 이상이 우선이다.

 

- 이상을 우선하지만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보수적이기에 그는 중도 좌익인 감독이다. 오히려 전술적 유연함에 있어서는 최강희가 더 융통성 있었다.

 

- 물론 디마스가 떠난 이후 오랫동안 자신만의 사단을 가동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런 평가는 온당치 않을 수도 있긴 하다.

 

 

 

우익 최강희의 혁신과 좌익 모라이스의 고집

 

- 15AFC 감바오사카 전에서 선수의 포지션을 깨면서까지 최철순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한 최강희는 당시 난제였던 우사미에게 맨마킹을 붙여버린다.

 

- 마찬가지로 금년 AFC 상하이상강 전에서 모라이스 또한 오스카에게 손준호를 붙여 맨마킹을 시도했다. 하지만 최강희처럼 과감한 전술이라기보다는 어디까지나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범위의 시도였다.

 

- 최철순의 경우에는 자신의 위치에서 벗어나면서까지 우사미에게 붙었고 최철순은 일정 영역을 벗어나진 않았다.

 

- 이기기 위해서라면 최강희는 무슨 전술이든 사용했다. 변화무쌍한 전술가라기보단 실리주의자의 그것이었다.

 

- 그의 이상은 닥공이었지만 필요하다면 그마저도 내다버렸다.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보다 승리가 먼저였다.

 

- 모라이스는 자신이 추구하는 플랜A가 승리의 유일한 해법이라 믿고 그것을 완성시키는 것을 숙원으로 삼았다.

 

- 모라이스에게는 팀이 우선이며 스타플레이어의 이름값은 그에게 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 이렇게 말하면 그가 고집불통 유해한 감독으로 보이겠지만 모라이스가 부임한 뒤로 전북에는 현대축구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시각을 획책했다.

 

- 빌드업, 공간을 찾기 위한 과정, 전방압박, 지역방어와 공수 작업의 선수 배분.

 

- 보기에 답답해 보일지언정 그가 하려는 것들은 늘 합리적이긴 하다.

 

 

 

마치며

 

- 이상을 추구하는 축구와 승리에 집착하는 축구 중 어느 쪽이 더 재밌는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 누군가는 그럼 이상을 추구 하면서 승리에 집착하는 축구가 완성된 축구 아닌가?”라고 물을 수도 있다.

 

- 과르디올라의 맨시티가 그렇다.

 

- 하지만 좌익의 정점은 어딘가 모르게 기계적인 느낌이 난다.

 

- 오히려 우익 축구에서 우리는 종교적인 향취와 기적을 목격하기 쉽다.

 

- 솔직히 말해 죽창 꽂는 걸 목격하는 건 언제나 즐겁기 때문이다.

 

- 올해 대구가 인싸 클럽이 된 이유에는 세징야 조현우 같은 스타플레이어의 영향력도 있었지만 그 뿐이었을까?

 

- 아무튼

 

- 축구에서 추구하는 재미가 이상인지 승리인지는 결국 개개인의 영역이다.

 

- 모라이스와 최강희의 감독으로서의 역량은 차치하고

 

- 분명 이전과 다른 팀으로 변모해 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댓글 9

아방뜨 2019.07.21. 13:23
사진 하나 추가하고 펨미 ㄱ?
댓글
Hamsy 2019.07.21. 15:41
 아방뜨
이분은 댓글 안보고 칼럼만 쓰시는 분이라...
댓글
예나프릴 2019.07.21. 17:32
 너구리너구리
펨네에
미친
거 아니야?
댓글
김종부사가 2019.07.21. 20:02
한승규랑 최영준이 스타플레이어인가 읽다가 띠용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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